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접지 않은 투표지 당연히 나올 수 있어’
민경욱, ‘관외사전’ 표시 투표지로 부정선거 주장
후보 8명까지 접지 않고 봉투 넣을 수 있어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조용해지는 짤.JPG’?
‘하나같이 1번 기표 뿐이더라’? 명백한 거짓
앞서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을 때 접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단지 기표 내용이 보이지 않게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특히 관외사전 투표의 경우 회송용 봉투에 투표지를 넣으면서 아예 접으라는 지침이 없다는 사실도 자세히 살펴봤다. ☞ '신권처럼 빳빳한 투표지' 부정선거 음모론의 실체
나아가서, 윤석열 측 대리인이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탄핵심판이라는 본안과 전혀 무관한 부정선거 관련 장광설을 풀어놓으면서 늘어놓은 여러 ‘빳빳한 투표지’ 사진들 중 투표지의 출처 구분이 확인되는 유일한 사진은 관외사전 투표지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원래, 당연히, 자연스럽게 빳빳할 수밖에 없는 투표지를 갖고 접힌 자국이 없으니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우긴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관외사전 투표가 아니어서 봉투에 넣지 않고 그냥 투표함에 넣는 일반 투표의 경우에도 접지 않고 넣어도 된다. 중앙선관위도 계속 그렇게 알려왔다. 완전히 접어야만 한다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이야말로 거짓인 것이다.
대법원, ‘접지 않은 투표지 당연히 나올 수 있어’
한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접히지 않은 투표지’로서 지금도 가장 많이 문제 삼고 있는 사진들은 그 절대다수가 2020년 21대 총선에서의 인천연수을 선거구와 구리 선거구에서의 투표지들이다.
실제 윤석열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PPT로 ‘빳빳한 투표지’라며 제시한 여러 사진들도, 지난 회에서 살펴봤던 사진 단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2020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 등에서 제시됐던 사진들이다.
2020년 총선의 인천연수을 선거구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해당 선거구에서 낙선한 당사자이자, 이후 부정선거 원조 전도사 격이 된 민경욱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민경욱은 최종 대법원까지 가면서 재검표를 거치고 자신이 추천한 전문가까지 법정 감정인으로 참여시키며 분투했지만, 완벽하게 패소했다. 그가 무차별로 제기했던 여러 부정선거 의혹들 중 단 하나도 판결에서 사실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주장했던 의혹들 중 ‘빳빳한 투표지’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지난 회에서 필자가 설명한 내용 그대로다.
“선거인이 투표지를 접지 않은 채로 투표함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고, 관외사전투표의 경우에도 이 사건 선거 지역구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되어 있는 후보자가 4명에 불과하여 접지 않고도 회송용 봉투에 투입할 수 있음” - 대법원 판결 ‘2020수30’, ‘2020수5028’
대법원 ‘2020수30’, ‘2020수5028’ 선거무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보도자료.
위 화면의 문서는 민경욱이 제기한 선거무효소송과, 그 비슷한 시기에 제기된 다른 소송까지 2건에 대해 대법원이 같은 날에 선고를 내리면서, 그 판결들에 대한 설명으로 공식적으로 공개한 보도자료의 내용 일부다.
이를 조금 더 쉬운 말로 풀자면 이런 뜻이다.
- 일반 투표를 해도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
- 관외사전 투표지들은 후보가 4명뿐이라 투표지가 짧아 회송용 봉투에 넣을 때 접을 필요가 없었다.
지난회에서 설명한 그대로다. 인천연수구을 선거구 등의 관외 사전투표지들이 원래 접히지 않은 상태로 봉투에 넣어져서 왔고 그래서 그것들을 가지런히 정렬한 모습은 당연히 접은 자국이 없는 ‘빳빳한 신권’ 상태인 것이다.
더욱이 그보다 앞서 설명했던 대로, 공직선거법과 중앙선관위의 지침에 따라 관외사전 투표가 아닌 일반 투표의 경우에도 반드시 접어서 넣을 의무는 없기 때문에 투표지를 접지 않고 투입한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궁극적인 대답에 이르게 된다. 접지 않은 투표지는 원래부터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경욱, ‘관외사전’ 표시된 투표지로 부정선거 주장
그러면 이제, 실제 민경욱이 부정선거 증거라고 제시했던 사진들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살펴보자.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 증거라고 제시한 '빳빳한 투표지' 사진들 중 하나. 민경욱.
딱 보기에도 거의 완벽하게 빳빳하다. 고무줄로 묶인 부분 외에는 휘어진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바로 완벽하게 빳빳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로, 관외사전 투표로 받은 봉투에서 꺼낸 투표지로 보인다.
(참고로, 민경욱이 빳빳하다고 제시한 수많은 사진들 중에는 이 사진만큼 완벽하게 빳빳하지는 않은 사진들도 많다. 이런 ‘덜 빳빳한 투표지’ 사례들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따져볼 것이다.)
그런데 다시 잘 보면, 이 사진에 보이는 세 투표지 묶음들 중 기호1번이 찍힌 투표지는 한 묶음 뿐이고 다른 두 묶음은 2번 민경욱에 기표되어 있다. 혹시 민경욱 자신도 부정선거의 수혜자인가?
물론 이 사진에는 앞서 관외사전 투표에서 나온 투표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집계전’ 종이가 함께 찍히지 않아 최종 확인은 어렵다. 하지만 민경욱은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에 대해서도 부정선거라며 언론들에게 ‘빳빳한 투표지’ 사진을 제시했던 사례가 있다.
아래 사진은 당시 민경욱이 부정선거의 추가 증거라며 제시한 청주상당구을 선거구의 투표지다.
민경욱 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역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내놓았던 청주상당구을 선거구 투표지 묶음.
여기서 왼쪽의 하늘색 집계전 종이를 보시라. ‘유효투표집계전’이라고 된 제목 바로 아래에 ‘선거일’, ‘관내사전’, ‘관외사전’의 세 가지 체크 표시 란이 있고, ‘관외사전’에 체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지난회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분류에 네번째 체크 란으로 ‘재외’가 추가된 것은 22대 총선부터였다.)
역시나, 한번도 접힌 적이 없는 관외사전 투표지인 이유로 당연히 신권처럼 빳빳한 것이다. 게다가 보다시피 이 선거구 투표지도 후보자 수가 5명에 불과해 투표지가 짧다. 회송용 봉투에 접지 않고 그대로 넣는 것이 상식적인 투표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긴 봉투에 짧은 종이를 넣으면서 일부러 접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당시 민경욱은 ‘관외사전’ 투표지가 당연히 접힌 자국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남의 선거구 투표지까지 부정선거 증거라며 주장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자신의 인천연수구을 선거구 투표지들을 확인할 때도 함께 있는 집계전들에 뻔히 ‘관외사전’ 체크가 된 것을 보고도 주목하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지배적인 것이다.
후보 8명까지 접지 않고 봉투 넣을 수 있어
그러면, 후보자가 최대 몇 명인 경우까지 투표지를 접지 않고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을까? 일단 회송용 봉투와 투표지 모두, 좁은 쪽의 폭은 규격이 알려져 있지만 긴 쪽의 길이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략적인 추정치를 생각해봤다. 일단 찾아낸 정보로는 투표지는 좁은 쪽인 가로 폭이 100mm로 규정되어 있고, 봉투는 좁은 쪽이 120mm였다.
먼저 회송용 봉투의 길이를 가늠해보기 위해 아래 사진을 참고했다. 여러 회송용 봉투 사진들 중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직각으로 위에서 찍은 것으로 보여 사진의 봉투 가로세로 비율로부터 길이를 알아냈을 때 비교적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보고 봉투의 가로 길이를 추정해보면, 회송용 봉투의 길이는 (접는 날개 부분을 제외하고) 대략 240mm 정도로 보인다. (회송용 봉투를 찍은 덜 직각의 다른 여러 사진들도 살펴봤는데 역시 비슷했다.) 즉 투표지는 길이로 최대 240mm 이내의 투표지는 접지 않고 이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다.
관외사전 투표용 회송용 봉투. 사이드저널.
그러면 투표지 길이는 어떨까. 투표지는 각각의 선거구 후보자 숫자에 따라 더 길어지지만, 21대와 22대 총선 당시 각 선관위들이 제시한 투표지 모형들과 투표지 촬영 사진들 중 비교적 가로세로 비율이 잘 맞는 사진들을 참고하면, 투표지 길이는 후보자가 5명일 경우 160mm 정도, 6명일 경우 180mm 정도, 7명일 경우 200mm 정도, 8명일 경우 220mm 정도가 된다.
(후보자가 6명인 투표지 모형의 후보자간 간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늘려본 것으로, 후보자 수가 많을 때 간격을 줄인다면 이보다 짧아질 수 있다. 실제 비례대표 투표지의 경우 정당 수가 너무 많아 지역구 투표지보다 간격을 크게 줄여 인쇄되기도 했다.)
즉 후보자가 8명인 경우까지는 투표지를 접지 않고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상식에 따르더라도, 봉투보다 작은 종이를 봉투에 넣으면서 일부러 접어서 넣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현실적 사례와 비교하자면, 조의금이나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는 일과 비슷하다.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으면서 일부러 지폐를 반으로 접어서 넣어본 분, 단 한 분이라도 있을까.
2020년 총선에서 관외사전 투표지에 대해 음모론이 제기됐던 사례들은 필자가 찾아본 한 전부 후보자 수 6명 이하였다. 인천연수구을, 구리시는 후보자가 4명이어서 투표지가 160mm에 불과했고, 청주상당구을도 후보자 5명으로 180mm로 역시 짧았다.
반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짜 투표지’라고 제시하는 접힌 자국 있는 사진들, 즉 그들이 주장하는 ‘진짜 투표지’는 대부분 후보자가 많아서 길이가 긴 투표지들이다. 관외사전 투표라도 접어서 넣을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다. 이런 경우 ‘ㅇㅇ 선거구에서는 빳빳한 가짜 투표지는 단 하나도 안나왔더라’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래 투표지 사진도 부정선거 증거라며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사진이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사진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투표지다. 그런데 사진이 비스듬하게 찍혀서 일견 길어보이지만 실제로는 후보자가 6명밖에 되지 않는 짧은 투표지다. 거기에 매우 빳빳해보이는 외관을 감안하면 관외사전 투표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부정선거 증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투표지 사진.
게다가, 이 양쪽 투표지 묶음들 모두 1번이 아닌 2번 ‘김은혜’에 기표가 되어 있다. 이미 소분되어 고무줄 묶음된 것을 다시 고무줄로 묶은 것을 봤을 때 이미 분류가 끝난 것이고, 따라서 이 투표지들은 전부 김은혜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로 보인다. 이 투표지를 갖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오히려 정반대의 사례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당사자인 김은혜 후보는 자신에게 투표된 투표지를 갖고 부정선거 증거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 음모론자들은 투표지의 가장 기본인 기표가 어디에 되어 있는지조차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부정선거 증거라며 내세우고 있다. 음모론에 눈이 먼 것이다.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
아래 사진도 역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퍼져나간 사진이다. 아래 사진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 커뮤니티 사용자가 MLBPARK에 게시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 붙여놓은 제목부터 가관이다.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이란다. (조용해지기는커녕 웃음부터 나와서 작성자에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일부 음모론자들이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라는 제목을 붙여 주장하는 두 투표지 사진들. MLBPARK 게시 사진.
보다시피 이 사진을 편집해 올린 사용자는 위의 투표지에는 접힌 자국이 보이고 아래의 투표지에는 접힌 자국이 안 보인다는 것을 강조하려 친절하게도 각각 동그라미 표시까지 해놓았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봐도 두 투표지에 매우 중요한 차이들이 있다. 위 투표지는 한 눈에 보기에도 길고 아래 투표지는 짧다. 위 투표지 사진의 후보 수를 세어보면 12명이나 된다. 반면 아래 투표지는 후보가 4명 뿐이다.
즉 위의 투표지는 앞서 살펴봤듯 회송용 봉투보다 길어지기 때문에 설사 관외사전 투표로 투표하더라도 반드시 접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투표지 묶음 아래의 푸른 색 ‘집계전’ 종이를 보면 떡하니 ‘관내사전’에 체크되어 있다. 즉 봉투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함에 바로 투입된 투표지들인 것이다.
반면, 아래 사진은 관외사전 투표지다. 그리고 보다시피 후보자가 4명으로 짧은 투표지다. 그래서 당연히 접힌 자국이 없는 ‘신권 같이 빳빳한’ 투표지인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다.
해당 사진에는 ‘관외사전’으로 표시된 집계전이 보이지 않음에도 필자가 관외사전 투표지라고 장담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그 원본 사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구리시 부정투표의 증거라며 제시된 사진이다. 그 원본 사진이 바로 다음의 사진들 중 왼쪽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도 투표지들이 묶인 상태와 배치, 고무밴드가 묶인 위치 등을 비교해 보면 동일한 투표지 묶음들을 연이어 찍은 사진들임을 알 수 있다.)
박주현 변호사가 2020년 구리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는 이 사진이 ‘관외사전투표지’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박주현 페이스북.
이렇게 구리시 관외사전 투표지 사진들을 제시하며 부정선거 증거라는 주장을 늘어놨던 사람은, 민경욱과 함께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잘 알려진 박주현 변호사다. 이 사진들은 그가 2020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 글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공개했던 사진이다. (조선일보에 저 사진이 첨부된 기사는 지금도 조회가 된다.)
그는 위 사진을 첨부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관외사전투표 봉투에 들어있던 사전투표용지가 어떻게 이렇게 신권지폐처럼 빳빳할 수 있을까요?”라면서, 스스로 관외사전 투표지임을 밝혔다. 따라서 이 투표지 묶음들은 신권처럼 빳빳한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즉 박주현은 적어도 이 의혹을 제기한 2020년 5월 당시에는 관외사전 투표지는 원래 접히지 않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알고도 음모론을 제기할 속셈이었다면 굳이 스스로 ‘관외사전투표 봉투에 들어있던 사전투표용지’라는 핵심 팩트를 공개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1번 기표 뿐이더라’? 명백한 거짓
나아가서, 그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이런 빳빳한 용지들은 모두 하나같이 1번에 기표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이면서 동시에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분류가 끝나 후보자별로 묶인 묶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조회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의 2020년 총선 집계에 따르면, 해당 구리시 선거구에서는 관외사전 투표 투표지가 총 8,714장 나왔고, 그중 1번에 찍은 투표지가 5,758장, 2번에 찍은 투표지는 2,594장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양이다. 즉 이 박 변호사는 이 8700여 장의 투표지가 모두 모인 관외사전 투표지들 중에서 1번 윤호중 후보에 찍은 5700여 장의 투표지들의 묶음 일부만 보고는, ‘다 1번이더라’라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필자는 박주현이 총 8700여 장의 관외사전 투표지들을 충분히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방금 설명했듯 관외사전 투표지가 총 8700여 장이고 그중엔 2번을 찍은 2600 장 가까이 있었다는 중앙선관위 집계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1번을 찍은 5700여 장 외에 분명 2번 찍은 2600 장 가까운 투표지가 더 있었기 때문에 선관위가 투표 집계에 ‘2번 후보 2,594’이라는 숫자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주현이 주장한대로 2번을 찍은 2600 장이 없는데도 선관위가 그렇게 집계했다면, 오히려 박주현이 주장하는 취지와 정반대로 1번 민주당 후보가 부정선거의 불이익을 입은 정반대의 부정선거였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막 질러대기 전에 좀 제대로 뒤져보시지 그랬나.
요컨대, 2번 투표지가 2600여 장이라는 선관위 집계와 달리 박 변호사가 본 투표지는 전부 1번이었다는 그 주장 자체가, 전체 관외사전 투표지 묶음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는 전부 1번이더라며 허풍 혹은 거짓말을 했다는 확실한 반증인 것이다.
그럼에도, 박주현이 2020년에 올린 위 사진은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에도 아래와 같이 변형되어 돌아다녔다. 보다시피 “4.15 총선때 나온 사전투표지 상태. 2024.4.10 총선때는…이런 인쇄된 투표지 무더기 나오지 않도록 경찰 철통감시 필요”라고 써놓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박주현 변호사가 2020년에 퍼뜨린 엉터리 ‘부정선거 증거’ 사진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부정선거 증거라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때는 박주현이 선거무효소송에서 완패하면서 관외사전 투표지는 후보자가 적어 짧을 경우 원래 접히지 않을 수 있다는 판결 내용까지 확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전혀 바로잡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2차 음모론까지 다시 퍼져나간 것이다.
접힌 자국 없이 빳빳하다는 이유로 ‘부정선거 증거’로 몰린 사진들은 음모론자들 사이에 넘쳐난다. 아래는 그중에서 함께 찍힌 집계전에 버젓이 ‘관외사전’ 체크가 되어 있는 사진들이다.
또한번 강조하지만, 관외사전 투표지는 회송용 봉투에 담겨 투표함에 넣고 개표 현장에서 봉투를 뜯기 때문에 원래 접히지도 않고 가장자리가 닳지도 않는다. 당연히 신권처럼 빳빳해진다. 은행에서 받은 신권 지폐를 그대로 축의금 봉투에 넣었다면 그 봉투를 뜯었을 때도 역시 빳빳한 신권이다. 접히지도 구겨지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관외사전 투표지의 경우 해당 투표지의 후보자 수가 적을 경우엔 접히지 않은 빳빳한 상태가 오히려 정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봤다. 논리적∙상식적으로도 당연하고, 선거무효소송을 맡은 법원이 직접 살펴보고 검증한 결과도 같았으며, 해당 증거 사진이라는 것들을 우리가 함께 직접 눈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관외사전 투표지’만이 ‘빳빳한 투표지’ 음모론의 전부는 아니다. 이는 절반의 요인일 뿐 나머지 절반의 요인이 더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서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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