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의장 소신 고수... 연 4.25∼4.50%로 유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3차례 연속 이어진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새해 들어 일단 멈추게 됐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으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 요구에도 동결을 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 빅컷(0.5%p 금리 인하)을 단행했을 때는 경제전망예측을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3.4%로 제시하며 올해 4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2월에는 올해 말 기준금리를 3.9%로 제시, 금리 인하 횟수를 2차례로 조정한 바 있다.
연준의 이날 성명도 12월 성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날 성명에서는 “실업률은 최근 몇 달 동안 낮은 수준에서 안정됐으며, 노동시장 상황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달 회의 후 성명에서 “올해(2024년) 초부터 노동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한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이날 성명에서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연준은 평가했다. 지난달 성명에서 나온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표현에서 일부 달라진 것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3.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이 이날 정책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뉴욕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6.83(0.31%) 내린 4만4713.52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8.39(0.47%) 내린 6039.31에, 나스닥 지수는 101.26(0.51%) 내린 1만9632.3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 한겨레 김수헌 기자 >
트럼프 정책 지켜보겠다는 파월…금리동결 직후 “서두를 필요 없어”
“무슨 일 일어날지 몰라…묵묵히 연준의 일 할 것”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지난 20일(현지시각)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행보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편 관세 도입, 이민자 추방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미국 경제의 조타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가에선 새로운 관망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연준은 28∼29일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29일 낸 성명에서 현재의 연 4.25∼4.50%인 연방기금 금리(이하 정책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차례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속으로 내린 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심상치 않은 물가 상황 등을 언급하며 매파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금리 동결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연준의 관리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 자체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뒤 내놓은 성명(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제롬 파월 의장의 회견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다양한 갈래의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 경제의 조타수인 연준 위원들의 시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정책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산유국들에게 원유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유가가 내리면 즉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매우 신중한 발언을 내놨다.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강도와 시점을 놓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데다 그러하기에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 경로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장의 신중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연준이 새로운 ‘기다려보기’(Wait-and-See)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을 불사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 지표를 점검해가며 통화정책 방향의 정당성 내지 근거를 확보해가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취지다.
실제 파월 의장은 회견 내내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인 반면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월가에선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제이피(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내재한 위험으로 미 정부의 재정 적자와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을 짚었다. 물가 재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으니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2%로 점쳤다. 전날의 69%에서 큰 폭으로 동결 전망이 우세해진 것이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1월의 '조용한 결과'가 연준이 보내야 할 격동의 한 해를 시작하는 서막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정남구 기자 >
트럼프 “인플레 해결 실패”…연준 기준금리 동결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초래한 문제를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연준이 디이아이(DEI·다양·공평·포용)와 성 이데올로기, 깨끗한 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썼다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또 “연준이 은행 규제와 관련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며 “재무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노력을 이끌어갈 것이며 모든 미국인과 미국 기업을 위한 대출을 풀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규제를 줄이고 국제무역 균형을 이루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종식을 넘어 더 많은 것을 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재정 측면과 다른 면에서 다시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
미국 뒤흔든 연방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 이틀 만에 철회
발달지체 어린이를 지원하는 미국 프로그램의 수업 모습. AP 연합
미국 백악관이 전국적 혼란을 몰고 온 연방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 중단지시를 이틀 만에 전격 철회했다.
백악관 관리·예산국은 연방기관에 새 메모를 보내, 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를 담고 있는 “엠(M)-25-23 메모를 취소한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27일 백악관 관리·예산국은 연방기관에 “연방 보조금 및 대출금 지급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잠시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내려보냈다. 메모에는 ‘연방 보조금과 대출 프로그램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메모는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따라 받게 될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연방기관의 학교 및 주택 지원금, 의료지원 프로그램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혼란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연방보조금을 받는 비영리단체 등이 연방 법원에 보조금 중단지시의 집행 정지를 요구하며 제소했고,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주에서도 잇따라 소송에 나섰다.
이에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로렌 알리칸 판사는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보조금 지출 잠정 중단 조치를 다음달 3일까지 보류하라고 명령했다.
논란과 혼선이 이어지자 결국 이틀 만에 백악관이 연방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를 취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연방 보조금 지출 중단을 지시한 메모는 취소됐지만, 외국 원조와 디이아이(DEI·다양·공평·포용) 관련 지원 등을 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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