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전 "총 쏠 수 없나"... 김성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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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17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비상계엄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연락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라며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의 통화기록을 지우라’고 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 비상계엄 이후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뚜렷함에도 검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다’라며 경찰이 김 차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20일 한겨레가 경호처와 경찰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을 조사하면서 비상계엄 며칠 뒤인 지난해 12월 중순께 김 차장이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연락해 “국군방첩사령관·수도방위사령관·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기록을 지우라”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서버 관리자가 “누구의 지시냐”라고 묻자 김 차장은 “대통령의 지시”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다만 서버 관리자는 김 차장의 지시가 불법이라고 여겨 통화기록을 삭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특수단은 김 차장이 이처럼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1차 체포 시도 때 경찰이 채증한 동영상에 특수공무집행방해의 증거가 남아있고, 김 차장이 17일 자진 출석한 점을 들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구속영장이 반려된 19일 석방되어 곧바로 윤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경호업무에 복귀했다. 김 차장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의 사직으로 현재 경호처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등은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적이 없어 추가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데,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김 차장이 다시 대통령경호처 수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김 차장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법과 절차에 따라 기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울 서부지검, 김성훈 "증거인멸 우려없다" 영장 막아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김경호 선임기자

 

경찰 특수단, 경호처 관계자 진술 확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며칠 전 대통령경호처 부장단 오찬에서 총기 사용 검토 지시를 했고 김성훈 차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라는 이유 등으로 불청구했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10~12일 사이 대통령경호처 부장단과 오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부장단과 오찬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는 없냐”라고 물었고 이에 김 차장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진술을 대통령경호처 관계자에게서 확보했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 차장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3일 특수단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함께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대통령경호처가 스크럼을 짜고 막으면서 결국 체포에 실패했다. 이후 추가 집행이 예상되자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 검토 지시를 했고 김 차장은 이같은 지시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앞서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때 무력사용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총기 사용이 포함됐고 김 차장이 이를 받아들인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특수단은 김 차장이 윤 대통령의 극단적인 지시까지 받아들인 만큼 증거인멸을 물론 윤 대통령과 자신의 지시에 불응한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차장이 지난 17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영장을 불청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한겨레에 “법과 절차에 따라 기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 한겨레  정환봉  이지혜  김가윤 기자 >

 

경찰, 대통령실·안가 압수수색…CCTV·계엄문건 확보 시도

 

대통령 삼청동 안가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20일 대통령실과 삼청동 안전가옥(안가)에 대한 압수수색 재시도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특별수사단 수사관은 오후 1시 35분께 삼청동 안가 폐쇄회로(CC)TV 확보를 위해 안가에 도착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도 수사관을 보내 안가 CCTV와 비상계엄 당시 문건과 관련한 자료를 압수수색할 방침이다.

특별수사단은 압수수색영장을 새로 발부받지는 않았다. 지난번 발부받은 영장 집행 기한이 남은 데 따른 추가 집행이라고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전했다.  < 연합 이동환 기자 >

 

 ‘기관단총·실탄 80발, 관저 배치하라’…이광우가 지시했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구역에 진입한 체포팀이 2차 저지선을 넘어 관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기관단총 2정과 실탄 80발을 무기고에서 꺼내 대통령 관저 안으로 옮겨두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본부장은 경호관들에게 대통령 관저 ‘제2정문’이 뚫릴 경우 기관단총을 들고 뛰어나가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다.

 

20일 한겨레가 대통령경호처와 경찰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지난 10~12일 사이 대통령 관저 무기고에서 기관단총인 엠피7(MP7) 두 정과 실탄 80발을 관저 안에 있는 가족경호부로 옮겨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1~2일 전 관저에 근무하는 경호관들에게 “제2정문이 뚫릴 경우 기관단총을 들고 뛰어나가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저 제2정문은 관저 출입구에서 올라와 실제 윤 대통령이 생활하는 집 앞에 나있는 문을 의미한다.

 

실제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 안 가족경호부로 옮겨두라는 이 본부장의 지시는 이행됐다고 한다. 다만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을 집행했던 지난 15일 대부분의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이 본부장 등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특수단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이 본부장이 무기고에서 총기와 실탄을 꺼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수단은 윤 대통령이 지난 10~12일 사이 대통령경호처 부장단과의 오찬에서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 없냐”라고 말했고, 김성훈 경호차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이 본부장이 총기를 무기고에서 꺼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이같은 정황을 확인하고 서울서부지검에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이 이 본부장보다 앞서 청구된 김성훈 차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점 등을 고려해 19일 이 본부장을 석방했다. 특수단은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김 차장의 구속영장 반려 이유를 묻는 한겨레에 “법과 절차에 따라 기각한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 한겨레 이지혜  김가윤  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