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법원 눈치를 보겠다는 것이냐’는 억측이 고개를 들 수 있어

 

 

안녕하십니까. 한겨레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헌법재판소, 창피합니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이라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헌재를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가지는 지적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헌재는 다음주 월요일(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를 먼저 선고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는 그 이후가 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 2심 선고가 26일 예정돼 있습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헌재 선고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 선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헌재 선고가 먼저 이뤄지면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헌재의 선고 일정이 이상하리만치 늦춰지면서 결국 국민의힘 요구대로 이재명 대표 선고 뒤로 미뤄지게 된다면 헌재가 특정 정치세력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더구나 국민의힘 주장을 뒤집어보면, 헌재 선고가 법원 선고 이후 이뤄질 경우 역으로 헌재가 법원 선고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헌법을 다루는 최고 재판소인 헌재가 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을 리는 없겠지요. 하지만 헌재 선고 일정이 결국 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지면 ‘헌재가 법원 눈치를 보겠다는 것이냐’는 억측이 고개를 들 수 있습니다. 최고 재판소인 헌재가 법원의 판결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헌재의 독립성과 권위에 깊은 상처를 입히는 것입니다. 저런 주장이 나올수록 오히려 헌재가 당당하게 먼저 선고를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결론이 너무도 자명한 윤석열 탄핵심판을 질질 끌어온 탓입니다. 12·3 내란은 온국민이 헌법질서 유린 현장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사안입니다. 헌재는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으로 진작에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해야 했습니다. 이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던 약속까지 깨면서 시간을 끄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제 아무리 복잡한 사안이라도 최고 재판소의 재판관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결론을 못내고 국민 속을 태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고 일정이 어떻게 되든 ‘대통령 윤석열 파면’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길어지는 헌재 평의 과정에서 어떤 쟁점이 어떻게 논의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평을 하기는 어렵지만 이 안개같은 형국에서도 분명한 것은 한가지가 있습니다. 헌재는 헌법과 이에 따른 평화로운 헌정체제를 수호하는 게 임무입니다.

재판관들이 헌정을 파괴한 내란 쿠데타에 면죄부를 줄 수 없을 뿐더러, 윤석열의 대통령직 복귀가 부를 또다른 헌정 혼란과 우리사회가 겪을 극도의 위험에 결코 눈감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영상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한겨레  박용현 논설위원 >

 

https://youtu.be/Y-XbRkHz9c8

 

“대통령 탄핵은 국민투표로”…헌재 선고 지연에 민주당 내 비판 분출

 

이연희 의원, SNS서 주장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비판여론이 심화하고 있다. 당내에선 대통령 탄핵을 헌재 심판이 아니라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해야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서 “만약 헌재가 정치화돼 설립 취지와 목적을 변질시킨다면 대통령 탄핵권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며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의결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로 탄핵을 최종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것이 사법의 정치화를 저지하고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미루는 헌재를 향한 야권의 비판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이 의원은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기일은 감감무소식인데,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선고 기일이 먼저 고지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위헌, 위법한 국헌문란 행위라는 것은 법을 배우지 않은 삼척동자도 판단할 만큼 자명하다”며 “이 자명한 결과에 대한 선고가 기약없이 늦어지는 이유를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더는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자초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탄핵 선고 기일을 확정하길 촉구한다”고 적었다. < 경향 박용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