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무위원들에 ‘일방 통보’ 교차 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열고 유감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계엄을 반대하자 “지금 이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며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제대로 된 국무회의 심의 없이 윤 대통령의 일방 통보로 계엄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조사하면서 계엄 선포 직전 윤 대통령의 발언을 교차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점심부터 밤 9시30분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게 소집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대통령실로 호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먼저 도착한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계획을 듣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제가 어려워진다. 대외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라고 반대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0년 동안 대한민국이 쌓은 성취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와 국가 신인도에 치명적일 것이다”라며 계엄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종북 좌파들을 이대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난다”라며 비상계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17분께 국무회의 의결정족수인 11명이 집결하자 비상계엄 선포를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지금 이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이미 언론에 (대국민 담화 계획을) 다 발표했고,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대통령의 결단이다.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는 발언을 남긴 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헌법과 계엄법상 계엄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국무회의 규정상 △국가 중요 정책이 전 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심의되어야 하고 △심의사항을 의안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전부 무시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회의 의안으로 제출되지 않았고, 충분한 심의 없이 윤 대통령의 일방 통보로 계엄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 강재구기자 >

 

윤석열, 계엄 9일 전 명태균 언급하며 김용현에 “특단대책”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김건희 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1월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를 언급하며 비상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둘이 만나 나눈 대화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국회 상황 등을 말하며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는 등 계엄 실행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야당의 명씨 공천 개입 의혹 제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수사 관련 판·검사 탄핵 가능성 △김 전 장관에 대한 탄핵 등을 언급하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명씨를 언급한 때는 공천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던 때다. 지난해 10월31일 민주당은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과 명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통화녹음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15일에는 명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구속 직전 명씨는 “내가 구속되면 정권이 한 달 안에 무너진다” 등 추가 폭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본격적으로 계엄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명씨를 언급한 날인 지난해 11월24일부터 12월1일까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주도해 만든 계엄령 문건과 과거 비상계엄하에서 선포된 포고령 등을 참고하여 계엄 선고문 및 포고령 초안 등을 작성했다.  < 강재구 기자 >

 

김용현, ‘선관위에 병력 재투입’ 계엄해제 의결 뒤에도 추진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가능한지 문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 재투입이 가능한지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보다 시선이 덜 쏠린 선관위에서 주요인사 체포 및 서버 탈취 등을 계속 수행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3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곽 사령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김 전 장관이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이 처리된 뒤 선관위에 특전사 병력 등을 재투입이 가능한지 문의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4일 새벽 1시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인 1시16분께부터 합동참모본부 내 결심지원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박안수 계엄사령관,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등과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후 김 전 장관은 같은 날 새벽 2시10분께 곽 사령관에게 ‘선관위에 병력 재투입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등이 참여한 결심실 회의에서 국회 의결에도 불구하고 계엄을 지속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실제 계엄해제는 국회 의결 3시간30분 가량 뒤인 4일 새벽 4시30분에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곽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재투입은 어렵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우리 군이 통수권자이신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했다”며 “그러나 중과부적으로 원하는 결과가 되진 않았지만 할 바를 다했다”고 발언했다.

 

곽 사령관은 계엄 전날인 지난달 2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기도 했다. 곽 사령관은 계엄이 시행되기 수개월 전부터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필요성 등의 발언을 들은 상태였고,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달 1일엔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 발생 시 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윤 대통령은 2일 저녁께 곽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이후로 준비되면 보자”고 말했고, 곽 사령관은 “알겠습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전화가 끝난 직후 김 전 장관 또한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어 “깜짝 놀랐지. 내일 보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특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곽 사령관 등 계엄 관련 핵심 인사들이 말 맞추기에 나선 정황도 파악했다. 검찰이 공개한 특전사 간부의 메모를 보면, 계엄 해제 발표 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곽 사령관에게 보안 폰으로 연락해 ‘몰랐다. 당일 방송을 보고 알았다고 하자’ ‘통화기록 문자 지워라’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 한겨레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