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해제되기도 전에 직원들 새벽 2시 퇴근

"법원, 삼권분립 최후의 보루라면 입장 냈어야"
법원 내부서도 "대법원 뭔 역할했나" 비판 나와

내란죄 가담자들 구속영장을 '중복'이라고 기각
야당 "법 따지다 골든타임 놓치면 책임질 거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9. 연합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대법원이 12·3 쿠데타(군사반란) 당시 비상계엄령의 위법성을 알리지도 않았고, 직원들은 계엄령이 해제되기도 전에 퇴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국가 중대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긴급하게 인신을 확보해야 할 주요 내란죄 피의자들에게 내려진 구속영장을 '중복 청구' 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법원의 안이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3 쿠데타에서 대법원이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계엄령이 선포된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부터 계엄령이 해제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는 계엄령 법적 효력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법원 행정처 직원이) 오전 2시에 퇴근했다고 한다. 계엄령 해제가 되는 것을 보고 퇴근을 하든가, 간부회의를 한 번 더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법원 소속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은 이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런데 국회는 0시 50분에 계엄령 해제를 위한 국회의원 소집을 했다. (비상계엄에) 여러가지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장 의원은 "법원이면 (비상 계엄령이 위법이라는) 입장을 냈어야 한다"며 "1시간 만에 15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에 모였다. 국회의원들은 다 담을 넘어서 국회에 들어갔는데, 의원들이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 거 같냐"고 했다.

이어 "계엄령에 따라 법원행정처장도 계엄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새벽 2시라도 법원이 '계엄 해제 요구안이 맞다'는 공식 의견을 냈어야 한다. 그런데 나온 입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법원이 삼권 분립의 최후 보루가 맞다면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열린 '2024년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2.6. 연합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원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계엄이 있었던 지난 4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대법원 대응에 대한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법원은 실질적 요건 등이 결여한 위헌, 위법의 무효한 계엄선포를 알 수 있었음에도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 기관으로서 비상계엄에 협조하지 않을 의지를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해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실제 법원 행정처는 4일 오전에야 입장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안도한다"면서, 계엄령 해석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는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더 확실하게 하겠다" 따위의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대법원이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유감 표명도 없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법원이 내란죄 주요 가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은 "윤석열이 국군 통수권까지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법원은 영장이 중복으로 신청됐다고 기각했다. 아무리 법을 따져야 해도 수사 '골든 타임'을 놓치면 법원이 책임을 질 거냐"고 따졌다.

천 처장은 "군검찰을 포함해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구속영장이 중복으로 신청됐다.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인지, 그에 따라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 굉장히 중요한 재판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국민은 법원을 똑같이 내란 방조 세력으로 보게 될 것" "중복 신청됐다고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내란 수괴범인데 영장 청구는 사후에 해도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