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탄선물 “윤석열 탄핵되고 김건희랑 같이 수감되는 것”
“저는 노래할 때마다 이 노래는 세상의 모든 약한 사람한테까지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여러분이 약자와 연대해서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성탄 전야인 24일 밤 경복궁 앞에 가수 하림의 바람과 노래가 전해졌다. ‘슬퍼도 울지 못한 채 살아온’ 이들에게 “눈물 흘려요” 말하는 노래 ‘위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진씨 아빠 최정주씨가 만든 ‘별에게’가 이어졌다. 노래에 맞춰 각양각색 응원봉과 촛불은 잔잔히 흔들렸다.
이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메리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 다시 만들 세계’에 시민 10만명(주최 쪽 추산, 저녁 9시 기준)이 모였다. 시민들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여느 날처럼 기발한 복장과 손팻말을 쥔 채 거리로 나왔다. 성탄 전야답게 416합창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퀴어페미니스트 댄스공간 루땐, 하림 등의 공연이 집회 무대를 메웠다. 수사와 탄핵심판을 회피하는 윤 대통령과 이에 동조하는 듯한 한덕수 권한 대행에 대한 분노는 한결같이 일렁였지만, 평소보다 한층 더 내란 사태 이후 함께 거리를 지켜온 서로에게 고마움과 위로를 전하는 시민이 많았다.
트리 모양 복장을 입은 여아무개(30)씨는 ‘지친 국민 안아드립니다’라는 손팻말을 붙이고 시민들을 하나둘씩 안아줬다. 여씨는 “모두가 기쁜 날이어야 하는데 마음이 우울해서 나왔다. 다른 분들한테도 조금이라도 웃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타 복장에 흰 수염을 붙이고 나온 이주영(26)씨는 “힘이 되어주려고 집회에 나갔다가 오히려 제가 힘을 얻는다. 혼자 집에서 불안해하는 것보단 같이 있으니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무대에 오른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지난 주말 남태령에 모인 시민을 떠올렸다. 양 회장은 “서울을 가로막은 벽 앞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을 때였다. 응원봉의 맑은 물결과 시민들의 눈빛은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우리는 이미 승리를 경험했다. 잡은 손 굳게 잡고 추위를 견디며 나아가자”고 외쳤다. 전남 함평에서 혼자 왔다는 김진(29)씨는 “시위는 처음이라 두려웠는데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와서 좋아하는 음악에 방방 뛰기도 하고,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더라. 지치지 않고 항상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성탄 선물’은 무엇일까. 루돌프 코를 달고 나온 채서빈(25)씨는 “윤석열이 탄핵되고 두 부부가 같이 수감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채씨는 “더 나아가서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농민처럼 다양한 소수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꼽았다. 루돌프 복장을 입은채 봉사활동을 하다가 왔다는 안아무개(34)씨는 “윤석열의 빠른 파면과 김건희의 빠른 특검,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 그리고 연대하는 시민들이 모두 행복하는 날이 오는 것이 선물”이라고 말했다. 김아무개(50)씨는 “윤석열 체포, 올해 성탄절 선물은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경복궁 동십자각부터 시작해 국무총리 공관을 거쳐 안국역 인근 헌법재판소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새 방언(方言)이 터진 시대, 새 술은 새 부대에"
[성탄절 메시지]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하나님 나라는 다름 아닌 인민의 나라이며, 인민이 주인되는 세상
본문 : 마태복음 2장 1절-3절/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셨다. 그런데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말하였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헤롯 왕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하였고, 온 예루살렘 사람들도 그와 함께 당황하였다.
성탄의 인사: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윤석열 파면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2024년 성탄절 인사 드립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가수 백자의 “탄핵이 답이다”가 이제 “파면이 답이다”, “체포가 답이다”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크리스마스”, “윤석열 파면해야 메리 크리스마스”도 있습니다. 복음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쁜 소식이 곧 복음입니다. 올해 성탄절은 우리가 1차 승리했다는 감격으로 그 기세가 사뭇 다른 감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악의 뿌리가 뽑힐 때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입니다.
십자가의 피가 우리를 구원했다는 믿음이 기독교에는 있습니다. 광주의 피가 비상계엄의 총구와 군화발로부터 우리를 구했다는 고백을 한 순간, 이 십자가의 구원이라는 신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들 모두가 더욱 뚜렷하게 알게 한 올해였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의를 위해 핍박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던진 이들의 희생이 산 자를 지켜내고 살려내는 것입니다. 죽은 이들이 살아 있는 이들의 목숨, 그 생명을 지켜냄으로써 죽은 이들이 부활했습니다.
이 시대의 십자가들
광주는 우리 역사의 십자가가 되었고, 그것은 저 멀리 홍경래의 민란, 진주민란,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기세와 맞닿아 있습니다. 일제의 폭력이 자행되었던 시기에 그 무수한 독립투쟁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이 땅 도처에 그런 십자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있다는 고인돌처럼 많습니다.
작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제주 4.3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제주 한라 숲에서 “이 나무가 모두 묘비명인가”라고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 땅에 그런 묘비명처럼 세워진 십자가들이 또한 하나 둘이 아닙니다. 폭정의 시대와 맞서 싸운 이들의 혁명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현장이자 기록과 기억들입니다.
헤롯의 폭정과 십자가의 행렬
예수님은 헤롯 때에 태어났습니다. 헤롯가문은 로마제국의 졸개노릇을 하고 있던 식민정권으로 포악하고 잔인했습니다. 예수 탄생 30여 년 전에 갈리리 싶포리아라는 곳에서 히브리 민중들의 민란이 일어나자 로마군대와 함께 대학살극을 벌였던 권력이 바로 헤롯가문이었습니다. 그런 공로로 로마제국의 황제가 그 직위를 내려주는 분봉왕(分封王)이 된 폭군의 시대가 어떠했을지는 뻔했습니다. 헤롯 정권은 식민지 매국 정권이었던 것입니다.
싶포리아 민란은 로마제국의 십자가처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 노예 스파르타쿠스 반란이 아피아 가도에 줄지은 십자가 처형으로 비극의 역사가 되었던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이런 민중의 반란과 그대로 직결되어 있는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종교적 사건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물러서지 않는 싸움만이
동방의 박사들은 선지자를 뜻합니다. 이들은 고통에 빠져 있던 히브리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과 생명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미리 내다보고 유다로 옵니다. 그 소식에 온 나라가 야단이 납니다. 헤롯의 권력이 무너질 세상이 조만간 온다는 예언은 특권세력 동맹 모두에게 아찔한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헤롯은 그때가 언제인지 캐물어 새로운 세상의 싹을 잘라버립니다. 하지만 그건 소용이 없게 됩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누구도 찍어 내릴 수 없듯이 성탄의 감격은 땅의 권력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독한 탄압과 핍박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악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이들의 길만이 정의와 승리의 길이 됩니다.
혁명을 노래하는 마리아의 기도
그 싸움의 시작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기도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누가복음 2장 46절-55절)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마음이 내 구주 하나님을 좋아함은, 그가 이 여종의 비천함을 보살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 힘센 분이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의 자비하심은,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대로 있을 것입니다.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그는 자비를 기억하셔서, 자기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는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토록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이스라엘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학살의 범죄국가 이스라엘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 그러니까 힘이 없어 이리 몰리고 저리 찢기고 강한 자들에게 짓밟혀 힘겹게 살아가는 비천한 이들을 의미하는 상징입니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입니다. 마리아의 기도는 혁명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혁명의 모태, 인자(人子)는 인민의 아들
이 혁명의 길은 부활의 현장을 목격하고 전한 여인들에 그대로 이어집니다. 누구나 이들의 증언을 쉽사지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건 당대의 사유, 언어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혁명의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혁명의 모태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걸 그대로 뜨겁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혁명이 여성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민 가운데 인민입니다. 그 존엄성이 짓밟히고 억눌린 이들의 존재가 새로운 세상을 잉태하고 태어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을 “인자(人子)”라고 했습니다. 흔히 해석하듯 사람의 아들이 아닙니다. 오클로스, 인민의 아들입니다. 그가 말하고 하려는 것은 모두 오직 하늘의 뜻이 이 땅, 인민들의 삶에서 실현되는 것 뿐입니다. 광주의 딸과 아들, 제주 4.3의 딸과 아들이 모두 인민의 딸과 아들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바로 이 인민의 나라이며, 인민이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새로운 방언, 혁명의 언어가 터졌다
사도행전 2장에는 오순절 성령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늘의 영이 내리자 사람들이 방언(方言)을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서 방언은 각 지역의 언어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리가 방언이 아닙니다. 많은 한국교회가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잘못된 것입니다. 옳지 않습니다. 기만입니다.
당대의 지배언어는 로마제국의 언어였습니다. 이는 폭력과 명령, 지배와 군림, 배제와 폭력의 언어였습니다. 이 통치세력의 언어에 짓눌려 있는 이들의 언어가 바로 방언입니다.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그 말을 배운 적이 없는 이들의 입에서 그 말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촛불문화제에서 10대, 20대, 30대의 시민발언에서 이 방언이 터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마음에 가두었던 말들, 가슴 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사연들, 밀실의 말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옵니다. 혁명의 언어들이 잇달아 폭포처럼 터져 나옵니다. 이 시대의 영이 내려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동양학만이 아니라 성서연구에도 일가를 이룬 도올 김용옥 선생이 촛불행동의 투쟁을 보면서 “영감의 열기가 모아진 곳에서 혁명이 이루어진다”고 격찬과 응원의 말씀을 해주신 바 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 성령 사건, 거룩한 영의 힘으로 방언이 터지는 현장을 우리는 놀라운 마음과 경외감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올해 성탄의 복음 : 우리가 혁명이 되었다
그 방언이 터지는 역사는 이 시대를 휘몰아치는 세찬 바람이요, 모든 거짓과 폭력으로 세운 성채를 불태우고 새로운 생명을 기르는 불길이며 혁명의 본진입니다. 사도행전은 성령의 역사를 목격한 어떤 이가 “저들은 술에 취했다”고 비아냥댄 것을 적고 있습니다. 이 또한 옳습니다. 비아냥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술이 옳다는 것입니다. 새 술에 취해 터진 방언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낡은 것도 이 새 술을 담지 못합니다. 그러고자 하면 그 낡은 부대가 터지고 찢어지고 말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그건 혁명입니다.
올해 우리 성탄의 가장 큰 복음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혁명이 되었습니다. 이제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마련하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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