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동조하며 ‘사전투표 폐지’ 공약과는 상반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저도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며 “걱정말고 사전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지난달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당시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며 ‘사전투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 상반된 태도다.
김 후보는 25일 충북 옥천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29일과 30일 사전투표가 예정돼있다. 현행 사전투표 관리 실태 문제점이 여러번 지적돼왔다. 제도 개선 요구도 빗발쳤다”면서도 “이번 대선에서 당장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없는 게 저희들이 점검해 본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약속드린다. 우리당은 당 역량을 총동원해 사전투표 감시감독을 철저히하겠다. 그러니 걱정말고 사전투표에 참여해주길 바란다. 저도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며 “사전투표에서 머뭇거리다가 본투표를 못하게 되면 큰 손실이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나쁜 정권이 만들어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김 후보의 태도는 최근까지 사전투표에 대해 보여온 언행과 모순된다. 그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2일 “사전투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말로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이런 입장에는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 확산된 사전투표 부정론이 자칫 지지층 투표 참여율의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
김문수에 날아든 부정선거 음모론 청구서…‘지지층 사전투표’ 16% 그쳐
전광훈과 손잡았던 김문수 “나도 사전투표”
이재명 ”사전투표, 목·금 평일 기억해 달라”

“논란이 많은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간 실시하겠다.”(5월2일)
“걱정하지 말고 사전투표에 참여해 주기 바란다. 저도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5월25일)
부정선거 의혹에 뿌리를 둔 사전투표 폐지를 공약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6·3 대선 사전투표(29∼30일) 나흘을 앞두고 지지층에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아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사실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 입장 변화는 예견된 것이다. 사전투표 제도는 유권자 참정권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렸다. 처음 도입된 2013년 4·24 재보궐선거에서 4.78%였던 사전투표율은 △2014년 6회 지방선거 11.49% △2016년 20대 총선 12.19% △2017년 19대 대선 26.06% △2018년 7회 지방선거 20.14% △2020년 21대 총선 26.69% △2022년 20대 대선 36.9% △2024년 22대 총선 31.28%를 기록했다. 최근 대선과 총선에서 유권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했고, 높은 사전투표율은 본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선행지표이자 견인차가 됐다.
김 후보는 지난 5년여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을 잡고 정치 활동을 해왔다.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전광훈 목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 대표를 맡았다. 지난달 복당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뒤에도 강성 당원·지지층 표를 얻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한 사전투표 폐지를 공약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 사태 당시 후보 교체 당원 투표에서 김 후보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근소한 차이로 이긴 데는 ‘전광훈 지령’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본다. 지난 19일 자유통일당 구주와 후보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김 후보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주장 영화를 관람하자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관위에서 해명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고, 전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관계가 이뤄져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22일 이 후보를 한 자릿수로 추격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사전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김 후보 지지층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면서 김 후보 캠프는 투표율 비상이 걸렸다. 6·3 대선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민주당 적극 투표층은 51%에 달했지만, 국민의힘 적극 투표층에선 16%에 그쳤기 때문이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19∼21일 만 18살 이상 1002명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6.7%) 이재명 지지층은 사흘간 투표소를 찾는데, 김문수 지지층은 대부분 하루만 투표하겠다는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사전투표를 믿지 않는다. 선거시스템 해킹, 투표용지 조작, 사전투표율 조작, 투표함 바꿔치기 등 대법원에서 모두 ‘망상’으로 판명 난 주장을 끊지 못한다.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탓에 부정선거 주장과 절연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투표일이 임박해 ‘음모론 청구서’가 날아들 때마다 ‘제발 사전투표를 해달라’는 읍소 전략을 취해왔다.

국민의힘은 2022년 3월 20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을 남겨두고 ‘윤석열도 사전투표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에도 “당 차원에서 충분한 대책과 안전장치를 세워놨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소중한 한 표를 잃는 일이 없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도 “(2020년) 4·15 총선 부정 의혹을 가지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사전투표 첫날 부산에 가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후 윤석열은 자신이 승리한 20대 대선까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극우 음모론에 동조해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켰다. 사전투표를 앞두고는 ‘걱정말고 투표하라’고 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다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식이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전투표일은 주말이 아닌 평일 목요일과 금요일이다. 이 점을 꼭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다“며 29∼30일 사전투표를 당부했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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