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체포 뒤에도 뜨거운 광장…7차 시민대행진
"내란 사태 언제든 온다…'윤석열 2' 절대 안돼"
"새로운 세상서 차별없이 안전하게 일하고 파"
박석운 "내란 조기종식해야 민생경제 되살려"
"최상목 내란특검법 거부하면 심판 직면할 것"
촛불행동은 헌법재판소 인근서 '파면 콘서트'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18일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구속하라" "헌재(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내란공범 국민의힘 즉각 해체하라"고 외쳤다. 아울러 지난달 3일부터 이어온 내란 사태의 '조기 종식'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가 열렸다. 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15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레빗'(활동명)은 여는 발언을 통해 "윤석열이 체포된 이후 조금 편하게 잘 수 있게 됐다. 구속까지 되면 더 편히 잘 것 같다"며 "윤석열을 체포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지만, 윤석열에게 그 심판을 받게 한 것은 우리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다 만들어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을 지, 밥상을 뒤엎을 지 그들이 선택할 일만 남았다"며 "윤석열의 가증스러운 영상 편지를 보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외칠 것"이라고 했다. 또 "시민이 아닌 윤석열을 선택한 내란공범 국민의힘과, 국가인권위원회 공직자들도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성소수자,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형형색색 깃발과 응원봉만큼이나 이들의 목소리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띠었다.
영국에서 공부 중이라고 소개한 박시온 씨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연대의 물결이 얼마나 강력한지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토론해야 하고, 살아가기 위해 갈등해야 하고, 답을 찾기 위해 질문해야 하고, 편안하기 위해 불편해야 하고 공감하기 위해 분노해야 하고, 타오르기 위해 냉철해야 하고, 자유롭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에서 발언하고 있는 시민 박시온 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는 "지금도 끔찍하게 많은 이들이 혐오와 차별에 집어삼켜져 인권을 훼손하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미디어와 이권 다툼 속에서 뉴라이트, 극우는 파시즘, 포퓰리즘과 결착해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테러리스트를 양성한다"며 "우리의 역할은 끊임없이 사유하고 생각해, 우리가 깨달은 민주와 평화를 이룩하고 수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김민욱 군은 "윤석열이 어떻게 뽑혔나.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망언이 나왔고, 당시 국힘 대표라는 사람(이준석)은 장애인의 절박함을 조롱했다. 우리 사회가 혐오를 제대로 자정하지 못해서 절반 가까운 유권자가 선동에 홀라당 넘어갔다. 이보다 큰 실수가 있는가"라며 "8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윤석열 투(two, 2)'가 나와야겠는가.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와 장애인, 성소수자를 지지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고 했다.
연대의 다짐도 이어졌다. 졸업을 앞둔 중학생 3학년생이라고 밝힌 익명의 청소년은 "부모님 걱정에 몰래 집회에 나온 적도 있었다. 힘들었지만 연대의 힘을 느끼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깃발과 응원봉이 아름다웠고 감동을 받아 눈물났다"며 "윤석열 구속과 퇴진 이후 세상이 이치에 맞게 흘러가길 바란다. 범죄자는 제대로 된 벌을 받고 여성, 청소년, 장애인, 노동자 등 모든 사람이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고 했다.
대학생 이주원 씨는 "오색찬란한 깃발이 휘날리는 광경을 잊지 못할 것이며, 용기를 내 행동한 순간은 후에 또다시 민주주의 훼손되면 용기를 내도록 도와줄 것"이라면서 "우리는 옳은 일에 아무런 조건없이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이 끝이 아니다. 내란동조 국힘 정당해체, 장애인 이동권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 대학등록금 인상 반대,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 앞으로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 목소리 내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광주에서 온 20대 다은 씨는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키지 못했다. 다시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지금 분노를 연료삼아 지켜나가자"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시민은 "이번 같은 상황 다시 오지 않으리라 장담하지 못한다. 그때 오늘을 기억하자"면서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 와도 단념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각계각층의 노동자들도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 유니온' 소속 조합원은 "창원 부산 울산 대구 구미 대전 성주 수원 등 거쳐서 서울에 왔다"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채워줄 연대의 연료와 환대 덕분에 배달 라이더들도 우리 사이에 당당한 시민이자 노동자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 사태 이전에 '일상의 윤석열'인 배민(배달의 민족)·쿠팡은 우리를 괴롭혔다. 최저임금 미만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수많은 동료가 다치고 죽었다. 와닿지 않는 변화 속도에 좌절했다"며 "그러나 전국 대행진에 다양한 시민이 있었다. 우리도 앞으로 수많은 시민들의 권리가 보장될 민주주의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조합원과 함께 "라이더 안전은 시민의 안전"이라고 외쳤다.
특성화고를 졸업해 고졸 노동자로 살아가는 2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신은지 씨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윤석열 이후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은 현장실습 모니터링 예산과 직업계고 자격증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며 "특성화고 재학생과 고졸 노동자들도 학력 차별없이 안전하게 일할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에서 발언하고 있는 라이더 유니온 조합원의 모습.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을 만드는 하청 노동자로 일한다고 소개한 오세일 씨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여전히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 원청이 어려우면 해고와 임금삭감 등으로 차별받는다. 조선 산업이 호황이면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골병들고 죽음을 당한다. 죽음에도 차별 당하는 현실"이라며 "안전하게 퇴근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23년차 소방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동욱 씨는 "내란 세력들이 소방관들에게 몇몇 건물에 단수·단전을 명령했다. 소방청장은 그 범법적인 명령에 협조하고 지시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소방청장이 내란세력에 협조했다"며 "소방청장은 역사 앞에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국민이 소방관에게 준 무한신뢰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5년 을사년은 120년 전 을사 5적과 그 잔당들을 처리하지 못한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내란 우두머리와 그 동조 세력을 이 땅에서 말끔히 제거해야 한다"며 "2025년 이후 다가올 세상은 남녀가 평등하고, 세대 갈등이 없고, 힘 있는 자와 힘 없은 자,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히 여기는 세상, 이 광장에 모인 분들이 정치인이 되고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박석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은 대표 발언으로 집회를 마무리 했다. 박 의장은 "내란의 진실은 덮어질 수 없고, 그들의 구질구질한 지연작전은 필경 헛된 발버둥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현실의 주요 과제는 내란의 조기 종식이다. 친위 쿠데타로 인해 실추된 한국의 국제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민생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내란 조기종식은 필수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란의 조기종식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함으로써 일단락될 것이지만,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뿐 아니라 내란 동조자와 선전선동자들도 제대로 수사하고 처단해야 마땅하다"며 "그런 점에서 내란특검법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법 실행은 여야간 이해관계 문제나 보수와 진보간의 입장차를 넘어서는 헌법질서 수호의 문제다. 이런 점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엄중 경고한다"며 "만일 이번에도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한다면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로 용서받을 수 없고, 엄중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7차). 2025.1.18. 비상행동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날 집회에서는 '이소선합창단', 여성 록 보컬리스트 '김뜻돌', 재즈 보커릴스트 '말로', 밴드 '허클베리핀' 등의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본집회를 마친 뒤, 디제이(DJ) 록시의 공연과 함께 시민들은 신나는 노래에 발맞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열은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출발해 안국동, 을지로입구역, 한국은행 등을 지나 서울광장 인근까지 이어졌다.
한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7시부터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파면 콘서트'를 열었다. 앞서 촛불행동은 연말에 콘서트를 계획했으나 무안 제주공항 참사로 일정을 연기했다.
콘서트에는 김미화와 호세윤 밴드, 극단 경험과 상상, 타카피', 가수 백자, 가수 최도은, 백금렬과 촛불밴드, 노래로물들다, 가수 성국,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빛나는 청춘, 촛불합창단, 작은노래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노래패), 시민 김수근 씨, 시민 김찬영 씨 등 가수부터 일반 시민까지 총출동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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