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 민주당 “극우 유튜버처럼 헌재 모욕” 
헌재 공보관 “정치권과 언론에서 탄핵 심판의 본질 왜곡” 유감 
이 와중에 조선일보 “헌재, 민주당에 ‘탄핵 폭주 허가증’ 준 것”

 
 
▲헌법재판소 깃발. ⓒ연합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자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난 과거 행적들과 특정 정치세력과의 특수 관계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치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를 국민들께서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재명 대표와의 사적 친분과 함께, 불분명한 국가관과 편향적 언행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선 재판관은 동생이 대통령 퇴진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국민의힘은 원내대표까지 나서 극우 유튜버처럼 헌법재판관의 10여 년 전 SNS 글을 파내고 가족을 들먹이며 헌법재판소를 모욕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재판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결국 헌재 결정에 불복할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의힘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사회적 합의로 어렵게 만들어진 헌법기관을 흔드는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도 대응에 나섰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 되는지와 그 위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법부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보수신문 사설도 등장했다. 동아일보는 2월1일 사설 <與 헌법재판관 공격, 도를 넘었다>에서 “(국힘 주장대로) 진보 성향 재판관 3명을 심판에서 배제하자는 것은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논리라면 윤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여당이 추천한 재판관도 제척·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참여해야 하는 탄핵 심판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헌법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에 각각 3명의 재판관을 임명·지명·선출할 권한을 준 것은 헌재의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서다. 탄핵, 정당 해산 등 정치적 사건들을 담당하는 헌재의 특성상 재판관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설계한 것”이라며 “헌재에는 보수-중도-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늘 혼재돼 있었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나아가 “여당에서 주장하는 진보 성향 재판관들의 신상 문제도 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다. 문형배 권한대행이 법적 판단에 장애가 될 만큼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라는 점은 확인된 바 없다. 이미선 재판관의 동생이 민변 산하 윤석열퇴진특위 부위원장이라는 점도 제척이나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여당이 재판관들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을 쏟아내는 것은 탄핵 심판 보이콧이나 불복까지 염두에 둔 여론전으로 비칠 뿐이다. 헌재에 대한 불신을 자극해 혼란과 분열이 더욱 가중된다면 그 책임은 여당 몫”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헌재를 흔드는 사설도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2월1일 사설 <방통위 수장 겨냥한 네 번째 탄핵안이 남용 아니라니>에서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도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탄핵소추는) 오로지 야당을 적극 지원해 주는 MBC 지휘부를 사수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무슨 헌법 수호 목적이 있겠나. 이런 탄핵이 남용이 아니라는 헌재 판단은 상식 밖”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판단이 “민주당에 ‘탄핵 폭주 허가증’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틀었다.

 

조선일보는 헌재가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의 위헌 여부를 3일 선고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헌재 내 진보파가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이려고 마 후보 임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면서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오해받을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왔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한국사 강사 전한길 “계엄령=계몽령”…음모론 이어 또 망언

부산 윤석열 탄핵 반대 기도회 참석

 
 
           ‘꽃보다전한길’ 유튜브 채널 중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 영상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 모두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법과 질서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계몽령’이다.”

 

1일 오후 3시26분께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 개신교 쪽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인 ‘구국기도회’에 참석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이렇게 주장했다. 그의 말에 부산역 광장에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 1만3천여명(경찰 추산)이 소리를 지르며 손뼉 쳤다.

 

“저는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고 운을 뗀 전씨는 “윤 대통령을 다시 직무에 복귀시키고,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는 애국심 하나로 이렇게 100만명이 모였다. 오늘은 침몰 직전 대한민국을 살려낸 역사적인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불법 수사와 체포, 서부지법의 불법 영장으로 억울하게 갇힌 윤 대통령을 석방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고 했다. 

 

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종교단체가 주최한 ‘구국기도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전씨는 또 “계엄으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29차례 탄핵,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행정부를 마비시킨 야당의 실체를 국민이 봤다. 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의 내란이 아니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행정부와 국가 시스템을 모두 마비시키는 자는 거대 야당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폭압적이고 비합법적 방법으로 탄핵당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10만명의 유명 한국사 강사인 전씨는 지난달 19일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등 극우 세력 주장을 지지하는 여러 행태를 보여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종교단체가 주최한 ‘구국기도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김영동 기자

 

집회에 참석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수영구)은 “오늘 이 자리에서 대구, 부산 시민들이 모인 열기를 보니 대통령께서 돌아올 것 같다. 부산이 지켜야 한다. 지금 제2의 6·25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부산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산역 광장 곳곳에 경력 320명을 배치해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집회는 이날 오후 5시께 끝났다.            < 한겨레 김영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