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파괴 '암살 테러'를 흑색선전 소재로

"큰 상처 아냐"…바닥 보인 비인간성·반민주성
"헬기 타야 했냐? 그렇게 중증이고 위험했냐?"

당시 의료진 그렇게 판단…고난이도 혈관 수술
서울대병원 "칼날이 근육 뚫어 동맥 잘리고 피떡"
헬기도 의료진 결정…"구급차? 어림도 없는 얘기"

정작 김문수는 경기지사 때 소방헬기 43회 이용
산불 났어도 온갖 행사에 자가용처럼 타고 다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대선 후보 2차 TV 토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해 작정하고 가한 인신공격은 많은 국민이 오히려 낯 뜨거워 시청이 힘들었을 정도로 시종 저열하기 짝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 후보가 당했던 치명적 암살 테러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며 선거용 흑색선전의 소재로 삼은 대목은 그 비인간성과 반민주성에서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김 후보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테러를 당해 쓰러진 뒤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됐던 사안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황제 헬기 아니냐" "큰 상처는 아니고 성남의료원이 그것도 (수술을) 못할 정도인가" "꼭 헬기를 타고 와야 됐느냐? 그렇게 중증이고 그렇게 위험하냐?"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이 후보를 집요하게 몰아세웠다.

 

대수롭지 않은 상처였는데 왜 본인이 건립한 성남의료원이나 처음 치료받았던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지 않고 지역을 무시했느냐, 헬기까지 탈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다. 이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수없이 되풀이했던 선동과 판박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3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 "그 정도로 구차하다"고 표현하며 극언을 퍼부었던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를 실제 치료했던 의료진 판단은 전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1.2. 연합
2024년 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테러를 당했을 때 출혈 상태를 알 수 있는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정청래 TV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이동하다 지지자를 가장한 채 순식간에 접근한 테러범 김진성이 휘두른 칼에 목을 찔렸다. 지혈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이 후보는 구급 차량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5분 만에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료진 연락에 따라 출동한 응급의료헬기에 실려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후보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월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치료 경과 등을 브리핑했다. 혈관외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외과 과장과 대한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민 교수는 이 후보가 실려 왔을 때 얼마나 위중한 상태였고 수술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목 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기도 손상이나 속목동맥(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목에는 얼굴 쪽 혈액을 공급하는 바깥목동맥이 있고,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속목동맥이 있는데, 속목동맥과 속목정맥이 손상되면 대량 출혈과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된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찔렀는지, 어느 부위를 찔렀는지가 중요하다.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그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하다. 우리는 부산대병원의 전원(轉院) 요청을 받아 우리가 수술할 수 있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중환자실을 예약하고, 수술실을 예약했고, 정해진 대로 수술을 진행했다."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1.4. 연합
 

고도의 숙련도를 갖춘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수술에 이르게 됐다고 확실하게 못박은 것이다. 야당 대표에 대한 특혜나 지역 병원 차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어디까지나 의료적 판단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민승기 교수에 따르면 이 후보는 좌측 목빗근(목을 돌리는 근육) 위로 1.4㎝의 자상이 있었다. 칼날이 근육을 뚫어 근육 내 동맥이 잘려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 근육 아래 속목정맥의 앞부분이 전체 원주의 60% 정도 예리하게 잘려 있었다는 것이다. 속목동맥은 속목정맥의 안쪽 뒤쪽에 위치하는데, 다행히 속목동맥의 손상은 없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급소를 비껴가는 천우신조로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래서 이 후보도 김 후보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간단한 수술처럼 말씀하시는데 제가 동맥은 1㎜, 정맥은 67%가 잘려서 (칼날이) 1㎜만 더 깊이 들어갔거나 옆으로 들어갔으면 사망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후송을 하더라도 꼭 헬기를 타고 와야 됐느냐? 그렇게 중증이고 그렇게 위험하냐?"며 "헬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면 부산대병원에 그대로 있는 게 맞지 않겠냐?"고 추궁했다. 부산을 무시했다고 억지로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한편 서울 이송을 특혜로 몰아간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헬기 이송 역시 의료진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코앞에 다가온 총선 준비를 지휘해야 할 제1 야당 대표로서 부산대병원에 오래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 후보 곁을 지키며 간병해야 할 가족 또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래서 가족과 민주당 측은 서울로 이송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모두 이를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이 후보 측이 "부산대병원 수술 실력을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거나, "다른 이동 수단은 싫으니 헬기를 불러달라"고 압력을 가한 사실도 일절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24년 8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목 왼쪽 부위에 자상으로 인한 흉터가 보인다.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목에 흉기 피습으로 인한 상처가 보이고 있다. 2024.3.19.  [공동취재]

 

우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책임자인 김영대 센터장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 입장'을 이해해 센터장으로서 전원을 결정한 뒤 '다른 수단보다는 헬기가 낫다고 생각'해 헬기 이송을 선택했다. 이는 다른 언론도 아닌 조선일보가 지난해 1월 4일 보도한 <부산대 외상센터장 "李대표 이송, 바람직 안해…반대 있었지만 가족 뜻 존중">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시 권역외상센터의 일부 의사는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을 반대했다고 한다. 수술을 준비하던 권역외상센터 소속의 한 교수는 '우리가 합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당 교수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고, 이송 중 위급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며 "그 부분도 이해는 가지만,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 입장도 이해됐기 때문에 센터장인 내 의견에 따라 전원이 결정됐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이송을 한다면 다른 수단보다는 헬기가 낫다고 생각했고, 서울대병원에 '즉시 수술이 가능하냐'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보내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사건 당일 민주당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으로부터 "지금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던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가 지난해 1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던 내용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으로부터 이 대표의 상태를 공유받은 A 교수는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장인 B 교수에게 상황을 전했다. 이후 B 교수가 "OK(전원을 받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오자 A 교수는 "그 정도 응급수술이랑 이럴 거면 헬기 이송을 요청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인터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제가 의학적 판단하에 헬기 이송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저랑 헬기 얘기를 '10원어치'도 한 적이 없다. (이 대표가 다친) 경정맥은 우리 몸에 있는 제일 중요한 혈관 중에 하나다. 동맥 출혈도 있어 근육 내 출혈이 엄청나게 있어서 기본적으로 (헬기) 이송을 하게 되는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소방당국에 헬기 출동 요청을 한 건 부산대병원이다. 자꾸 뭐 '구급차로 옮겨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데 제가 알고 있는 의학적 상식으론 어림도 없는 얘기다. 저희 응급의학 쪽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헬기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환자였어도 제가 당연히 헬기로 이송하라고 하고,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든 일반 국민이든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지난해 1월 16일 남화영 소방청장 역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헬기 전원을 두고 "매뉴얼 상 문제가 없다"고 단호하게 밝힌 바 있다. 남 소방청장은 "소방헬기 전원 시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이고, 소방헬기 이송 조건에도 의사가 반드시 같이 탑승하게 돼 있다"며 "그런 조건이 맞고 요청이 오면 소방헬기는 무조건 가는 것이다. 매뉴얼 상 문제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응급헬기를 이용해 병원을 옮긴 수는 162건이며, 이 가운데 30% 정도가 지방에서 서울로 전원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헬기를 본인 전용기처럼 남용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 기사들. 네이버 화면 갈무리

 

정작 김문수 후보야말로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헬기를 본인 자가용처럼 마구 타고 다닌 사실이 있어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이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이다. 재임 중 5년간 뷰티 디자인 엑스포 개막식, 포천 아트밸리 개장식 등 온갖 행사 참석에 소방헬기를 무려 43번이나 이용했던 인물이 생사를 오가는 위급한 상태에서 병원 후송을 위해 헬기에 실려 갔던 이재명 후보를 질책한다는 건 파렴치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 후보는 심지어 산불 진압 및 인명 구조를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한 날까지 소방헬기를 타고 지역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2014년 10월 여러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에 따르면 김 후보는 경기지사였던 2009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소방헬기를 43번 이용했으며, 이 중 산불 발생으로 소방헬기가 긴급 출동한 날에도 소방헬기를 부른 사례가 4번이나 됐다. 당시 소방방재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에게 제출한 소방헬기 출동 자료를 보면 2009년 3월 17일, 4월 10일, 5월 7일, 5월 9일 산불 발생으로 소방헬기 1대가 출동했다. 그런데 해당 날짜에 김 후보는 미산 골프장 관련 기자회견, 자전거도로 현장 방문, 북한이탈주민 돌봄상담센터 방문, 국무총리 현장방문 수행, 도민체전 개막식 참석 등을 이유로 소방헬기를 탔다.

 

또 산악 구조 및 수색 활동 등을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한 날에도 김 후보는 행정 편의만을 위해 소방헬기를 타고 다닌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소방헬기를 도지사 전용 헬기처럼 남용하는 바람에 진화 작업이나 인명 구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소방헬기는 총 3대뿐이었는데 1대는 산불 진압, 1대는 산악 구조에 나선 상황에서 단체장이 남은 1대의 소방헬기를 차지하면 응급 사태 발생시 환자 이송을 못 하게 된다.

 

실제로 2009년 3월 17일의 경우 소방헬기 1대는 산불 및 산악 구조 활동을 위해 출동했고 다른 1대는 훈련 중이었다. 나머지 1대는 김 후보가 미산 골프장 기자회견에 참석한다고 사용했다. 또 2009년 5월 7일에는 산불 진압과 수색 구조에 각기 다른 2대의 소방헬기가 출동했는데 나머지 1대는 김 후보의 국무총리 현장 수행을 위해 출동했다. 2009년 5월 2일에는 소방헬기 3대가 모두 소방헬기 본래의 목적이 아닌 행정 지원에 이용됐다. 당일 김 후보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헬기를 타고 갔다. 총 43번 가운데 소방헬기 본래의 목적인 재난 점검을 위해 이용한 사례는 4회에 불과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