계엄군, 계엄선포 동시에…선관위 들이닥쳐 당직자 휴대폰 압수
국회보다 먼저, 계엄군 297명 선관위로…‘윤, 음모론 맹신’ 사실일까
계엄군 선관위 진입 왜?…‘부정선거 의혹’은 8월 이미 ‘무혐의’
선관위 “계엄군 청사 진입, 명백한 위헌·위법…법적 조치 촉구”
계엄군이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를 진입한 것과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위한 것’이라고 발언한 가운데, 검·경이 해당 의혹을 이미 지난 8월 ‘혐의없음’으로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4·10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에 대해 지난 8월 불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육사출신 장재언 박사가 지난 4·10총선에서 전산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공전자기록 위변작 등의 혐의로 중앙선관위 관계자 5명을 고발한 사건이다. 그는 “총선에서 사전투표와 본투표 차이가 15~20%가 나 대수의 법칙에 위배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전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보수 유튜브 등에서도 이런 내용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고발인들이 선거 관련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지원할 뿐, 직접적인 선거 사무는 시·군·구 선관위에서 하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도 고발인의 주장과 관련해 추가로 확인할 만한 사정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에 진입하고, 배치된 경위를 둘러싸고 의문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 3일 밤 10시33분께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에 계엄군 10여명이 진입했고, 이후 추가로 110여명이 청사 주변에 배치됐다. 선관위는 과천 청사와 서울 관악 청사,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을 모두 3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에스비에스(SBS)와 한 메신저 인터뷰에서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이유를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계엄군 청사 진입, 명백한 위헌·위법…법적 조치 촉구”
“계엄군 자료 반출 없었지만, 피해 지속 확인할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2·3 비상계엄 상황 때 계엄군의 선관위 청사 진입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며 "(계엄군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날 선관위원 회의를 마친 뒤 "중앙선관위는 (청사 진입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적 조치를 요구했다. 노 위원장은 “관계 당국은 국민주권 실현 주무 기관인 선관위 청사에 대한 계엄군의 점거 목적과 그 근거 등에 관해 주권자인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현재까지 계엄군의 내부 자료 반출은 없었지만, 추후 피해 여부를 지속해서 면밀하게 확인·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9분이 지난 3일 오후 10시24분쯤 계엄군 10여명이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관악청사, 경기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300여명의 계엄군 병력이 투입된 것으로 선관위는 추산하고 있다.
국회보다 먼저, 계엄군 297명 선관위로…‘윤, 음모론 맹신’ 사실일까
김용현 “부정선거 의혹 해소하려”
반헌법적 비상계엄 사태의 주동자 중 하나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배치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평소 거리의 극우 인사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5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한겨레에 선관위에 경찰과 군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선거는 야당이 압승한 지난 4월 총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독립기구로 계엄대상도 아닌 선관위를, 부정선거 의혹만 갖고 침탈하려 했다는 얘기다. 비상계엄 선포 뒤 가장 먼저 계엄군이 투입된 선관위에는 297명이 배치됐는데, 이는 국회 투입 병력(280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 계엄군은 선관위에 도착하자마자 선거정보 등의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하는 정보관리국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군의 선관위 점거는 윤 대통령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전 장관은 6일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부정 선거 의혹 조사를 위해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지시한 것이 윤 대통령의 뜻이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선관위에 계엄군을 배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하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맹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계엄군의 선관위 투입 배경에 부정선거 음모론이 있다는 의미다.
전 국민의힘 대표로 윤 대통령과 함께 대선을 치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당 대표자로 있었을 때 철저하게 배척해놨던 부정선거쟁이들이 (윤석열) 후보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거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처음 만난 이 의원에게 한 이야기도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 하고 나왔습니다’였다고 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계엄군을 앞세워 선관위를 접수해 지난 총선 결과를 무력화하려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선관위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아내 야당 의원들을 사법 처리하고 재선거를 치러 궁지에 물린 정치적 입지를 일거에 반전시키려 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계엄을 선포하게 되면 정상적인 압수수색 영장이라든가 사법적인 절차, 우리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냥 막 할 수가 있다”며 “부정선거였다고 우기면서 결국 국회를 해산하고 새로 총선을 하려고 하는 망상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이런 의심이 든다.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부정선거로) 몰아가기 위해 부정부패를 전혀 하지 않은 선량한 국회의원들의 자료를 가져가려 한 것이다. 부정선거가 아닌 정당한 선거를 짓밟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된다”고 말했다.
계엄군, 계엄선포 동시에…선관위 들이닥쳐 당직자 휴대폰 압수
3일 밤 10시3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최초 투입된 ‘계엄군’ 10여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계엄군과 경찰이 선관위에 들이닥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28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2분위 지난 밤 10시30분 계엄군 10여명이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 투입됐다. 이들은 중앙선관위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을 감시하며 청사출입을 통제했다. 그 시각, 경찰 10여명은 청사 밖 정문 출입통제를 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거의 동시에 계엄군과 경찰이 중앙선관위 통제에 나선 것이다.
이후 밤 11시50분 경찰 90여명이 추가로 투입됐고 청사 밖엔 버스가 대기했다. 4일 새벽 0시30분에는 계엄군 110여명이 추가로 청사 안으로 투입됐다. 이들은 3시간20여분 동안 1층 로비 등에서 경계작전을 하며 점거를 했고, 새벽 1시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인 1시50분에 철수했다. 계엄 해제안이 국무회의 의결되고 2시간30분 뒤인 오전 7시에는 경찰도 철수했다.
입법부인 국회뿐 아니라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에도 300명에 육박하는 계엄군이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는 계엄군 120명(3일 밤 10시30분∼4일 새벽1시50분), 경찰 100명(3일 밤10시30분~4일 오전 7시)이 진입한 후 철수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는 계엄군 47명(4일 새벽 0시14분~새벽2시19분)이 투입됐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선거연수원에는 계엄군 130명(4일 새벽0시50분~새벽2시40분), 경찰 100명(3일 밤 11시30분~4일 오전7시)이 진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입법부인 국회에 이어 헌법기관인 선관위까지 군인들을 300명 가까이 대거 투입해 당직 중인 직원들의 핸드폰까지 강제로 뺏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체 무엇을 하고자 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국회보다 빨리 선관위를 장악하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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