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북 공격 유도, 오물풍선 원점타격, 평양 무인기 등 '북풍' 의혹 규명 유야무야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 2024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
 


윤석열 구속기소후 12·3 내란 사태 진상규명이 소강상태인 가운데 대표적인 의혹인 '북풍 공작'이 잊혀졌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야권 주도의 '내란특검법'에서 관련 의혹이 빠진데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도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북풍 의혹의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구속된 이후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가 벽에 부닥친 상황입니다. 북풍 공작은 자칫 한반도에 군사적 재앙을 몰고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석열 등 내란세력이 비상계엄 구상·선포과정에서 북한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애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납니다. 가장 직접적인 정황으로는 '내란 기획자'로 알려진 노상원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라고 적힌 내용입니다. 비상계엄 요건을 갖추기 위해 서해 NLL에서 국지전을 기획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수첩에는 '오물 풍선' 내용도 등장하는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풍선 살포 지역을 원점 타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10월 평양 상공에서 포착된 무인기 역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습니다.

노상원 진술 거부·군 반발·'내란 특검법' 관련 의혹 제외 등 난관

이런 중대한 의혹이 밝혀지지 않은 일차적인 이유는 노상원의 진술 거부에 있습니다. 경찰이 노상원 체포 당시 확보한 60~70쪽 수첩에는 NLL 유도 외에 정치인·언론인·종교인 등을 '수거 대상'으로 적시하고 '사살'이라고 쓰인 메모도 발견됐습니다. 검경 수사과정에서 정보사가 계엄선포를 앞두고 전방에 있던 HID 북파공작원들을 판교 등 수도권에 대기시켰으며 북한 군복을 대량구매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요인암살까지 기획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북한군복을 입은 요원을 동원해 계엄에 활용하려한 게 아니냐고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노상원은 지난해 9월부터 김용현 공관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특히 계엄 직전 주말부터 당일까지 매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계엄을 총괄한 김용현과 이토록 자주 접촉했다는 건 노상원의 임무와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암시합니다. '북풍 공작'도 김용현과 노상원이 공모, 실행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노상원이 수사기관에서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는데다, 김용현도 입을 다물고 있어 검찰로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계엄 실행과정의 전체적인 그림의 한축이 비워져 있는 셈입니다.

'북풍 공작' 의혹이 당사자인 국방부의 맹렬한 반대도 진상 규명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국방부는 "정상적인 군사활동과 조치에 의혹을 제기해 안보 불안과 군의 군사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반박해왔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군은 국회와 선관위 등에 침입하는 등 내란 수행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기된 의혹의 사실여부 파악에 군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방해하는 모양새입니다. 군의 치부를 덮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의 집요한 반대도 걸림돌입니다. 당초 '북풍 공작' 의혹은 내란특검법에 포함됐지만 국민의힘과 협상 과정에서 제외됐습니다. 당시 수사 대상으로는 NLL 공격과 오물풍선, 무인기 침투 외에도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확대살포, 우크라이나 파병 주장 등 6개에 달했습니다. 대북전단이나 대북확성기 방송은 국민의힘 주장처럼 통상적인 심리전 대응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나머지는 군의 정상적인 대북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군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당사자들도 입을 다물고, 군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고, 특검이나 검찰 수사도 어렵다면 '북풍 공작' 의혹은 이대로 묻혀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재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뿐 아니라, 군에 대한 불신도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일각에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내란특검법 국회 재의결이 부결돼 야권이 재발의할 때 '북풍 공작' 의혹을 다시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윤석열이 '정권 안보' '가족 안보'를 위해 전쟁 위기까지 불사했는지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의 요구입니다.    < 오마이 이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