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양측 공방으로 보도

언론-포털이 밀어주고 끌어주며 확대재생산

 

12.3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들의 발언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석열과 측근 등 이른바 ‘윤측’의 일방적 주장을 비판이나 검증 없이 단순 인용 중계함으로써 이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언론이 양산하는 '윤측' 발언 보도를 포털이 신속하게 실어줌으로써 언론과 포털이 '상호 공조'해 내란 세력 입장을 확대 재생산 및 유통시키고 있다. 언론운동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분석한 결과도 이같은 언론과 포털 간의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잘 보여준다.

 

민언련 분석 결과 윤석열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1월 14일 오후부터 영장을 집행한 15일 오전까지 언론의 ‘윤측’ 받아쓰기 보도행태는 절정에 달했다. 체포영장 집행 1주 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민언련이 윤석열 체포영장 재집행 1주 전인 1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데이터베이스인 ‘빅카인즈’를 분석한 결과 ‘윤측’을 가장 많이 언급한 상위 5개 언론사는 YTN, 세계일보,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한국경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카인즈를 통해 87개 언론사의 기사와 빅카인즈에 뉴스를 제공하지 않는 연합뉴스 기사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키워드 ‘윤측’, ‘윤 측’, ‘尹측’, ‘尹 측’으로 검색한 것을 합산한 결과 총 2395건의 기사가 나왔다. 민언련은 제목을 중심으로 분석했는데, "제목은 보도에서 언론사 주관과 논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자 시민들의 뉴스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제목에서 ‘윤측’을 가장 많이 언급한 언론사는 YTN(39회)였으며, 다음으로 세계일보(32회), 연합뉴스(23회), 머니투데이(18회), 한국경제(17회), 뉴스핌과 중앙일보(각 15회), 동아일보와 매일경제(각 14회)순이었다.

 

민언련은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인 YTN은 실시간 속보기능이 강한 매체로 한번 방송된 ‘윤측’ 받아쓰기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윤측’ 언급횟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YTN이 전한 <현장영상+/“탄핵 사유의 80% 날아갔다는 게 대통령 측 주장”>(1월 7일)의 경우 헌법 재판 취지에 맞게 형법 위반 여부가 제외된 탄핵소추안을 놓고 벌어진 여야 의원들의 현안질의를 보도하면서 “탄핵 사유의 80%가 날아갔다는 게 대통령 측 주장”이라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전한 대통령 윤석열 주장만 제목에 반영했다. 이 기사의 유튜브 썸네일 제목도 <현장영상/“최초 탄핵소추 당시 판단요소가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 역시 주진우 의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일보, 한국경제의 ‘윤측’ 기사 제목 상당수는 연합뉴스의 ‘윤측’ 언급 기사 제목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연합뉴스가 <尹측, 공수처 영장집행 경찰 일임에 “공사 하청 주나…불가”>(1월 6일)라고 보도하면, 세계일보는 ‘불가’만 떼고 <윤 대통령 측, 공수처 영장 집행 경찰 일임에 “공사 하청 주나”>라고 보도하는 식이었다. 연합뉴스가 <尹측 “내란죄 철회는 탄핵소추 사유 중대한 변경…각하해야”>(1월 7일)라고 보도하면, 세계일보는 말줄임표(…)만 떼고 <尹측 “내란죄 철회는 탄핵소추 사유 중대한 변경 각하해야”>라고 제목을 달았다.

 

세계일보는 공수처, 경찰, 국회, 헌법재판소 입장도 포함시켰지만 기사 제목에는 윤석열 변호인이나 대변인격 주장만 반영해 ‘윤측’ 기사를 다수 내보냈다. 한국경제는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는 식으로 ‘윤측’ 보도를 양산했다.

 

민언련이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윤측’ 받아쓰기 2395건의 기사 제목을 35개 주제로 분류한 결과 가장 많이 보도된 주제는 ‘체포영장 청구, 구속영장 청구(431건)’이었다. 다음으로는 탄핵 내란죄 철회 사유(309건), 계엄 목적 달성할까(82건), 경호처장 경찰 출석(79건), 도피의혹 윤석열 관저 포착(70건)순이었다.

 

이들 상위 5개 주제 중 ‘경호처장 경찰 출석’을 제외한 주제에서 자동 추출된 대표적인 기사 제목은 윤석열 입장을 충실히 담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보도된 ‘체포영장 집행, 구속영장 청구’의 경우 체포영장 청구 및 집행 주체가 고위공직자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임에도 기사 제목에는 공수처, 경찰, 공조본보다 윤석열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됐다.

 

다음으로 많이 보도된 ‘탄핵 내란죄 철회 사유’의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판단 대상으로 삼는 사실관계 자체에서 바뀐 것이 없고 헌법 재판 취지에 맞게 형법 위반 여부만 제외한 것이라는 설명이 거듭 나왔지만 언론은 ‘내란죄 철회로 탄핵소추사유 80%가 철회돼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는 윤석열 주장 위주로 제목을 달았다.

 

세 번째로 많이 보도된 ‘계엄 목적 달성할까’에서 상당수 언론은 당시 윤석열 대리인을 자처한 이들의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대통령이 계엄선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까 고심했다’는 12.3 내란 정당화 궤변을 제목으로 옮겼다.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둔 1월 8일 불거진 윤석열 도피의혹에도 상당수 언론은 ‘도피설은 악의적 거짓선동’이라는 윤석열 대리인을 자처하는 이들의 주장을 제목으로 전파했다.

 

민언련이 네이버에서 윤석열 2차 체포영장 집행시기를 처음 보도한 1월 14일 오후 2시 32분부터 윤석열이 체포된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까지 20시간 동안 키워드 ‘윤측’으로 검색한 보도내용을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도 총 420건의 보도가 나왔는데, ‘윤측’ 보도량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인 곳은 이데일리로 총 19건이었다.

 

이데일리는 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 와중에도 <속보/윤 측 “불법 영장…수색 불가”…저지선서 몸싸움>, <속보/윤 측 “전 과정 철저 채증 법적책임 물을 것”> <속보/윤측 “반국가세력에 나라 장악”>와 같은 기사로 윤석열 측 입장을 시시각각 전했다.

 

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공조본과 윤측의 공방인 양 보도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공수처, 체포영장 제시하며 “집행하겠다” 윤 변호인단 “불법”>에서 “(공조본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윤측은)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며 이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본문은 물론 제목에서도 공조본의 “집행하겠다”는 입장과 윤측의 “불법” 입장을 나란히 배치해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부각했다. 민언련은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은 적법하며, 체포영장 집행 방해는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불법행위인데도 공조본과 윤측 입장을 동일선상에 놓고 공방처럼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

 

내란에서 폭동까지 48일, 언론은 왜 ‘동조자’로 몰리나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비판했지만…

사법 체계 부정 장기화하며 양비론·선동 받아쓰기 도마에 

 
 
▲2025년 1월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날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연합
 

12·3 내란 사태 이후 48일,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며 은둔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구속되고 탄핵심판 절차가 본격화했다. 비상계엄 당일부터 광장을 채웠던 시민의 염원이 실현되기 시작한 찰나, ‘극우 알고리즘’ 속에 음모론을 공유하던 극우 세력의 폭동이 현실로 터져 나왔다. 언론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가해진 무차별 폭력의 피해자가 됐고, 동시에 ‘정말 내란 선동 책임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받아 들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기자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브리핑룸에서 이뤄졌다. 약 30분 전 일부 방송사들 사이에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메시지가 공유됐으나, 정작 취재기자들은 브리핑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전 국민이 비상계엄 선포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이후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 전공의 복귀 위반 시 처단 따위의 위헌적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표되기까지 언론은 이를 ‘속보’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보도하는 YTN 방송 화면을 기자가 촬영하는 모습. ⓒ연합
▲12월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총기를 들고 자세를 취하는 계엄군. 사진=김용욱 기자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한 속보들 가운데 비상계엄 위법성을 지적한 보도는 약 1시간 뒤인 11시24분 서울경제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성명을 인용한 기사로 처음 나왔다. 11시50분께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시민사회의 비판을, 12시2분 한겨레가 <계엄포고령, 유신 때와 유사…대법 “1972년 포고령, 요건 못 갖춰 위헌”> 제목으로 과거 계엄령에 대한 위헌 판결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12시5분 시민들 불안에 집중한 첫 기사를 냈다. 이때까지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비상계엄의 법적 문제를 짚은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신속히 모여든 시민들 덕에 국회가 약 150분 만에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4일, 경향신문·서울신문·한겨레와 광주·전남 지역 신문들은 호외를 냈다. 소위 10대 일간지 모두 윤 대통령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방송 뉴스에선 재난주관사이자 공영방송인 KBS 보도 행태에 비판이 모였다. SBS ‘8뉴스’는 3시간2분, MBC ‘뉴스데스크’는 2시간8분을 이어간 이날 KBS ‘뉴스9’는 58분에 그쳐 “지금이 평상시로 보이나”라는 내부(KBS기자협회) 비판을 샀다. 윤석열 정부에서 ‘낙하산 사장’ 논란을 겪은 KBS와 이를 피해간 MBC는 이후로도 보도 내용에 대한 언론계 평가, 시청률 등 각종 성과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그래픽=이우림.

 

이후 국면은 크게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윤 대통령 체포 실패, 윤 대통령 체포·구속과 탄핵 심판 본격화 기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회의 1차 탄핵소추안 시도가 이뤄지기까지는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비상계엄 전말을 좇는 여러 언론의 단독 보도가 주를 이뤘다. 1차 탄핵안 부결 이후인 지난해 12월9일, 경향신문·한겨레는 1면 기사에 탄핵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 얼굴을 내걸어 호평을 받았다. 보수 성향 중앙일보는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탄핵 대신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 주장을 “얄팍한 정치공학”이라 잘랐다.

 

국회의 2차 탄핵안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12일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국민 담화’도 일방적 궤변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방송 뉴스는 이번에도 KBS가 ‘단순 전달’에 그친 반면 MBC와 SBS는 반성 없이 스스로 정당성을 주장한 윤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JTBC도 ‘팩트체크’ 코너 등으로 윤 대통령의 거짓 주장을 검증했다. 이튿날 신문 1면엔 “29분 쏟아낸 ‘궤변’”(경향), “불법 계엄이 통치라는 尹의 궤변”(동아), “12·12 궤변”(한국) 등 표현이 사용됐다.

 

▲ 호외 1면은 탄핵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신문과 윤 대통령의 사진을 실은 신문으로 나뉘어졌다. 주요 일간지 1면 갈무리.

 

이틀 뒤 2차 탄핵안이 가결되자 10대 종합일간지와 주요 경제지,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 신문 등은 ‘호외’를 냈다. 같은 달 16일 주요 신문은 탄핵안 가결까지 광장에서 모인 시민에 주목했다. 이 와중에 조선일보 1면은 <“우리 사회에 火가 너무 많다”>는 원로 인터뷰를 앞세웠다. 이후 윤 대통령의 사법 체계 부정이 장기화하면서 양비론이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은 공조수사본부(공조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 심판 서류 수취를 거부했다.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윤 대통령 주장을 무너뜨리는 보도들은 꾸준히 이어졌다. JTBC는 17일 <[단독] 전·현직 정보사령관, 롯데리아서 계엄 모의했다…경찰, CCTV 확보>를 시작으로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이른바 ‘충암파’와 계엄 모의를 한 정황을 밝혔다. 같은 날 MBC는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소총·권총에 ‘드론재밍건’까지 187정의 무기로 무장했고 4085발의 실탄을 반출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계엄 관련 발언을 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비상계엄 선포에, 관련 인물들의 적극적 증언이 뒷받침되면서 내란 사태의 전말은 큰 어려움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윤 대통령 대리인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하지만 윤 대통령을 위시한 ‘내란 세력’의 무논리 주장이 권위를 얻은 것 또한 언론 덕분이었다. 이들은 꾸준히 장시간의 궤변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방식을 택했고, 대다수의 언론은 이를 ‘속보’와 ‘생중계’로 전파했다. 지난해 12월12일 윤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 12월19일 윤 대통령 입을 자처한 석동현 변호사의 ‘기습 기자회견’, 12월26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의 기자회견, 올해 1월1일 윤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 등은 모두 예외 없이 시시각각 보도됐다.

 

김용현 전 장관 측의 경우 기자회견 전날 MBC·JTBC·오마이뉴스 등 비판적 언론에 대한 ‘취재 불가’ 통보를 했고,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 등이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긴급 공동 성명을 냈다. 기자회견 당일엔 이 매체 외에도 KBS·채널A·MBN·OBS·뉴스타파 등이 기자회견 취재를 ‘불허’ 당했다. 그 결과인지 날카로운 질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날 기자회견은 중앙일보·연합뉴스TV 등의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고, 그보다 많은 매체의 ‘속보’로 생산됐다.

 

특히 올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내란 우두머리 혐의) 집행이 한 차례 실패를 겪으며 장기화하는 동안, 법원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발부한 체포영장을 ‘불법’이라 규정하는 궤변이 지속적으로 전파됐다.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는 황당한 주장 또한 꾸준히 언론을 탔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중국 부정선거 개입’ ‘이재명 간첩’ 등 도를 넘은 허위 주장을 펼치는 내용도 큰 따옴표 제목에 실려 퍼졌다. 의도적이거나 문제의식 없는 기사 생산, ‘속보’나 ‘1보’ 따로, ‘종합’ ‘분석’ 따로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가 지속됐다.

 

이런 기사들을 그저 일부로 치부할 수는 없다. 104개 주요 언론사 뉴스데이터 기반의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로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탄핵’ 기사 연관어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기점으로 ‘시민들’ ‘민주주의’ ‘비상계엄’ 등이 점차 후 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난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 거듭 불응하고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15일 이후로는 ‘지지자들’ ‘윤 대통령 측’ ‘부정선거’ 등의 연관어가 상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 결정 직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그리고 지난 19일 윤 대통령 구속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이 벌어졌다. 언론의 보도가 폭동의 원인이라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윤 대통령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언론 보도가의 흐림이 이동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후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경찰의 과잉 대응 폭력” “공수처의 무법 행태”가 문제라고 주장한 내용이 비판 없이 큰따옴표 제목의 기사로 보도됐다. 매일경제는 폭동 당일 이란에서의 사건을 국내 사정처럼 오인할 수 있는 제목의 <대법원 앞서 판사 3명 총 맞아 2명 사망·1명 부상> 기사를 썼다 삭제했다.

 

‘선동 받아쓰지 말자’는 목소리는 내란 사태 초기부터 언론계 내부에서 이어져 왔고, 이제는 시민단체와 법조계, 학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탄핵 촉구 집회를 주도하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 10일 “내란세력의 주장을 검증이나 비판 없이 보도하는 무책임한 행위는 내란 동조, 방조, 선전, 선동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도 지난 18일 재차 성명을 내고 “‘체포영장이 불법’이라는 명백히 잘못된 윤 측의 주장을 따옴표 안에 가두어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반저널리즘적 언론 보도는 형식적으로나마 만인 앞에 평등한 형사사법 체계를 요설로 허물어 가는 데 일조하는 짓”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익명 전제로 의견을 밝힌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앞에서 멈춘다. 언론이 방어적 민주주의가 쳐 놓은 마지막 선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주의의 적의 스피커를 자처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깊은 우려를 밝혔다.   <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