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당해산’ 띄우는 조국혁신당…통진당 해산과 비교해보니

“통진당 간부들은 내란 모의 회합 2번
윤석열은 국회·선관위에 내란 실제 행위
당직자들 이석기 옹호 발언도 중요 작용”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정부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조국혁신당이 연일 ‘국민의힘 정당해산론’을 띄우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행태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정부가 나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2일 정부에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정당을 강제 해산하는 제도다.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고,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정당 해산이 가능하다. 혁신당은 국민의힘이 12·3 내란사태를 부정하고,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것이 정당해산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5일 “국민의힘은 위헌정당이고, 위헌정당의 본질이 윤석열을 옹호하는 행위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윤석열 정부가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장경태 의원 등 일부가 정치적 수사로써 정당해산 필요성을 언급하는 수준이다. 정당해산제도는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도 크다. 실제로 헌정사상 정당해산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2014년 있었던 통합진보당 해산이 유일하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고, 조기 대선이 치러져 정권이 교체되면 정당해산 여론이 들끓을 가능성이 있다. 친윤계가 주축이 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해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는 등 위헌정당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달 9일 시작된 ‘국민의힘 정당해산’ 국회 국민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는 이날 35만명을 넘어섰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기준대로라면 국민의힘도 해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통합진보당에 견줘 내란 실행 정도가 위중한 데다, 국민들에 미치는 영향력도 국민의힘이 더 크다는 것이다.

 

진정서 작성을 주도한 박병언 변호사는 “당시 통합진보당 간부들은 내란을 모의하는 두 번의 회합을 했다. 이와 비교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표적으로 내란의 실제 행위에 들어갔기에 훨씬 중하다”고 했다. 이어 “(통합진보당 해산 때) 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이 주요 인물인 이석기 전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도 헌재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국민의힘의 (윤  대통령) 옹호 행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민에 대한 영향력은 국민의힘이 통합진보당보다도 훨씬 크다”고 했다.  < 심우삼 기자 >

 

국힘 ‘정당해산’ 국민청원, 하루 만에 12만명 돌파

30일 내 5만명 동의 땐, 국회 소위서 본회의 부의 여부 심사해야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앉아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7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집단 불참한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해달라는 내용의 국회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1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1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을 보면, 전날 올라온 ‘헌법과 법률을 유린한 국민의힘 정당 해산에 관한 청원’이 이날 10시40분 기준 12만3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인 경아무개씨는 국민의힘이 헌법 제1조(‘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헌법 제46조2항(‘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대한민국 헌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정치를 보장한다”며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투표를 보이콧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제출한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당론과 맞지 않는다면 본회의에 참석하여 당당히 반대표를 행사했어야 마땅함에도 그들은 이러한 권리마저 포기하며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며 “국민이 부여한 정당한 권한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였으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저버렸기에 국민의힘에 민주적 질서를 심각히 훼손한 책임을 물어 해산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동의청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청원권에 따른 제도로, 30일 이내 5만명이 동의한 청원은 정식 접수돼, 국회 소관위원회와 관련 위원회가 본회의 부의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다만, 정당해산 심판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번 청원이 정식 접수된다고 해도 국회가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의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결정이 선고된 때에는 그 정당은 해산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법에 따라 이를 집행한다.        < 한겨레 이유진 기자 >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해산’ 헌재 결정문 잊지 말아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다면 해산돼야"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뒤 표결에 집단 불참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

이춘재 | 논설위원

 

“합법정당을 가장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상당한 액수의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정당의 고유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밝힌 다수의견의 한 대목이다. 지금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을 옹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특히 소장파 의원들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헌재는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당시 박근혜 정부가 통진당을 상대로 낸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결정은 나라 안팎에서 비난을 받았다. 국제앰네스티는 “통진당 해산은 당국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존중할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했고, 휴먼라이츠워치는 “가혹한 결정”이라고 했다.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 언론들도 일제히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에게 이 결정문 일독을 권하는 것은, 새누리당 시절 통진당 해산을 주도한 선배 의원들을 대신해 ‘결자해지’하라는 취지다.

 

당시 안창호(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를 비롯한 8명의 재판관이 정당해산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헌법 8조 4항에 나오는 ‘민주적 기본질서’였다. “민주적 기본질서는,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를 말한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다면 그 정당은 해산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다수의견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 일부 당원들이 연루된 ‘내란 음모’ 사건을 당 차원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로 봤다. 이 전 의원은 당원 소모임에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면 국가기관을 접수하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허무맹랑한 말뿐이었지만, 재판관들은 이를 당 차원의 목적과 활동으로 확대 해석했다. “피청구인(통진당)의 주도세력(이 전 의원)의 목적과 활동은 피청구인에 귀속된다. (중략) 당 구성원에 대한 개별적인 형사처벌로는 정당 자체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해산 결정 외에는 대안이 없다.” 특히 통진당 지도부가 이 전 의원 등을 제명이나 탈당시키지 않고 감싸고돈 것에 주목했다. 서로 한통속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이수 재판관은 “정당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지향을 정당 전체의 정견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다수의견에 대입하면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의 운명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재 다수의견이 정의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였다. 국군 통수권자가 최정예 특수부대를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실제로 타격했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언론·출판의 자유도 박탈하려고 했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목적으로 한 내란 행위였다. 윤 대통령과 ‘충암파’는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 신군부처럼 움직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주도세력’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됐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헌재는 “당 주도세력의 활동과 목적은 당에 귀속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사태 이후에도 ‘비상계엄 선포는 야당 탓’이라며 계엄 선포를 합리화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국민의힘은 이런 윤 대통령을 제명도 하지 않고 탈당도 요구하지 않는다. 국회의 탄핵소추에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비겁한 방식으로 반대했다. 헌재 다수의견에 따르면 ‘이석기와 통진당’처럼 ‘윤석열과 국힘당’도 한통속이다.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당장은 무사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언제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고려하면 정권교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내란죄는 공소시효도 없다. 물론 정당해산 같은 반민주적 폭거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계속 감싸고돌면 국민에 의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헌재의 심판 대상에 오르게 되더라도 누가 흔쾌히 국민의힘 편을 들어줄까. ‘보수의 미래’를 자처하는 젊은 의원들이 결자해지하라.

 

윤 대리인 주장 ‘복사’한 권영세 “공수처, 경찰에 하청 권한 없어”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업무를 경찰에 하청을 줄 권한이 없다”며 “공수처와 경찰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수처는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으니까, 영장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 쪽 대리인과 같은 논리, 같은 표현으로 공수처를 비판한 것이다.

 

이날 오전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업무를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윤 대통령의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무슨 공사 하청을 주는 것이냐. 수사를 넘기는 것도 아니고, 수사지휘권이 없는데 어떻게 영장집행을 이첩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앞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단지 직무가 정지됐을 뿐”이라며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따라 임의수사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인데도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임의수사 방식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현재) 가택연금 상태나 다름없고 도망치거나 해외로 출국할 염려도 없지 않냐”며 “그런데 두세번 정도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고 체포영장까지 청구해서 바로 구속까지 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리하다”고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무슨 감정을 갖고 당장 야당이나 공수처 주장처럼 하자는 분도 있겠지만, 잠시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보면 우리 스스로 국격 떨어뜨리는 일은 좀 피해야 된다”고도 했다. < 한겨레 손현수  전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