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이완규 임명’에 효력정지 가처분 “권한 없는 행위로 위헌”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활동가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들머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완규 법제처장 헌법재판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덕수 권한대행을 직권남용으로, 이완규 법제처장을 내란죄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과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방기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던 김정환 변호사는 9일 한 대행의 행위에 대해 “청구인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은 한 대행의 ‘지명 및 인사청문요청안’이다. 김 변호사는 기본권 침해 자체는 임명 행위로 발생하지만, 지명과 인사청문요청안 제출이 임명을 위해 필수적인 절차이며 기본권 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확실하게 예측된다면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된다는 헌재의 결정례를 들어 헌법소원을 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제출한 신청서에서 “한 대행의 임명행위가 위헌·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그 심리가 모두 무효가 되어 신청인은 다시 심리절차를 진행해야 하거나 재심 절차가 진행될 위험이 있다”며 “이같은 현저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이완규·함상훈에 대한 한 대행의 임명절차 효력과 진행을 중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이후 헌재에는 김 변호사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헌법소원도 다수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상유지를 넘어서는 권한행사를 부정하는 학설이 헌법학계의 통설”이라고 밝혔다. 또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고유권한이기에, 이 사건의 지명과 인사청문요청 등 일련의 과정은 모두 한 대행의 권한 없는 행위이며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서 위헌·무효”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김지은  오연서 기자 >

 

정규재 “간신배 한덕수, 윤석열 은밀한 지령 수행”…이완규 지명 맹비난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유튜브 갈무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기습적으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위헌적 월권 행위’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보수 논객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무능하지만 기회주의적인, 노회한 직업관료 인생에 대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은 임명직에 불과해 민주적 정당성이 없음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은 현상유지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는 학계의 통설을 깨고 전날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지명해 거센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전 주필은 특히 이 처장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윤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대학 친구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로 46년 지기다. 정 전 주필은 “이완규를 임명(지명)한 것은 전적으로 파면당한 윤석열의 지시요 부탁이다. 한덕수가 이완규를 임명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한덕수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이며 마지막인 충성”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주필은 앞서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며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한 뒤 최상목 당시 권한대행 역시 마은혁 후보자를 제외한 2명만 임명한 배경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 판결에서 5 대 3으로 팽팽한 가운데 추가로 1명이 더해져 6 대 3 파면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소위 (탄핵) 반대표를 줄이기 위한 꼼수였음이 입증되는 것”이라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덕수를 비롯한 이들 무리는 탄핵을 방해하는 헌정 유린의 죄를 범한 것이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정 전 주필은 한 권한대행 등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 등은 명확하게 헌법재판소 구성을 방해한 중범죄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의법처리가 필요하다”며 “한덕수 같은 간신배들이 윤석열의 은밀한 지령을 수행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게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2·3 내란사태 하루 뒤 윤 전 대통령과 안가 회동을 한 4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내란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 처장에 대해서도 “내란죄 공범으로 수사가 즉각 신속하게 재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윤석열의 ‘법률 집사’ 이완규, 해소되지 않은 ‘그날’의 의혹

 

                  이완규 법제처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곧 공석이 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 가운데 1명으로 ‘기습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은 ‘내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공직 부적격자’다. 특히 그가 12·3 비상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참석한 ‘삼청동 안가 회동’은 임박한 내란 수사를 앞두고 범죄 사실 은폐와 추후 법률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공모의 장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는다.

 

이 처장은 지난 4일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법대·연수원 동기로 친분을 맺은 46년 지기로, 법조계의 대표적인 ‘윤석열 인맥’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내린 징계 처분의 취소 소송과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관련 사건을 변호했다. 2022년 대선 당시엔 윤석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꾸려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제처장으로 임명된 것도 그만큼 윤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일찌감치 낙점해두고 있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그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두고 ‘한덕수의 인사가 아닌 윤석열의 인사’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논란은 그가 12·3 비상계엄 다음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회동한 사실이다. 박성재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는” 친목 목적의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내란이 실패로 돌아간 직후 ‘대통령 안가’에서 이뤄진 윤석열 정권 ‘법조 실세’들의 만남을 친목 모임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정황상 내란 수사를 앞두고 사건 은폐와 대응 법리를 마련하기 위한 ‘대책 회의’ 성격의 자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 처장의 수상한 행적은 ‘비밀 회동’ 뒤에도 이어졌다. 회동 직후 돌연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다. 이 처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증거 인멸한 것 아니냐”(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질문에 “증거 인멸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저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답했고, “왜 휴대전화를 교체했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는 질문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 사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했다”며 석연찮은 해명을 내놨다.

 

이 처장은 현재 경찰에 내란 혐의로 고발돼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그는 이미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유 등에 대해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도 이 처장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두고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 지명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이 처장은 고비 때마다 국회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법률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은 형사재판 결과 이후 결과를 내는 게 타당한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 쪽 질문에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논거는 충분히 있다”고 감쌌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으면 수사할 수 없다고 (해석) 하는 쪽이 훨씬 더 다수”라고 했다.

 

일각에선 그가 2022년 5월 법제처장 취임 전까지 국민의힘 당원 신분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의혹이 사실이면 ‘정당의 당원 신분을 상실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그의 지명은 원천 무효가 된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이날 한겨레에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쪽은 “당적 보유 여부는 개인정보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 손현수 배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