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공수처 조사에 묵비권 행사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조수사본부에 체포된 뒤 15일 오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들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5일 체포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피의자’가 된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압송돼 조사를 받았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이다.

 

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의 수사 협의체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새벽 5시10분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해 영장을 제시하며 체포를 시도했고 5시간여 만에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관저 들머리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1차 집행 때와 달리 대통령 경호처의 조직적인 저항은 없었다. 차벽으로 막혀 있던 저지선을 경찰이 사다리를 이용해 넘어섰고 공수처 검사들은 아침 8시40분께 윤 대통령 관저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영장 집행 협의 과정에서 윤 대통령 쪽은 “공수처와 경찰이 먼저 관저에서 철수하면 경호 이동 준비가 되는 대로 공수처로 출발할 예정”이라며 자진 출석 형식을 고집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이 목적”이라며 맞섰고 2시간 정도가 지난 오전 10시33분께 결국 윤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었다. 체포된 직후 윤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공개해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불법적이고 무효인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경호차량에 탑승해 공수처 과천청사로 압송된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밤 9시40분에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불법적인 포고령을 발령했으며 △군과 경찰을 동원해 계엄령 해제를 위한 국회의 표결권 행사를 방해하고 정치인을 불법 체포하려 한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의 신문에 진술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윤 대통령을 체포해 48시간 구금할 수 있게 된 공수처는 17일 오전까지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자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마침내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한달 넘게 윤석열 퇴진을 요구해온 주권자 시민들의 힘”이라며 환영했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한국과 한국 국민이 헌법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에 감사한다”며 “한국 국민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 한겨레  정혜민  강재구  조기원 기자  >

 

체포된 윤석열…계엄 결심 시점·국회 봉쇄·체포 지시 규명이 핵심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뭘 조사하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15일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과 경찰의 핵심 지휘부는 모두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면서 ‘내란의 밑그림’은 이미 그려진 상태다. 이제 남은 건 ‘우두머리’ 윤 대통령이다.

 

 

공수처는 우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결심한 시점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란의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 내용을 보면, 검찰은 총선 직전인 지난해 3∼4월 초를 그 시점으로 추정했다. 그 무렵 윤 대통령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만난 자리에서 “조만간 계엄을 해야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을 상대로 정확히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비상계엄 선포를 구상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김용현 전 장관은 야당이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제기하던 2024년 11월24일 “국회가 패악질하고 있다”며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윤 대통령이 말한 것을 듣고서 구체적인 비상계엄 실행 준비에 나섰다. 미리 그가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준비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 작업에 윤 대통령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전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군과 경찰의 ‘국회 봉쇄’가 국헌문란 목적을 위한 폭동이라고 결론 내렸다. 국회 봉쇄 지시는 내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군경 수뇌부의 공소장에도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를 지시했다는 진술이 등장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지 않았다”며 “국회 관계자의 출입도 막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이들의 진술과 윤 대통령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군과 경찰 수뇌부에 어떤 지시를 했는지 윤 대통령 직접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의 정점에도 윤 대통령이 있다. 지금까지 체포 지시 또는 위치추적 협조 요청은 윤 대통령→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 김용현 전 장관→여인형 방첩사령관, 여 사령관→조지호 경찰청장 형태로 전달됐다. 14명 또는 15명으로 취합된 체포 명단은 윤 대통령이 평소 부정적으로 언급했던 인물이라는 진술 정도가 나온 상태다. 윤 대통령의 부정적인 평가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체포 명단으로 완성됐는지도 윤 대통령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10곳 장악을 지시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곳은 국회, 민주당사, 선거관리위원회 3곳, 여론조사 꽃 정도다. 조 청장이 윤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문건을 폐기해 나머지 장악 대상 기관은 밝혀지지 않았다. 작성 주체인 윤 대통령만 아는 사실이다.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소방청에 한겨레·경향·문화방송 단전·단수 협조를 요청한 것이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북풍 공작을 시도했는지도 윤 대통령을 상대로 규명해야 할 핵심 의혹이다. 김용현 전 장관은 여러차례 북한의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계엄의 비선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선 ‘엔엘엘(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가 확인됐지만 검찰과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을 기소할 때까지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윤 대통령을 상대로 북풍 공작의 실체가 밝혀진다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외환죄까지 추가될 수 있다.   < 한겨레 곽진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인 지난해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