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참석자 및 배석자 12명 중 9명 조사
12·3 내란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공개 대면 조사했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20일 “한 권한대행을 대면 조사했다”며 “조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수단은 “현재까지 비상계엄 발령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 및 배석자 12명 중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을 제외한 9명을 조사했다”며 “통일부장관은 경찰의 지속적인 출석요구에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 전원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특수단은 피고발인들에 대해서는 2차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한덕수, 경호처 압수수색 거부에 ‘뒷짐’…총리실 “법 따라” 말만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전날 대통령 경호처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것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관련해서) 지시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관련해) 법과 기본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경호처 압수수색 관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시를 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 관련해서 검토한 바도 없다, 앞으로 법과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날 공조본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과 6차례 통화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 서버 확보를 위해 대통령 경호처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경호처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막았다. 다만 경호처는 “압수수색 집행 협조 여부를 검토한 후 내일(18일) 알려주겠다”고 통보했으나 이날 오후 3시 현재 공조본에 연락은 없는 상태다. 이에 한 대행이 압수수색을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법과 절차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여야가 현재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한 대행이 할 수 있냐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도 있고 논란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좀 들어봐야 될 것 같다”며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되고,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여야 논의 상황을 지켜보며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취지다.
또 여당이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총리실은 “마지막 순간까지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시한은 21일인데 총리실은 이르면 19일 또는 20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국가의 미래 또 국민의 시각에서 봤을 때 어느 게 타당한지에 대해서 저희가 최종적으로 최종 순간까지 점검을 하겠다”고 했다. 한 대행은 6개 법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반대를 고려해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 법안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야당에 설득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개별 부처별로 야당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서 (6개 법안에 대해) 설명을 계속 드리고 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관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12월31일 마지막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두 특검법은 전날 정부로 이송돼 내년 1월1일이 거부권 행사 시한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 대통령 행세하려 하지 말고, 상황관리에 주력하며 국정안정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소추에 나설 수도 있다고 벼르고 있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헌법학자들 “국힘, 사태 오판…한덕수가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
헌법재판관 임명 막는 국힘
국민의힘이 17일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시나리오’를 꺼내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단순한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대행자는 현상 유지 차원의 ‘소극적 직무 수행’의 범위를 넘어선 ‘적극적 직무 수행’에 해당하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대다수 헌법학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소극적 직무 수행’의 범위를 넘어선 통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여기에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이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견해를 달리한다. 이번 헌법재판관의 경우 후보자 3명이 모두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국회가 청문 절차를 거쳐 추천한 후보자를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소극적 직무 수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도 “이번에 뽑는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몫이 아니라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이다. 따라서 국회의 추천 절차를 마친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현상 유지적 소극적 역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현재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모두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아닌 대통령이라도 임명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의힘이 현재 사태를 오판하고, 대통령의 헌정 질서 유린을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고 한 것도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 추천 몫이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을 임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국회 추천 몫을 임명해야 하는 지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온 뒤 대법원장 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자를 임명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당시 이 재판관의 임기는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오고 3일 뒤에 종료됐다.
국민의힘도 자신들의 논리 비약을 알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전날 비공개 의총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못 한다고 하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못 하고, 장관 임명도 못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문제에 역풍 맞고 논리가 궁색해질 수 있어서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한 게 단적인 예다.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마련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격론이 오갔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헌법학자 등 주변의 조언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은 ‘형식적 절차’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이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 설명과 달리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일 때 오히려 임명권 등에서 운신의 폭이 있고, 탄핵이 되면 60일 내 대선이 치러져 새로운 대통령이 오니까 더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다수”라며 “결국 법리 문제도 있지만 정무적 판단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헌법과 법률, 국민의 시각, 국가의 미래라는 기준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법리 검토의 차원을 넘어 지금의 혼란 국면이 조속히 정리되길 바라는 국민 여론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한겨레 서영지 이승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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