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도 불출석 ... 곽종근-홍장원 등 윤석열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확인
내란 국조특위 첫 청문회
12·3 내란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첫 국회 청문회에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파괴 행위를 입증하는 증언을 다시 한번 쏟아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주요 증인들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은 증언을 거부하거나 핵심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22일 열린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쪽이 곽종근한테 체포·구금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어제 헌재에서 말했다’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지난해) 12월9일 검찰조사에서 그런 내용을 검사한테 얘기하고 자술서를 작성했고, 12월10일 (국회 국방위에서도) 그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도 주요 정치인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는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비상계엄 이후) 저녁 10시53분께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말한 내용)”이라며 거듭 확인해줬다.
특위는 이날 여당 위원들의 반대 속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 7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날 오후 2시까지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제외한 6명은 끝내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상민 전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으나, 형사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모든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 시작 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증인들이 기립해 오른손을 들고 증인선서를 할 때도 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12월3일 23시47분, 소방청장에게 (한겨레신문 등 5곳의)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바 있느냐”는 질문을 비롯해 비상계엄 직후 동선이나 경찰 지휘부와의 소통 여부를 묻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문에 총 여덟차례 증언을 거부했다.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성훈 경호차장도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에게 경호처가 비화폰을 지급한 적 있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버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 18일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윤 대통령이 김 차장 등에게 총기 사용이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등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기재한 바 있지만, 김 차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한겨레 기민도 김채운 신민정 기자 >
“조 원장님, 국정원 사랑하시잖아요? 넘버2를 이렇게 경질하시면…”
홍장원 1차장, 청문회서 조태용에 작심발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정치 중립의무 위반’을 이유로 자신을 경질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장이 저에 대해 인사권자(윤석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한 것”이라며 “무고이며 인사제청권의 남용”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종료 직전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제 이야기가 아니라 국정원장과 관련되고, 국정원의 앞날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귀 기울여주시면 좋겠다”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국정원장께서 (제가) 야당 대표에게 전화하라고 말한 것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국정원법에도 없고 국정원직원법에도 없고, 규정에도 없는 것”이라며 “(국정원장이) 임의적,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법 제11조2항에 정치활동 관여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데 자신의 발언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은 이어 “12월6일 있었던 저에 대한 경질은 원천 무효이고 불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국정원장을 고발하거나 행정소청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이 ‘아침 티타임에서 의견을 달라’고 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한 걸로 저를 정치관여 금지 위반이라고 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면), 앞으로 국정원이 창의적이고 자율적 사고(에 바탕한) 대화를 나눠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홍 전 차장이 말한 ‘아이디어’란 그가 비상계엄 다음날인 12월4일 조태용 원장에게 “야당 대표에게도 ‘한반도 안보상황을 국정원이 잘 관리하고 있고, 해외 쪽과도 소통하고 국내 사회질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전화 한번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을 가리킨다. 홍 전 차장의 말은 ‘조 원장이 매일 아침 티타임 때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서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말한 것인데, 이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번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 국정원을 사랑하시잖아요. 우리 국정원을 위해서 ‘넘버2’를 이런 식으로 경질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발전을 위해서 (청문회 끝나고) 돌아가시는 길에 (제 말을) 충분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자 조 원장은 “저한테도 발언 기회를 꼭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규백 특위 위원장은 “홍 전 차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 전에 조 원장에게도 발언 기회를 줬다”며 “2차 청문회에 나와서 발언하라”고 한 뒤 청문회를 산회했다. < 기민도 기자 >
계엄 이튿날 ‘삼청동 안가’ 4인 회동, 이상민이 소집했다
‘12·3 내란’ 이튿날인 지난달 4일 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 4명이 모인 ‘삼청동 안가 회동’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소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임의 성격이 불분명한 안가 회동에서 실패한 내란의 후속 대책이 논의됐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를 ‘충암파’ 이 전 장관이 주도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2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누가 모이자고 했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상민 전 장관”이라고 답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12월4일 밤 이 전 장관과 박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이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을 가진 사실은 드러났지만, 누구의 제안이었는지는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무슨 얘기를 했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계엄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계엄 관련 이야기가 없을 수는 없는데 새로운 계엄(2차 계엄)을 생각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사후 수습책을 논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다 끝났는데 무슨 대처를 하겠나. 우리끼리 무슨 사후 수습 이야기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은 12월3일 밤 한겨레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한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튿날인 12월4일 삼청동 안가 회동까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시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12월5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옹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도 거부하고 모든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
'● Hot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석열 내란] 원로 398명 "절박하다, 민주주의 적에 현혹되지 말아야" (0) | 2025.01.23 |
---|---|
[법원 폭동] 전국 법관들 “서부지법 사태, 용인 불가…헌법질서 근간 훼손” (0) | 2025.01.23 |
[윤석열 내란] ‘법원 폭동’ 이후에도…“아니면 말고” 선동으로 헌재 흔드는 국힘 (0) | 2025.01.23 |
[윤석열 내란] 경호처는 여전히 내란 비호세력... 김성훈 영장 기각 뒤 활보 (0) | 2025.01.23 |
[윤석열 내란] 공수처, 윤석열 조사·압색 무산…검찰 이첩 앞당길듯 (0) | 2025.01.23 |
[윤석열 내란] 추미애 "무장 헬기 작년 NLL 위협 비행, 북풍 공작 의심" (0) | 2025.01.23 |
[윤석열 내란] 내란 후 첫 방첩사 인사, '충암파' 주도... 임종득 아들 포함 (0) | 2025.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