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 인멸할 염려 있어” - 심리 후 4시간30분만에 발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과 경호차량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영장당직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영장당직인 차 부장판사 심리로 전날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50시까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4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당초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변호인단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법정에서 40분가량 직접 소명을 했다고 한다.

 

앞선 영장실질심사에선 공수처 검사들이 먼저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에서 윤 대통령이 ‘전형적인 확신범’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공수처 검사들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에 확신을 가지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언제든 극단적인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행동을 한 인물들에 대한 보복 위험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의 프레젠테이션은 70분 동안 이어졌다.

 

윤 대통령 쪽에서는 김홍일·송해은 변호사가 방어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선포 등이 죄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서울서부지법에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관할권이 없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수처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한 것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수색이 불가하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를 위반해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쪽의 반박도 공수처와 같이 70분 동안 이어졌다.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소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비상대권 행사를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을 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마무리되고 20분 동안 휴정한 뒤 재개된 심사는 같은날 저녁 6시50분까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심사 종료 전에도 5분 동안 최후 진술을 했다고 한다.

 

공수처 쪽에서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 체포 당일 조사를 맡았던 차정현 수사4부 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이 출석했다. 윤 대통령 쪽 변호인으로는 김홍일·윤갑근·송해은·석동현·차기환·배진한·이동찬·김계리 변호사 8명이 나왔다.

 

윤 대통령을 변호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은) 사실관계나 증거관계, 법리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설명하고 답변했다”면서 공수처가 주장하는 재범 위험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했다. 공수처 검사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구속기간은 체포 시점으로부터 최장 20일이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 공소제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15일로부터 20일째 되는 날은 다음달 3일께지만 체포적부심에 소요된 기간을 제해야 하고 윤 대통령 쪽에서 구속의 적절성을 다투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어 기소 일정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공소제기를 위해서는 사건을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 앞서 검찰과 공수처는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해야 하는 구속 10일째 이전에 사건을 검찰에 송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설 연휴 이전 윤 대통령을 검찰로 이첩할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정혜민  김가윤 기자 >

 

윤석열 마침내 구속따라 내란 사태 새 국면으로

공수처, 윤석열 강제구인 등 수사에 탄력 전망

구속 윤석열, 일시 체포에서 장기 투옥 처지로
구속적부심 청구할 듯…인용 가능성은 없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5 [공동취재] 
 

현직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은경 판사는 전날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8시간만인 19일 새벽 3시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판사는 윤석열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구속됨으로써 12.3 내란 사태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됐다. 앞서 체포적부심 기각에 이어 구속영장까지 발부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 반면, ‘불법 영장’ 등의 억지를 동원해 반발해온 윤석열 측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공수처는 구속 이전까지 윤석열의 조사 불응에 대해 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강제 구인까지 강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구속이 된 이상 이전보다 강경한 자세로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체포 상태의 피의자에 대해서는 강제 구인을 할 근거가 모호하지만 구속 피의자의 경우 2013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강제 구인하여 조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윤석열은 강제 구인 후에도 이전처럼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또 48시간의 일시적 체포 상태가 아니라 최소 20일간의 구속 수감이 시작됐고 이어 구속 기소까지 이어지면 장기간의 수감 생활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소 무기징역 형이 선고된다. 이렇게 윤석열의 장기 투옥이 예정된 상황에 따라 정치적 지형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였던 극우 지지자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일부는 서부지법 청사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반면 구속 촉구 집회에서는 큰 환호성이 쏟아졌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법과 절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5.1.19 [공동취재]
 

구속 윤석열, 일시 체포에서 장기 투옥 처지로

 

구속된 윤석열은 구속 이전의 ‘체포 피의자’에서 ‘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다. 대우도 달라진다. 일단 정밀신체검사를 받고 수형자 번호가 달린 미결수용 수의를 입게 되며 ‘머그샷’도 찍게 된다. 또 이전의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일반 수용동으로 옮기게 된다.

 

구속기간은 기소 전 단계에서 최대 20일이다. 이는 체포 일자인 15일부터 기산되기 때문에 2월 3일까지다. 구속된 상태로 기소가 되면 1심에서 6개월, 2심에서 6개월간 구속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1심 재판이 6개월이 넘어가면 원칙적으로 석방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원칙일 뿐 법원이 하기에 따라 이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경우 확정 판결 이전에 총 1년 8개월, 602일이나 구속되어 있었다. 특히 계엄 포고문을 비롯한 윤석열의 유죄 증거들이 너무도 명확해 재판 기간을 길게 끄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날 구속 이후로 적어도 무기징역의 유죄 판결 가능성이 매우 큰 윤석열이 구치소 바깥 하늘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대통령 전용 방탄차량에 탈 일도 다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차 구치소를 나섰을 때도 경호처 차량이 아닌 법무부 호송 차량으로 이동했다.

 

앞서 윤석열은 18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당초 윤석열 측은 전날 저녁만 해도 불법영장이라는 이유로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날 오전 변호인 접견 후 마음을 바꿔 출석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피의자가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강제되지는 않는다. 윤석열과 변호인들은 서부지법이 관할 법원이 아니어서 ‘불법 영장’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날 서부지법에 출석함으로써 기존의 불법 운운하던 고집에서 스스로 크게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구속적부심 청구 예상, 인용 가능성은 없어

 

한편 윤석열은 지난 17일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데 이어 구속 이후 구속에 대한 적부심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윤석열이 직접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윤석열은 이번에도 또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직후 청구하기는 어렵다. 체포적부심과 구속적부심은 사실상 단 한번만 청구할 수 있고, 재차 청구할 경우 법원은 심문 없이 그냥 기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적부심의 인용 여부 요건은 당연히 구속영장 발부 여부 요건과 같은 데다, 기존의 구속 사유(도주의 가능성이나 증거인멸 가능성)에 상당한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를 우선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용률이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보다 훨씬 낮은 5~6%에 불과하다.

 

따라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구속 사유에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이 곧장 청구하는 경우 적부심이 열리더라도 판사가 별 고민 없이 기각할 가능성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 섣불리 청구했다가는 단 한번 뿐인 석방 가능성의 기회를 허투루 날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0년 2월 구속됐던 전광훈 목사는 구속된 바로 다음날 곧바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이틀 후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그 이후로도 네 차례나 더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매번 바로 다음 날에 심리 없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의 비웃음거리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통상 구속적부심은 계속 구속 여부에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소 전 구속기간 최대 20일 안에 구속 사유에 중대한 변경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20일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가 이젠 없어졌다고 증명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은 법원의 영장이라는 헌법상의 법 집행 행위를 경호처라는 위력을 동원해 한 차례 막아냈던 심각한 전력이 있다. 구속 시점에서도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이지만 구속적부심에서도 마찬가지다. 석방한 후 관저에 틀어박혀 또다시 경호처를 앞세워 재판 출석이나 재판 후 법정 구속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큰데, 그 경우 모든 책임은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판사를 향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전례가 있어서 뻔히 예상되는 결과였는데도 불구하고 석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면 구속 기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기소 전 구속 기간에 쫓기는 공수처와 기소를 맡을 검찰로서는 오히려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병역조차 경험하지 않은 윤석열로서는 난생 처음으로 자유를 제약받게 되는 것인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물에 가라앉는 몸뚱이를 지푸라기 위에 띄울 수는 당연히 없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