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윤석열 내란 옹호 '법비들' 비판
청주지법 송경근 "재판권, 국민이 위임"
"법관의 시민적 소양 검증된 바 없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실명 비판
"편향적 재판의 이례적 반복 심각"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았다고 받은 포상이 아닙니다. 권력자가 준 것도, 변호사가 준 것도 아닙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61)는 2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국민이 주인입니다'란 글에서 전날 조희대 대법원장 주도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출마 봉쇄를 염두에 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한 것까지,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사법부 고위층의 '미심쩍은 행적'을 개탄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초고속 판결
"법관 30년간 듣도 보도 못해"
송 부장판사는 "우리는...'법률 공부' 하나 잘해서 법관이 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 인문학적 소양, 공직자의 자세 등 법률 지식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시민적 소양은 검증된 바 없다"며 "국민은 그저 지배 대상이, 재판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임명한 주인이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서 송 부장판사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희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시점과 절차가 국민의 보편적 법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비상식적이고 관례를 깬 절차의 졸속성을 비판했다. 그는 △ 6만 쪽의 기록을 항소심 선고 2일 만에 정리해 대법원 송부 △ 피고인 답변서 제출 다음 날인 4월 22일 소부 배당 △ 그 즉시 전원합의체 회부와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 △ 4월 24일 2차 합의기일 △ 7일 후인 5월 1일 판결 등을 일일이 거론한 뒤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다"라고 일갈했다.

12·3 윤석열 내란 옹호 '법비들' 비판
"법관의 시민적 소양 검증된 바 없다"
상고심 판결 시점에 대해 그는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다"고 털어놨다.
송 부장판사는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 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법을 전공하고 그것으로 엘리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군을 동원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러한 세력들을 말도 안 되는 궤변과 허위 사실로 변호함으로써 법정을 희화화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분들(조희대 등 사법부 고위층)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라고 따져 물었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실명 비판
"편향적 재판 이례적 반복 심각"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도 이날 법원 내부망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여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 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송경근 부장판사 글 전문]
국민이 주인입니다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 등의 국민적 비판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습니다.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 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 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입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라.", "결론과 절차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법관 생활 30여 년 동안 참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워낙 자질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며 살지 못했지만, 대법원에 계신 '저스티스'들께서는 적어도 저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믿고 그 판결을 존중하였습니다.
6만 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월 22일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월 24일 2차 합의기일을 가진 후 1주일 후인 5월 1일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더군요.
1, 2심이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사안을 말입니다. 게다가 보도되는 판결 이유를 살펴보니 사실관계 확정이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라 사건기록도 열심히 보아야 했을 사건이더군요. 1, 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지요.
하기야 6만 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하여 즉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만 모이셨을 것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우둔한 제 기준에만 맞춘 기우인가 봅니다.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 불과 몇 개월 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 판결이 무죄 선고의 법리적 근거로 삼은 판결이 바로 위 판결이며, 파기환송 하더라도 절차와 시간상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므로, 상고기각을 하려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경우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날개 달아준 후 덕 보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될 것이고, 설령 파기환송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선거에 영향을 주어 이재명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됨으로써,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는 보도자료, 차라리 내지 않은 것만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적절한 비교 대상도 아닌 미국의 부시-고어 재검표 판결을 끌어오질 않나, 1, 2심의 결론이 달리 나온 것을 두고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어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다수의 평범하고 선량한 유권자들이 정말 그렇게 인식하고 있던가요. 보도자료를 작성한 분은 평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언론매체를 보고 들은 것인지요.
12·3. 친위쿠데타 세력들은, 권력의 실정과 전횡을 비판, 견제하는 야당과의 반목 상황을 들어 "국가적, 사회적 혼란과 대립 양상이 극에 달해 군을 동원한 질서 유지가 필요했다"고 했었지요. 저는 그날 밤 비상계엄 발령 사실조차 모른 채 재판부 구성원들과 함께 술을 꽤 마시고도 늦은 시간 아주 안전하게 귀가했습니다.
민사사건이 아닌 형사사건, 그것도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 사건에서, 피고인이 어떤 사실을 말 한 적이 없거나(골프 발언) 자신이 느낀 대로 또는 이를 과장해서 말했더라도(국토부의 협박 발언) "당시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을 토대로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이른바 '유권자의 관점'을 내세워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이 경우 피고인은 당시 압박을 느껴 협박이라고 말했더라도, 법원이 사후에 유권자의 시각에서 판단한 결과 협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고의범인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되는 것이지요.)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나, "기록도 보지 못한 사람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냐"고 할 것 같아 굳이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 마음속으로 "언어의 내적 의미가 아닌 사용맥락을 중요시한 천재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무덤에서 깜짝 놀라 뛰쳐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그동안 우리 사법부의 행정책임자들이 위헌, 불법적인 비상계엄 사태 때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상황이 너무나 엄중한지라 사법부를 위해 참았습니다. 그 직후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그에 관한 질의나 문제 제기조차 전혀 없었다는 것에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참았습니다.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행위 등에 적극 가담하거나 방조하고 수구 언론들과 소통하면서 그 청산 노력을 방해하던 사람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 각급 법원의 책임자로 복귀하는 것을 보면서도,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이고 종전의 실수를 거울삼아 더 잘할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사법부의 발전을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종전에 사법행정권 남용, 권력과의 거래 의혹 등에 문제를 제기하던 법관들에게 '정치판사', '이념 편향적 판사'라고 그렇게도 비판하던 분들, 지금은 왜 이리 조용하신가요. 과연 무엇이 법원을 해치는 행위인지요. 법을 전공하고 그것으로 엘리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군을 동원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러한 세력들을 말도 안 되는 궤변과 허위 사실로 변호함으로써 법정을 희화화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았다고 받은 포상이 아닙니다. 권력자가 준 것도, 변호사가 준 것도 아닙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 세상에 잘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공부' 그것도 '법률 공부' 하나 잘해서 법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 인문학적 소양, 공직자로서의 자세 등 법률지식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시민적 소양은 검증된 바 없습니다. 평범한 국민들 중에는 위와 같은 능력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만 모를 뿐입니다. 국민은 그저 지배 대상이, 재판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를 임명한 주인입니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판사 송경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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