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 “시위대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무서웠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3 내란사태 당일 여당 대다수가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야당 지지자들 탓’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에 따라 국회를 포위한 공권력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한 사실을 도외시하고 이를 시민들 탓으로 돌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 의원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모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대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은 어떻게 일찍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랴부랴 국회 경내로 들어오려고 했을 때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로 국회가 포위됐었다”며 “일부 의원들은 국회 경내로 들어가려다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당사로 복귀해서 (계엄) 해제 요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사태가 있었던 3일 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한 이들은 18명뿐인데 그 배경에 야당 지지자들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편 것이다.

하지만 나 의원의 주장과 달리 계엄 당일 국회 주변을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한 것은 경찰이었고, 오히려 시민들은 발 벗고 뛰쳐나와 경찰의 위법·위헌적 조처를 저지하려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통해 “시위대는 내게 전혀 위협을 가하거나 욕설을 하지 않았다.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며 “(나경원 의원은) 도대체 뭐가 무서웠던 거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계엄 해제가 급박한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게 한 것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달려간 시각, 추 원내대표는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중앙당사 3층 회의실에서 개최한다”는 공지를 의원들에게 보내 혼선을 초래했다. 앞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하고 내란 실행에 기여했다며 추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야당은 나 의원이 여당 대다수가 계엄해제 의결에 불참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목숨을 걸고 국회를 지키려 했던 국민을 탓하는 것이냐. 정말 정신 좀 차리라”며 “지금 나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날 한걸음에 달려온 국민들 덕분이다. 진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류삼영 전 총경이 12월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국회의장이 파견 경찰을 지휘하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잇다. ⓒ 류삼영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서울 동작을)이 지난 19일, 12·3 내란 사태 당시를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국회에 못 갔다"고 발언한 데 대해 같은 지역구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류삼영 전 총경이 "적반하장이다. 동작주민들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류 전 총경은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로 달려가 현장을 목격했고 경찰의 출입 저지 활동 등에 항의하며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후배 경찰들을 설득한 바 있다.

류 전 총경은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나온 19일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그러면 탄핵에는 왜 반대했는지, 상설특검법에는 왜 반대했는지, 내란 일반 특검법에는 왜 반대했는지 나경원 의원에게 묻는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의 쿠데타를 제지하려고 추운 날씨에도 밤새워 국회를 지켜낸 애국시민들을 모욕하고 탄핵에도 반대하는 나경원 의원의 이런 행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현충원이 있는 동작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며 "동작주민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류 전 총경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가 국회에서 열린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일찍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이 부랴부랴 국회 경내로 들어오려고 했을 때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로 국회가 모두 포위됐다'고 했다"고 나 의원의 발언을 상기했다.

또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 (표결에) 모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서 해제 요구에 반대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이 말은 명백하게 잘못된 말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국민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마타도어"라며 "그날 국회에서 일어났던 일은 전 국민이 실시간 뉴스를 통해 다 보셨다"고 반박했다.

또한 "많은 국회 의원들이 비상계엄 발령 뉴스를 보자마자 국회로 달려왔고 국회가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기 때문에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회담을 넘어 들어왔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담을 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전했다.

류 전 총경은 "그런데도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일찍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왔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오히려 마치 민주당 지지자들이 나경원 의원의 국회 진입을 막은 것처럼 주장한다"며 "너무도 잘못된 주장이며 사실관계를 거꾸로 뒤집어 말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날 국회의원의 국회 진입을 막은 것은 경찰이었고 시민들은 경찰의 통제에 항의하고 있었는데 상황을 거꾸로 뒤집어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고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그날 국회를 지켜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들을 매도하여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힘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너무도 뻔뻔한 정치공세"라며 "나경원 의원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며 주민들께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오마이 박석철 기자 >

 

‘윤핵관’ 본색 권성동, ‘대권용 존재감 호소’ 윤상현·나경원…방탄의 민낯

“민주당이 정부 붕괴시켜” 권성동
탄핵 부결 선봉 ‘내란 엄호’ 윤상현
‘내란 증거·증언’ 적극 부인 나경원

 
 
                                       국민의힘 권성동·윤상현·나경원 의원(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퇴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원조 윤핵관(윤석열 쪽 핵심 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16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비대위원장은 현직 5선 또는 6선 의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권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 당론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내란 옹호당’ 비판을 자초했고, 중진 의원들은 ‘탄핵 트라우마’와 ‘이재명 포비아(공포·혐오)’를 자극하며 ‘방탄’을 선도했다. 이들이 차기 당권과 대선주자의 향배를 주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이제 비대위 구성으로 당 수습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단결과 화합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다섯번째인 이번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권 권한대행이 임명한다. 당 안에선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원조 윤핵관이 비대위 구성을 주도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권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우리 정부를 붕괴시켜놓고 대화를 하자고 하니 밉다”며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게 보기 싫어서 민주당이 제안한 국정 안정 협의체를 거절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안 가결의 책임은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과 그를 감싼 국민의힘에 있는데, 되레 적반하장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이날 의총에서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으로 5·6선 현직 의원 가운데 한 사람을 임명하는 쪽으로 중지를 모았다. 5선 권영세·김기현·나경원·윤상현·조배숙 의원, 6선 조경태·주호영 의원이 그 대상이다.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면, 12·3 내란사태 국면에서 대부분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건 오판’이라는 논리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온 이들이다. 대체로 비대위원장직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을 12·3 내란사태에서 비롯된 당 수습을 맡길 우선순위로 검토하는 것 자체가 몰염치라는 비판이 크다.

특히 윤상현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라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거듭 부정했다. 탄핵 찬성자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을 퍼뜨리고, 탄핵안 표결 불참에 따른 지역구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후배 의원에게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고 조언했다고 스스로 밝혀 거센 비판을 불렀다. 이날 그는 페이스북에 “더 이상 ‘찬탄(탄핵 찬성) 부역자’ 등의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며 돌연 ‘화합’을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4일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탄핵소추안의 증거와 참고자료는 달랑 언론 기사 63건”이라며 내란 직후 쏟아진 가담자들의 증언과 증거를 부인하고 탄핵안 부결을 촉구했다.

두 사람의 강력한 탄핵 반대 메시지는 윤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에 대비해, 당 핵심 지지층에 존재감을 호소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한겨레  손지민  이주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