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 각하 혹은 5대3 기각의 위험성

파면이냐 복귀냐는 결론을 넘어,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은 깊이 들여다보면 불안정한 헌정 상황과 매우 밀접하게 엉커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모습이다. ⓒ 연합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 오전 10시 '계엄의 밤 이후'에 관한 첫 판단을 내놓는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과다. 한 총리는 그대로 파면될까? 아니면 다시 돌아올까? 벌써부터 여러 전망이 나온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는 크게 다섯가지다. ▲ 윤 대통령의 김건희·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방조하고 ▲ 12.3 내란사태를 공모 또는 방치했으며 ▲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초헌법적인 '공동국정운영체제'을 구상했고 ▲ 내란 상설특검을 임명하지 않은 데다 ▲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각 사유 중 어느 하나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으며 그 정도가 중대하다고 인정되면 파면되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쟁점이 더 있다. 탄핵안 통과 정족수에 대한 논란이다.

파면이냐 복귀냐는 결론을 넘어, 사안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최악의 시나리오'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각하가 되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인용 5 대 기각 3'으로 기각이 되는 경우이다. 이 두 경우가 '최악'인 이유는 12.3 내란 사태 이후 가뜩이나 불안정한 헌정 체계를 안정시키기는 커녕 더욱 불안정하게 기능하기 때문이다.

[최악 시나리오 ① 각하]  물 건너가는 마은혁 재판관... 헌법재판소 흔들

우원식 의장에게 항의하는 국민의힘지난해 12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결국 이날 한 총리 탄핵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끝에 찬성 192명으로 가결됐다. ⓒ 남소연


'각하' 결정은 내용을 판단할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무효라는 결론이다. 지난 2월 19일 변론기일에서 한 총리 쪽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 탄핵소추에 대한 국회 의결은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부적법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탄핵 정족수는 국무총리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이고, 대통령이 3분의 2 이상이다. 그렇다면 '대통령권한대행인 국무총리'는 몇명일까? 탄핵안 표결 당시 여당은 '대통령권한대행'이므로 대통령에 준하는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국무총리 한덕수의 탄핵소추안'이므로 151명이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후자 손을 들어줬고, 한 총리 탄핵안은 192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현 시국에서 여당과 한 총리 쪽 주장을 받아들인 각하 결정이 최악인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한 총리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이므로, 당장 권한대행 자리를 이어받은 최상목 대행이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한 것 자체도 무효라는 주장이 대두될 것이 뻔하다. 물론 어떤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과거 판단에 모두 소급적용하지 않는 것처럼, 각하 결정과 두 재판관의 임명 무효는 직접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 우세하지만, 가뜩이나 불안정한 헌법재판관 8인 체제를 둘러싼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해진다.

8인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여전히 임명되지 않은 재판관 1인의 앞날에 잔뜩 먹구름이 끼게 된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만약 각하된다면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 못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초부터 한 총리의 핵심 탄핵사유가 마은혁·조한창·정계선 세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거부였던 만큼 "정족수 문제로 각하되어서 한 총리가 복귀할 경우 그냥 (불임명 상태로)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난제는 더 있다. 21일 야권은 최상목 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번에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이 핵심 사유이고, 이번에도 정족수 기준을 151명으로 잡았다. 김 교수는 "한 총리 사건이 의결 정족수가 잘못됐다고 각하로 나오면 최 대행 탄핵 소추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그러면 어떤 정치적 압박도 먹히지 않을 테고, 마 후보자 임명은 장기간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이대로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는 또 다시 '6인 체제'가 된다. 사실상 기능 마비다.

[최악 시나리오 ② 5 대 3 기각]   지금까지 없던 결정... "승복 할 수 있겠나"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촉구 대학생 삼보일배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터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진행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촉구를 위한 대학생 삼보일배'에서 대학생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또 다른 최악 시나리오는 결론이 '인용 5 대 기각 3'으로 나오는 경우다. 파면 의견(인용)이 더 많지만 인용 정족수가 6명이므로 기각이다. 이것이 최악인 이유는 아주 안좋은 전례를 만들기 때문이다.

8인 체제의 헌재가 의견이 갈리더라도 기각 결론을 낸 사례는 많다. 지난 1월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은 4 대 4 기각이었다. 하지만 인용 5 대 기각 3일 때 선고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공석인 재판관 단 한 명의 견해에 따라 최종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전원 교수는 "인용 5 대 기각 3으로 선고하면 소송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9인 재판관 완전체를 구성하는 것은 헌법적인 규율 사항이고 그 일은 임명·지명·추천 주체가 알아서 해야 될 일인데, 그걸 안 하면서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한 경우 이를 구제한다'는 헌재 본연의 역할에도 전혀 맞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 총리 사건이 5 대 3 기각으로 결론나면 그 파장이 윤 대통령 사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지금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는 교착상태 같다"고 봤다. 이어 "(재판관들이) '이러다가 4월 18일 재판관 2인이 퇴임하면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으니까 5 대 3으로 기각 결정하자'고 하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의도가 확인되는 셈인데 다수 시민과 야당이 승복하겠나"라며 "정국이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 박소희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여부를 24일 결정한다. 작년 12월 27일 탄핵 소추된 때로부터 87일 만이다. 헌재는 20일 취재진에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가 3월 2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2025.3.20 [공동취재] ⓒ 연합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선고일이 잡힌 날 새벽, 탄핵소추서를 정독하였다. 검토 결과 한덕수 탄핵은 법적으로 인용되어야 하고, 실제 인용가능성도 높으며, 헌법재판관의 보편적 정서에도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탄핵소추 사유로서 헌법, 법률위반이 인정되는지, 그것이 파면에 처할 정도인지 보자. 탄핵사유를 5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관련하여 거부권을 남용한 행위에 한덕수 총리가 적극 가담, 조장, 방조하였다는 탄핵사유는 인정되기 힘들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즉 재의요구는 아무런 실질적 요건도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제53조 제2항). 거부권 행사 시 준수해야 할 요건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가 탄핵사유가 되기 힘들다(같은 견해로는 박진우,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에 관한 새로운 헌법학적 고찰>, 127면). 따라서 그에 대한 국무총리의 적극 가담, 조장, 방조 또한 헌법이나 법률위반이 되기 어렵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내란행위를 공모, 묵인, 방조했다는 탄핵사유도 인정하기 어렵다. 비상계엄 선포가 계몽령이 아닌 내란행위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한덕수 총리가 적극 가담하거나 묵인, 방조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 이는 탄핵심판 절차상 사실조사 권능이 제한되는 제도적 한계로 인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총리 내란죄 수사기록 제출요구를 검찰이 거부하여 수사기록이나 이를 토대로 한 증인신문 등을 통하여 입증하는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 힘 대표와 한덕수 총리가 윤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하여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려고 시도한 것은 어떠한가. 탄핵소추 대신 윤대통령의 협조하에 임기 단축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구상하면서 여당 대표와 총리가 국정 공동운영 방안을 발표한 것은 부적절할 수는 있어도 이를 헌법, 법률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내란 상설특검' 본회의 통과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 남소연


 특별검사의 임명등에 관한 법률(소위 '상설특검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국회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등에 대하여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 의결을 하였음에도, 한덕수 총리가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법률위반이 명백하다. 상설특검법 제3조 제1항은 국회 본회의 의결로 특별검사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그 권한대행 포함)에게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도록 되어 있는데, 한덕수 총리를 탄핵소추당할 때까지 장기간 추천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 의결로 추천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즉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은 헌법 제111조 제3항에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 이는 국회가 최상목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보류가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권한쟁의 결정에서 명백히 확인된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관례나 여야 합의의 부재를 주장하였으나, 헌법 제111조의 국회의 추천은 국회의 본회의 의결을 말하는 것이지 여야의 합의가 아니다. 역사상 항상 여야 합의가 이뤄졌던 것도 아니고, 설사 일정 기간 그런 관례가 유지된 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적인 것에 불과하지 관습헌법 등의 규범력을 획득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없었다면 국민의 힘과 민주당이 위 3명의 재판관 추천을 위한 청문회 절차와 본회의 절차를 진행하였을 정도의 합의는 두 정당 사이에 있었던 사실도 어느 정도 확인되었다.

얼마나 중대한가

정계선, 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 취임식1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정계선, 조한창 신임 재판관 취임식 겸 시무식에서 조한창과 정계선 신임 재판관이 문형배 재판소장권한대행의 신년사를 듣고 있다. ⓒ 이정민


다음으로, 위에서 인정된 2가지 헌법과 법률 위반 사유가 한덕수 총리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를 살펴보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경찰, 검찰, 공수처 사이의 수사권 중복으로 여러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쳤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이 취소되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인정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이 구속취소 사유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표면적으로 주된 구속취소 근거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하여 수사기록이 법원에 가 있는 기간을 구속기간 10일에서 일 단위로 뺄지, 시간 단위로 뺄지, 체포적부심사청구의 경우 수사기록이 법원에 가 있는 기간을 빼줄지, 말지의 문제였지만,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에 관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기 위한 의도에서 이뤄진 구속취소 결정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만약 한덕수 총리가 상설특검법에 따른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여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등 범죄혐의에 대하여 상설특검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수사권 논란 등을 이유로 한 혼란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다. 위 추천 의뢰절차를 한덕수 총리가 진행하지 않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수사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 근본적 이유였다.

한덕수 총리가 헌법에 위반하여 3명의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것은 그 중대성이 더욱 명백하다. 만약 한덕수 총리가 탄핵소추되어 직무가 정지되지 않았을 경우 3명의 헌법재판관은 계속 임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윤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신속한 심리와 결정이 불가능해지고, 6인의 헌법재판관 체제의 지속으로 전체 헌법재판소의 기능 정지 사태가 장기화되어 헌법질서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 의결 정족수라는 기술적 문제가 있다. 국무총리 재직 중 행위에 대해서는 재적 2분의 1, 대통령 권한대행의 시절에는 재적 3분의 2의 의결 정족수가 적용된다는 주장, 어느 행위나 모두 2분의 1이 적용된다는 주장, 또는 어느 행위나 3분의 2가 적용된다는 주장 등이 있다. 대통령과 같이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한 것이라는 정도의 강한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국무총리는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로 3분의 2가 아닌 일반정족수 2분의 1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이 3분의 2 정족수 적용을 주장하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것은, 2분의 1 정족수가 맞다고 헌재가 보고 있을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한덕수를 파면하는 결정이 타당하고, 그렇게 예상된다. 대통령 내란행위로 인한 탄핵소추의 비상상황에서 헌법재판소 기능을 정지하여 윤대통령 탄핵을 저지, 지연시키고자 한 한덕수 총리의 정치적인 임명 보류 행위를 헌법재판소가 용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헌법재판소의 9인 완전체 구성을 방해해 그 기능정지의 위험을 초래한 행위는 매우 중대한 잘못이다. 헌법재판소는 최후의 헌법수호자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고자 하자면 그 시작은 헌법재판관 9인의 완전체 구성 자체를 방해한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 인용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서적 논증 : 최후의 헌법수호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이틀 앞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 연합


법적 논증은 이해가 되는데, 탄핵 인용이 헌법재판관들의 정서에 부합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헌법재판소가 다른 헌법기관인 대통령(권한대행 포함)이 헌법재판관 임명보류를 통하여 헌법재판소 기능을 정지시키는 위헌적 행위를 저지를 경우, 헌재가 방어용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헌법위반으로 인한 탄핵을 인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 정도 사안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강력하고도 합법적이며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높은 탄핵 카드를 버릴 것이라고는 잘 상상되지 않는다.

헌재가 한덕수 탄핵을 기각하여, 헌법재판소가 물(water)로 보이게 되면 대통령 또는 그 권한대행이 정치적 동기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는 사태는 장래에 반복될 수 있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는 경우 복귀한 한덕수 총리가 마은혁 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계속 보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아도 탄핵당하지 않은 경험은 마은혁 재판관 1명의 재판관 임명도 계속 거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부추길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수호 의지가 있다면 헌법재판소의 생존과 권위의 유지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관 개인으로서도 스스로 개점 휴업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기능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면, 위헌적 임명보류로 헌법재판소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켜 탄핵심판의 진행을 막으려 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하여 일벌백계의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위헌적으로 보류하는 대통령 혹은 그 권한대행은 탄핵당한다는 선례를 만들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이는 살아남은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하여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도 한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일의적이고 명확한 마은혁 재판관 임명의무를 인정한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임명보류가 계속되면 최상목 대행도 탄핵을 피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섬뜩한 시나리오... 헌재를 살려놔야 한다

최상목 직무유기 고발'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유기 10만 국민고발운동'을 펼치고 있는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보류 부작위 헌법소원을 제기한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등과 함께 '최상목 직무유기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10만 고발운동의 뜻과 참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이정민


하나 더, 마은혁 재판관 임명이 계속 보류되고 2025년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 후 대통령 몫 후임 헌법재판관 임명도 보류되면 헌법재판소는 다시 6인 체제로 회귀하여 사실상 기능부전 상태에 빠진다. 이 때부터 탄핵 인용 후 60일 내에 공고되어야 하는 대통령 선거일까지 다시 헌법재판소가 기능부전에 빠지는 사태를 막으려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게 압박하여 헌법재판소를 7인으로라도 맞춰놓아야 한다. 그 외에 섬뜩하여 입에 담고 싶지도 않지만 탄핵인용 후 각종 경성, 연성 탄핵 불복전략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 절차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새로운 헌법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헌법재판소를 살려 놓아야 최소한의 사법적 대응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를 물로 보지 마라. 내 몸은 내가 지킨다. 헌법재판소만의 몸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는 국민 모두의 몸이다. 한덕수 탄핵 결정이라는 무기로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이런 보편적 정서를 헌법재판관들이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최후의 헌법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는 개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할 때도 합리적 예측이다. 8인 체제 헌법재판소의 경우 현재까지 5:3 기각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5:3 상황이 되면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헌재는 "곧바로 결론을 내지 않고 재판부 구성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통상의 관례"였다고 한다. 남은 1명의 재판관이 추가로 임명되는 경우 기각, 인용 중 어느 입장에 서는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지키고 당사자도 납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나머지 1인 임명 시까지 기다리는 관례를 만든 것이다.

윤석열·한덕수 탄핵 또한 5:3 기각을 내리기는 어렵다. 4:4 기각은 몰라도. 5:3의 경우 추가로 임명된 재판관이 인용 의견을 내면 파면되고, 기각 의견을 내면 탄핵은 기각된다. 더구나 지금은 마은혁 재판관의 임명보류는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 침해의 위헌적 행위라는 헌재 결정이 있었다. 5:3 기각을 내리면 최상목 대행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른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결론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특히 마은혁 재판관 후보는 야당 추천으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니 최상목이 마은혁 임명보류로 인용을 기각으로 바꾼 꼴이 된다.

이런 결론에 승복하기는 어렵고,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헌재의 권위와 신뢰도 바닥을 칠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 가지고 위헌적 장난질을 쳐서 결론을 바꾼 걸 헌재가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인 꼴이 되기 때문이다. 5:3 평결이 나오면 다시 평결을 시도하거나,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3월 24일 월요일로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연기되지 않고 기각되려면 4:4 상황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의 경우 4:4 기각 결정이 났는데, 윤석열 탄핵이나 한덕수 탄핵의 경우 그 헌법과 법률위반의 중대성의 정도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비교하여 매우 높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사건에서 4인의 기각의견 중 조한창 재판관은 최상목 대행이 임명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고,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선고기일이 먼저 지정되면서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음모론적 불신도 커져간다.

그러나 91일이 걸린 박근혜 탄핵사건과 달리, 이번에 헌법재판관과 연구관들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검사들,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을 병행심리해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내란죄 등 형법 위반 주장 철회 협의도 되지 않아 심리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연구관도 사람이고 과로사할 정도로 죽으라고 달리고 있을 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들은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촉구하되, 헌재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피하고 음모론과는 거리를 둔 평화적 인내를 보여주기 바란다.

탄핵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헌법재판소의 신뢰와 권위를 깎아먹는 일은, 탄핵인용 후 만에 하나 각종 경성, 연성 불복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경우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대응이 필요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볼 때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