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기쁨과 소망] 양극화의 시대
박원철 목사 < 늘사랑 교회 담임목사>
얼마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 따르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인 관세 공격으로 전 세계의 혼란과 긴장이 한층 고조된 가운데 세계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고서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자유 민주주의’보다 한 단계 낮은 ‘선거 민주주의’로 분류했다. 또한 보고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전 세계 민주주의 후퇴의 주요 원인이며, "전 세계 국가의 25%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전했다. 보고서의 지적처럼 현재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에나 당파가 생기고 파벌이 형성된다. 고린도교회에도 예수파, 바울파, 베드로파, 아볼로파 등의 파로 나뉘어져 당파 싸움을 했다. 그런데 유독 한국 사람들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당파(파벌)주의가 심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당파(파벌)주의는 우리 당(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타주의로 나타난다. 그런데 사실 한국 사람들의 이런 당파주의와 배타주의는 이미 오래된 역사이다. 조선 시대의 역사를 살펴보면, 온통 당파 싸움에 관한 내용이다. 어떤 때는 동인/서인 하면서 싸우다가, 또 어떤 때는 북인/남인 하면서 싸우고, 때론 노론/소론 하면서 싸우고, 또 벽파/시파 하면서 싸웠다. 그래서 조선 시대 역사를 공부하면 당파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뭐가 뭔지 정말로 헷갈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짧은 지면에 조선시대의 당파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선 시대의 당파는 화해와 타협없이 죽기 살기로 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보면서 타당파 멸절을 통해 자신만 보전하려 하였던 조선시대의 당파 싸움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한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으로서 작금의 한국을 바라보면 참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남북으로 갈라져 민족과 민족이 싸우고, 정당과 정당이 싸우고, 정부와 반대세력이 싸우며, (구)세대와 (신)세대가 싸우고, 지역과 지역이 싸우며, 심지어 같은 당 내부에서도 파벌이 싸운다. 그런데 싸우는데 금도나 예절이나 관용은 없다. 싸움에서 지면 몰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싸운다. 화해와 타협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관용과 절충이 없는 죽기 살기 식의 당파 싸움에 목사와 교회가 참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자면,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 앞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느헤미야는 페르시야 제국에서 태어난 이민 3세로서 사회적으로 굉장히 높은 지위에 오른 성공한 유대인이었다(느1:11). 이렇게 이방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조국 유다와 예루살렘에 대한 아프고 슬픈 소식이 들려 왔다(느1:2-3). 유대 땅의 동포들이 많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성전 예루살렘성의 성벽이 무너져 내리고 불타 유명무실한 성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절망적인 소식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지고 불탔다는 소식을 들은 느헤미야의 첫번째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통곡하며 기도하는 것이었다”(느1:4). 어떤 이는 말한다. 힘들고 어렵고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때에 단순히 기도하자고 하는 것은 너무 뻔하고 무책임한 대답이 아닌가? 그런데 그리스도인의 병기고에 있는 무기 중에서 기도보다 더 확실하고 강력한 무기가 또 어디 있는가? 그러므로 정치적 양극화 가운데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한국의 당파 전쟁을 바라보며 우리는 화해와 공존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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