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파면 후 조기 대선은 헌정질서 수호 ‘민주헌정주의’와 ‘반헌정주의’ 싸움돼야"

[인터뷰]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12·3 내란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헌정주의 기초가 무너지고 초법적 폭력에 의존하는 세력들이 계속 존재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처럼 한국도 언제든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가 다시 집권할 수 있다. 그때는 윤석열보다 훨씬 유능한 사람이 돌아올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찻집에서 만난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12·3 내란 이후의 정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보였다. 미국 정치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그는 “한국도 미국처럼 헌정질서가 위협받는 ‘차가운 내전’ 또는 ‘유사 내전’이 빈발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펼쳐질 조기 대선은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민주헌정주의’와 ‘반헌정주의’의 싸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우의 부상 움직임이 심각하다.

 

“윤 대통령 당선 뒤 ‘검찰 통치’가 국정 전반의 운영 원리가 되고, 행정권력을 이용한 권위주의적 통치가 강화됐다. 권위주의 통치와 독재, 파시즘 사이엔 뚜렷한 경계가 없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한국은 그 경계를 일거에 뛰어넘어 극우 파시즘 단계에 들어섰다.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 더 초법적이고 파쇼화되는 세계적 흐름이 한국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백인 노동계급의 박탈감, 이민자 혐오 같은 극우화 토양이 약하지 않나?

 

“트럼프가 지난달 에스엔에스에 “조국을 구하는 사람은 그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행정 수반이 초법적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지난 4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선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들’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진술과 내용이 유사하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미국 의사당 폭동 때도 폭력을 정당화했다. 윤석열과 그 지지층이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정당화하는 것도 비슷하다. 미국의 이민자 혐오처럼 한국 극우도 중국이라는 새로운 적을 만들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 뒤 국민의힘은 극우 세력을 끌어안는 모습이다.

 

“미국 공화당은 오로지 선거 승리를 위해 트럼프를 내세우고 다들 그에게 엎드렸다. 국민의힘도 선거 승리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아웃사이더’ 윤석열이 들어왔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차지한 것처럼 윤석열 앞에 국민의힘도 엎드렸다. 이게 정치를 악화시켰다. 물론 국민의힘이 진짜 윤석열을 믿고 따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은 광장의 강경 세력 지지를 흡수하는 게 이득이 된다고 본 것이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카페에서 12·3 내란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대선이 열리면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닌 ‘민주헌정주의 대 반헌정주의’ 싸움을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헌정주의의 핵심은 헌법과 적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의 국정운영, 선거 결과 승복, 언론·출판·표현의 자유, 개인의 권리 보장 등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세력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보수라도 헌정주의에 동의한다면 내치지 말고 연대해야 한다. 그렇다고 헌정 수호에만 머무를 순 없다. 더 나은 민주공화국이 되길 바라는, 사회대개혁을 꿈꾸는 광장의 목소리도 대변해야 한다.”

 

―대선 이후 ‘극우의 주류화’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민주헌정주의 세력이 당선된다면 대연합의 정신 속에서 국정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대개혁위원회나 미래전략위원회 같은 조직을 초당적으로 설치해 공통의 의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극단적 폭력에 기대는 세력에는 단호한 법의 지배를 보여줘야 한다. 극단적 세력이 대통령제를 오용할 수 없게 하려면 다당제 연합 정치를 위한 결선투표제 도입도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의 광범위한 참여에 의한 더 큰 개혁과 개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이승준 기자 >

 

조갑제 “윤 대통령 복귀하면 공화국 무너지는 것”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유튜브 갈무리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파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대표는 14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헌재의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기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전원일치 탄핵인용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여타 탄핵심판 선고에서 정치 성향 구분 없이 만장일치 결론을 내린 만큼, 이런 흐름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자꾸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들이 탄핵 기각 쪽으로 설 거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 보는 것”이라며 “보수 성향이라는 것은 헌법 수호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탄핵 기각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복귀시켜서 국군 통수권을 행사토록 하면 앞으로 수시로 계엄령을 하라는 면허증을 주는 것”이라며 “그러면 공화국은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을 통솔할 수 있겠느냐. 군 장교단이 윤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겠느냐”며 “그것까지 다 고려한다면 8 대 0 전원 일치 이외의 시나리오는 법률가들의 머릿속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풀려난 윤 대통령이 여권에는 독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밟고 가야 조기 대선에 희망이 있는데, 윤 대통령을 업고 가는 선택을 했다. 윤 대통령을 업고 인수봉을 지금 오르고 있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이 바깥에 나왔으니, 탄핵 결정이 나왔을 때 태세 전환을 할 수 있겠느냐. 관성이란 게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해도, 윤 대통령의 구심력이 강하다 보니 국민의힘이 단번에 관계를 끊긴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반면,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그런 위험한 존재를 검찰총장이 사실상 석방하도록 해가지고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다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판하는 동력이 약해진다”고 짚었다.

 

조 대표는 헌재의 탄핵소추안 인용 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 대표는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존재 자체가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것”이라며 “지난 3개월을 허비하는 바람에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을 찬스를 놓치고, 이제는 윤 대통령에게 기대고 조기 대선을 하려고 할지 모른다”고 짚었다. ‘친윤 일변도’를 보이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를 두고는 “대선을 포기한 걸로 본다”며 “속셈은 당권을 가지고 당권만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돌고 있는 김건희 여사 대선 출마론에 대해서는 “처음엔 웃었지만 그다음부터는 웃지 않았다”고 했다. 김 여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만, 이런 뜬소문 자체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그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쳐왔다고 생각한다”며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의 뿌리”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