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군 병력 투입·국가비상입법기구 등 위법 사유 핵심 주제 집중 질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첫 증인신청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국회의 군 병력 투입·국가비상입법기구 등 위법 사유가 되는 핵심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지난 23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4차 변론에는 내란죄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궤변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는데, 마치 정해진 답변을 요구하듯 질문하고 김 전 장관은 호응하는 식이었다.

 

불필요하고 반복된 주장들 속에서 재판부는 비상계엄 요건의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졌는지에 집중했다.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당시 국무위원 11명이 대접견실에 모였을 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체적 요건이 충족됐는지, 시행 일시와 지역, 계엄 사령관 등을 이야기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이 “개별적으로 국무위원에게 나눠주고 의안으로 알려줬다고 생각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했느냐”고 거듭 물었다. 김 전 장관은 “11명이 모였을 때 말씀하시는 건 못 들었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파고들었다. 군 병력을 입법권이 있는 국회에 투입하고 계엄선포 해제를 저지하려고 한 행위는 명백한 위헌·위법으로 핵심적인 탄핵소추 사유가 된다. 정 재판관은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 건물 내부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애초에 본청 건물 안에 군 병력이 왜 들어가느냐. 내부에는 의원과 (국회) 관계자가 있었고 시민들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굳이 군 병력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할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그저 “내부에 불필요한 인원들을 빼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뿐이었다.

 

체포 명단으로 알려진 정치인·법조인 등이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로 “동정을 살피라 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의 증언의 모순도 지적됐다. 정 재판관은 “포고령 위반 개연성이 높은 사람을 추려서 동태를 파악하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왜 체포가(체포하라는 지시가) 되나.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고 말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졌다는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도 재판부의 주요 관심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입법기구 문건에 대해 “극도로 정치적 차원으로 이해한다면 계엄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내용은 아닌 거 같다” “예산의 틀 안에서 한다는 취지로밖에 보지 않을 수 없는 거 아닌가, 저도 문건을 보면서 갖게 되는 생각”이라며 마치 처음 보듯이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자 김형두 재판관은 “기재부 장관에게 준 내용하고 (국회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항을 종합해서 보면,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겠다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탄핵 재판 시작 이후 헌재는 일괄 기일 지정과 핵심 증인을 간추리며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쪽이 신청한 증인 30여명 중 4명만 채택한 상태에서 헌재는 2월 4·6·11·13일 등 8차 변론기일까지 일정을 잡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차후 재판 진행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앞으로 진행될 증인신문과 윤 대통령 발언 등에서 시간 제한을 엄격하게 하는 등, 헌재 재판관들이 부당한 소송 절차 지연이나 궤변에 휘둘리지 않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장외의 여론몰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명료하고 신속한 탄핵심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김지은 기자  >

 

도리도리, 끼어들기, 가르마…윤석열 ‘헌재 6시간’ 주요 장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증인으로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과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두 번의 탄핵 재판에 출석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이후 탄핵 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모양새다. 헌재에 두차례 출석해 6시간 동안 피청구인으로 탄핵 재판에 임한 윤 대통령의 주요 장면 5가지를 정리했다.

 

① “영상에 대해서, 짧게 한 말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상으로…”라며 재판을 끝내려 하자 급히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국회 쪽이 재생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짧게 한마디만 하겠다”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청사 진입하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나,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데도”라며 “계엄해제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것을 막았다고 하면 그것은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이 있었던 지난 23일에도 그는 김 전 장관의 답변이 답답한 듯 부연 설명을 했다. 이미선 재판관이 ‘계엄 선포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라고 정리하면 되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증거 수집이 아니라 실체를 파악해서 국민들에게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이후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계엄 선포 이유를 장관에게 물었는데,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지 야당 권고는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봉쇄 의혹과 관련해서도 증인신문 말미에 윤 대통령은 “(의원들) 190명이나 빠른 시일 내에 들어갔다”며 “계엄 선포가 11시인데 (새벽) 1시에 벌써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것은, 그 사실만 보더라도 통제하고 막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 2:8 가르마 손질에 단정한 정장

 

헌재 대심판정에 나타난 윤 대통령은 수트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새였다. 직무정지 이전의 모습처럼 머리도 정돈된 상태여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체 일반 수용자 중에 어느 누가 재판 출석 전에 머리를 손질받는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하며 “특혜성 황제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를 승인한 인물은 누구인가. 메이크업 의혹은 사실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법무부는 “출석 전 대통령실에서 서울구치소 측에 대통령으로서의 의전과 예우, 헌법재판의 중요성 및 관심도 등을 고려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며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 및 이전 교정시설 내 선거방송 촬영 시 후보자 분장 등에 협조한 사례가 있어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기 공간 내에서 간단한 모발 정리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심판정 피소추인석 앞줄에 앉아 자료를 보거나 옆에 앉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영상이 나오면 모니터와 대형 스크린을 번갈아 집중해서 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손을 모으고 재판관과 국회 쪽 대리인단을 돌아보다가, 직접 발언을 할 때는 큰 제스처를 해가며 내용을 설명했다. 변론이 계속 이어지자 입이 마르는 듯 입을 오물거리거나 몇 초간 눈을 감기도 했다.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며 두리번거리는 윤 대통령 특유의 자세는 변론 내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③ 변호사 팔 '툭툭'... 숫자 ‘3’ 사인

 

윤 대통령 쪽은 지난 21일 변론 때부터 부정선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도태우 변호사가 ‘선거인명부시스템 해킹 가능성’ 등을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각종 증거들을 띄워놓고 발표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주장과 비슷했다.

 

도 변호사의 발표에 집중하던 윤 대통령은 손으로 도 변호사의 팔을 툭툭 치면서 숫자 ‘3’을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도 변호사는 ‘국정원이 2024년 10월에 선관위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했다’고 했는데, 2024년이 아닌 2023년이라는 정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주장에 있어서 도 변호사보다 더 정통해 보였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고, 계엄 정당화를 위해 사후 만든 논리라고 하는데 이미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많이 있었다”며 “선거가 부정이라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체크하려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④ “기억나시죠?” “들으니까 기억난다”

 

윤 대통령은 ‘내란 메이트’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포고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에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냥 놔둡시다라는 말씀 드리고 그냥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평소보다 꼼꼼하게 안 보시는 것을 느꼈다”라며 호응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관련 법률을 공부했다. 계엄 요건도 다 찾아보고 사전에 학습했던 것 같다”는 김 전 장관의 검찰 진술이 드러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부주의’를 설명하기 위한 두 사람의 ‘말 맞추기’였다. 이어 “전공의는 왜 집어넣었냐 웃으며 얘기하니, ‘이것도 계고 측면에서 뒀습니다’ 해서 저도 웃으면서 놔뒀는데 기억하시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 기억납니다”라고 답변했다.

 

⑤ 위헌적 계엄 자인한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드러난 위헌·위법 행위를 결과론으로 포장하려다 보니 궤변과 모순을 피하지는 못했다.

 

윤 대통령은 “저나 우리 장관, 군 지휘관이나 영관급 장교들이 다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따르지 않을 것이란 걸 저희들도 알고 있다”며 “그런 전제 하에서 비상계엄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 관련 병력 출동 지시가 ‘반민주적’이고 ‘부당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었다. 김용현 장관에게 포고령과 관련해 직접 질의하면서는 “포고령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도 않지만 ‘그냥 놔둡시다’하고 놔둔 것”이라고도 했다. 포고령이 ‘상위 법규’, 즉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머리는 디자이너 작품? 경호처 작품? “누가 했든 부적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직무가 정지되고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에게라도 헤어스타일링을 받는다면 부적절하고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1일과 23일 두 차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 전 머리 손질을 받았다.

 

박 의원은 24일 한겨레에 “대통령과 부인의 헤어디자이너는 대통령실 소속인데 직무 정지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일 경호처 소속 직원이 관리했다면 대통령 경호 범위에 헤어스타일링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헤어디자이너를 데려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접견 금지된 상태에서 외부인의 접촉이 있었다면 심각한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윤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는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에서 누가 머리 손질을 했는지 물어보려 해도 파악이 잘 안 된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의 ‘머리 손질’이 논란이 되자, 23일 설명자료를 내어 “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기 전 대통령실에서 서울구치소에 대통령 의전과 예우, 헌법 재판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며 “대통령실과 헌법재판소가 협의한 대기 공간 내에서 교도관의 입회 하에 간단한 모발정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구치소 측에서 협조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같은날 법무부는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이전 교정시설 내에서 선거방송을 촬영 시 후보자 분장 등에 협조한 사례가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받은 모발 정리 등은)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나무당은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송 대표의 선거방송은) 소형 카메라로 촬영됐고 프롬프터도 없었다. 촬영장비도 제대로 반입이 안 돼 머리 손질은 요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받은 것은 송 대표의 사례와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법무부 관계자의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고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 한겨레 이정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