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측 "명태균, 민주당 만난 뒤 돌변" ?

명태균과 측근들, 오세훈 관련 진술 일관돼
2021년 지인과 녹취서 재확인되는 주장들

오세훈 쪽, 상황 불리해지자 물타기하는 듯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무궁화포럼 제6회 토론회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협력 전략'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25.3.11. 연합

 

명태균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불법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 씨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 시장 쪽 주장과 달리, 명 씨가 주장하는 내용은 명 씨와 명 씨 측근뿐 아니라 4년 전 명 씨와 지인의 녹취 등에서도 이미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12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명씨의 진술이 구속 전후로 오락가락하면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혹 대부분이 녹취나 메시지 캡처 등과 같은 물증이 아니라 명씨의 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란이 수사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특보는 "명 씨가 지난해 10월 5일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 시장을 서울시장으로) 만들라고 했다'며 '오세훈은 본인이 왜 시장이 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고 과거 보도내용을 전했다. 또 "같은 달 12일 이뤄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명 씨가) '오세훈은 지가 왜 (서울시장이) 됐는지 모른다'라며 같은 취지의 주장 펼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2024.11.8. 연합

 

이 특보는 "하지만 이러한 명 씨의 입장은 같은 해 11월 15일 구속수감 후 180도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 씨가) 연일 인터뷰했던 '오세훈은 모른다'는 '오 시장이 전화 와서 나경원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이기는 방법을 알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돌변했다"고 말했다. 또 "'김종인 전 위원장을 통해 컨트롤했다'는 '오 시장과 7번 만났다'로, '무보수로 도왔다'는 '오세훈이 나한테 직접 전화와 김한정(오세훈 스폰서)이 비용을 부담할 테니까 여론조사를 진행해달라', '김한정에게 2000만원 빌리러 가고 있다'로 연이어 탈바꿈했다"고 주장했다. 

 

이 특보는 그러면서 "명 씨의 태도가 이렇게 돌변한 데는 명 씨와 민주당 사이의 구치소 접견 시점을 주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이나 김한나 변호사 등 민주당 인사들이 지난달 명 씨를 접견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친야 성향 인터넷매체 '뉴탐사'가 민주당 부패·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소속 김한나 변호사가 (지난달) 명씨와 접견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김 변호사에게 '민주당 공익제보자가 되어 보수 정치의 적폐 청산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면서 "이날 이후 명씨 측은 'SH공사 사장 자리 약속' '오 시장과 7번 만났다'(2월 27일 명씨 검찰 진술) 등 자극적 발언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명태균 씨 사진. 2024.11.13. 김소연 변호사 SNS

 

이 특보의 주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시장 스폰서 김한정 씨 등과 관련된 발언이 구속 수감 이후 바뀌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하지만 이는 설명 자체에서 애초에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오 시장 쪽이 말하는 명 씨의 주장은 각 언론 매체가 서로 다른 시기에 취재한 내용들로, 같은 선상에 놓고 단순히 비교해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명 씨의 발언이 나오는 상황과 질문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론조사 대납 의혹과 관련해 '오세훈'과 연결되는 '김종인' '김한정' '나경원' 등의 열쇳말들은 명 씨와 명 씨 측근에 대한 종합적인 취재, 인터뷰에서 확인되고 있다.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진이 지난달 초 만난 명 씨의 측근은 오 시장과 관련, "2021년 초 명태균이 오세훈 전화를 받았는데, 오세훈이 '언제 서울로 올라오실 거냐. 아직도 거기(창원)에 있으면 어떡하냐. 빨리 서울에 올라와달라'고 말하는 걸 직접 들었다. 그 후 무슨 중국집에서 만났고 그 자리에서 오세훈이 '살려달라'고 말했다고 명 씨로부터 추가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명 씨를 만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게 명 씨 측근의 설명이다.

 

아울러 명 씨 측근은 '오 시장에 대한 접근은 처음엔 명 씨가 적극적이었지만, 명 씨의 영향력을 확인한 오 시장 역시 만남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명 씨 측근에 따르면 오 시장을 만나기 전, 명 씨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나경원이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붙으면 밀리는데 오세훈이 박영선 후보와 붙으면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후 어떤 경로로 명 씨의 분석이 오 시장 쪽에 전달됐고, 오 시장 쪽에서 적극 만남을 갖자고 말해왔다는 게 명 씨 측근의 설명이다.

 

<워치독>의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의 진술은 이종현 특보의 말대로 바뀐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언론 보도를 통해 조각이 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특보의 주장과는 반대로 그동안 언론에 제기된 ▲'오세훈이 명태균에게 나경원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 대목이나 ▲'김종인이 컨트롤했다'는 대목 ▲ '김한정이 비용을 부담했다'는 대목 등을 모두 종합하면 오 시장과 관련된 의혹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4년 전인 지난 2021년 8월 5일 명 씨와 지인이 나눈 녹취에서도 등장한다(아래 영상 참고).

https://youtu.be/yGPb9vNcJJY

〈4년 전 녹취까지 있는데…오세훈 "명태균 모른다"〉. 2025.3.12. 영상 제작 뉴탐사 김은도 PD.

 

4년 전에 녹음된 명 씨의 대화에는 ▲명 씨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 플랜까지 다 만들어줬다"는 내용 ▲명 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오세훈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었다"는 내용 ▲오 시장의 스폰서인 김한정 회장도 "이 사람(명태균)이 다했다 해서 같이 (오세훈에 의해) 먼지떨이 됐다"고 하는 내용 등이 함께 등장한다. 4년 전 녹음된 대화 내용이지만, 현재 언론에서 제기되는 의혹들과 그대로 연결이 된다.

 

<워치독> 취재와 4년 전 명태균 씨 녹취록 등을 종합해 정리하면, 오 시장 쪽 주장대로 명 씨의 주장이 바뀐 것이라기보다는 명 씨나 명 씨 측근의 주장대로 '김종인' '김한정'이나 '나경원' 등을 열쇳말로 오히려 한 가지 그림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모든 진술이 정확하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4년 전 녹취에서도 언급한 내용들이 4년 후인 현재의 보도에서 일치하고 있고, 이를 종합하는 것이 사건의 진실을 그리는 데 가까워 보인다.

 

강혜경 씨가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로부터 송금 받은 3,300만원의 입금 내역. 2024.11.22. 뉴스타파

 

다만 스폰서인 김한정 씨 역시 아직까지 오 시장 쪽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명씨를 선의로, 경제적으로 도운 적은 있지만 오 시장에게 명씨의 여론조사를 전달한 적은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을 대신해 보도참고자료를 낸 이종현 특보는 "일반적으로 진술의 신빙성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같은 말을 하느냐 여부로 판단하는데, 수사당국은 명 씨의 진술이 누군가의 회유나 압박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 씨는 반대로 오 시장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난 10일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오 시장은 강혜경이 자신에게 의뢰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비공표 여론조사가 명태균의 지시로 조작됐다고, 허위사실로 압박하고 여론몰이하자 불법적인 본인의 행위가 드러날까 봐 지레 겁을 먹고 거짓말을 마구마구 쏟아내며 신속한 검찰 조사를 요구한다며 쇼를 하다가 자기가 자기 무덤을 파는 엽기적이고 멍청한 어리석은 짓을 저질러 버렸다"고 했다.

 

명 씨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봐 나는 오세훈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여러 번 경고를 했다"며 "배신 배반형인 오세훈 시장이 나를 먼저 고소해 벌어진 일이니 그 누구도 나를 원망하지 말라. 황금폰에서 나온 증거 때문에 지금은 돌이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