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이기주의 투철한 검사들 이례적 반발
내부망에 "즉시항고 왜 포기했나" 글 속출
민주당 검사 탄핵에 발끈했던 검사도 동참
임은정 "총장이 사의 표명도 없이 뭐 하나"
뒤에서 총장 저격하는 '비윤' 검사 수두룩
"본인 면피 위해 검찰 조직 팔아먹어" 신랄
법원 내부서 지귀연 부장판사 정면 비판도
야5당 심우정 고발…주중 탄핵 카드 꺼낼 듯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치소에 갇혀 있던 윤석열 대통령을 대놓고 풀어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 안팎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와 야권이 심 총장의 사퇴와 탄핵을 압박하는 가운데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확산되는 기류다.
특히 검찰 내부의 심상치 않은 반발이 눈길을 끈다. 검찰은 특유의 극단적 조직 이기주의와 상명하복 문화로 인해 아무리 수뇌부에서 부당한 지침을 내려도 일선에서는 순응하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심 총장의 윤 대통령 석방 지휘를 두고 소위 '친한계'(친한동훈계) 검사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진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이 한때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대한 데 이어 이젠 수사팀 외의 다른 검사들도 직간접적으로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무혐의 처리에 여론의 질타가 빗발칠 때도 고요하기만 했던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부터 감지된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9일 저녁 '구속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검이 이번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고 풍성하게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그래야 검찰 구성원들만이라도 대검 지휘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듯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검사는 "재판부가 제시하는 구속취소의 사유가 전례에 어긋나는 등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즉시항고를 통해 그 당부에 대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수본은 이런 입장에서 즉시항고를 주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뼈있는 의문을 던졌다.
박 검사는 이 글의 댓글에서도 "대부분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즉시항고를 포기해야 한다'라는 대검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언론에 일부 소개되는 논거들 중에는 위헌 논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며 "실정법에 규정된 절차를 집행 담당자가 지레 위헌 논란을 염두에 두어 그 절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 가능성이 높아서 포기했다는 게 심 총장과 수뇌부가 내세우는 핵심 사유인데 여기에 사실상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박 검사는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비위 의혹이 있는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을 땐 이프로스에 '저는 침묵할 생각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직 논리에 충실한 듯한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그는 해당 글에서 "민주당이 법 정신과 상식을 넘어선 정치 행위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사들이 결코 동료들이 부당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말로만 힘이 돼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이번에 박 검사가 사뭇 달리진 기조로 올린 글에는 다른 검사들의 호응도 잇따르고 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는 10일 오전 댓글을 달아 "지금의 구속기간 산입 등 법 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총장과 대검찰청 간부들은 즉시항고는 물론 보통항고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이 또한 검찰 지도부 뜻에 반하는 의견이다.
이승민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변시 10회) 역시 댓글에서 "형사소송법 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를 구속취소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데, '구속기간 도과'가 과연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 포함되는 것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면서 "형소법 관련 조문을 아무리 뜯어봐도 법원의 결정이 이해가지 않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은 더더욱 이해가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는 '명확한 실무지침을 요청드립니다'란 글을 올려 "사람의 인신 구금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검사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맡기지 말고 명확하고 통일된 지침을 알려달라"고 했다.
오랫동안 검찰 내 '호루라기' 역할을 해온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0기)는 한발 더 나아가 심 총장이 최근에 올린 글에 이날 댓글을 달아 "여러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하리라고 상상하지 않았다"며 "검찰총장의 '검찰 사망 선언'으로 비춰지고 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와 사의 표명 등도 없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심 총장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형식적으로라도 즉시항고를 할 거라고 확신했다가 황망하고 어이없어하고 있다"며 "저도 검찰 구성원이다 보니 우리 검찰제국의 몰락이 좀 덜 추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는데, 바람은 바람일 뿐 현실은 아니다"라고 썼다.
직접 글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속내를 표명하는 검사들의 볼멘소리는 더욱 신랄하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전 민주당이 "현직 '비윤' 검사들의 전화를 오랜만에 받았다"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 검사는 심 총장 처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우정이 너무나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본인 면피를 위해서 검찰 조직을 팔아먹었다." "윤석열이 검찰을 흔들어 놨는데 심우정은 검찰을 아예 뿌리째 뽑았다." "윤석열 때문에 관이 짜졌는데 심우정은 검찰을 관 속에 집어넣고 관 뚜껑에 못질까지 했다." "만약 이재명, 조국, 정경심에 대해 법원이 시간으로 계산을 해서 구속 취소를 했다면 과연 대검이 장시간 회의를 하고 석방 지휘 결론을 내렸겠느냐. 10분도 안 돼서 반박 성명 내고 즉시항고를 했을 거다."

법원 내부에서도 지귀연 부장판사의 황당한 구속취소 결정과 심우정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결정은 법리적·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종래의 선례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단언했다. 판사가 다른 판사의 판결이나 결정에 대해 이처럼 '잘못됐다'고 정면으로 지목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김도균 부장판사는 지귀연 재판부가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한 데 대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 기간은 10일, 즉 '날' 단위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현재까지의 구속기간 계산 선례는 법리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시행돼 왔다. 그렇다면 종례 선례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적어도 종례 선례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검찰에도 화살을 돌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취소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절차적 혼선을 정리했어야 하지만, 검찰은 무슨 연고인지 이 쟁점이 형사 절차상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존재함에도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전국의 모든 형사재판부는 적부심이 청구된 모든 사건에 관해 구속 일수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지에 관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또 수십 년 동안 '시간'이 아닌 '날수'로 구속 기간을 따져왔는데 갑자기 선례를 변경하면 "종래의 많은 사건에 대해 부당한 구금상태에서의 공판 진행을 이유로 취소해야 할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이 사건 당사자인 윤 대통령 본인조차도 검사로서 위와 같은 업무 관행을 아무 문제 제기 없이 충실히 따라왔을 것인데 이제 와서 본인 사건에 다른 기준을 주장하는 건 지극한 모순"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헌정사 초유의 기상천외한 꼼수로 다른 피고인도 아닌 내란 수괴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는 뒤에 숨어 입을 닫고 있고, 이를 실행에 옮겨 윤 대통령을 하루 만에 석방한 심우정 검찰총장은 사퇴는커녕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의 적반하장으로 맞서고 있다.
심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게 "적법 절차와 인권 보장은 제가 취임 이후 계속해서 강조해 온 저희 검찰의 기본적인 사명"이라며 "기소 이후에 피고인의 신병에 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 결정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의 반발이 컸다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수사팀은 수사팀의 의견을 제출했고, 대검 부장회의 등을 거쳐 모든 의견을 종합해서 제가 판단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사퇴 요구 및 탄핵 검토에 관해서는 "수사팀, 대검 부장 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적법 절차의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린 것인데, 그것이 사퇴 또는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니만큼 앞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에 따라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심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적법 절차' '소신'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이날 예고한 대로 심 총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 총장은 특수본 수사팀의 주장을 묵살한 채 즉시항고 포기를 결정했다. 상급심에서 다퉈볼 기회도, 여지도, 근거도 충분한 상황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투항했다"며 "내란수괴를 풀어주기 위한 검찰의 큰 그림이 명확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심 총장을 향해 "직권남용의 죄를 묻겠다"며 "내란수괴 비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소속 추미애·서영교·박선원·강유정·김기표·이성윤 의원 등은 따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항의 방문해 이진동 대검 차장, 전무곤 기획조정부장 등과 1시간 넘게 면담했다. 그러나 대검 간부들이 심 총장의 출근길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윤 대통령을 다시 구속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고 심 총장과 동반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치검찰이 늘 그래왔듯 심 총장이 전혀 개정의 정을 보이지 않고 그냥 버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민주당이 결국 탄핵 카드를 꺼내게 될지 주목된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서 "검찰 역사 이래 내란범을 풀어준 오명의 역사가 어디 있느냐"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만큼 사퇴하지 않을 경우 즉시 탄핵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심 총장 탄핵을 결심하면 조만간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13일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본회의에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수도 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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