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 허용" 여당 소수 의견이지만 확산 기류
여성단체와 피해자들의 호소, 여론조사 등 영향
"폐지 입장 변화 없지만 우려 반영해야" 항변도
백낙청 "여성단체들의 존속 주장 이해 힘들어"
"경찰 못 미덥다고 검찰 수사권 살려두면 안 돼"
한인섭 "보완수사권이 피해자 보호 방안? 잘못"
서보학 "검사가 사회적 약자 편? 참 웃긴 얘기"
정부는 고강도 경찰 비리 근절, 통제 강화 발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점점 고개를 들자 검찰 부활의 그 어떤 불씨도 남겨선 안 된다며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는 학계 및 법조계 인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물론 여당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존치를 주장하는 의원은 없다. 성폭력·아동학대·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보이스피싱·다단계 등 민생 범죄에 관해 보완수사권을 남기자면서도 그 범위가 모호하고 검사에 의해 악용 가능성이 높아 가장 문제가 되는 홍기원 의원의 형소법 개정안은 홍 의원을 포함해 불과 11명이 공동 발의해 법안 발의 최저 요건인 10명을 겨우 넘겼다. 일각에서는 '외교관 출신인 홍 의원이 법안을 주도한 것 같진 않다'며 배후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홍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대한변호사협회 의견도 들었다"며 "월요일(13일) 아침에 개정안을 들고 의원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설득했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등 6개 여성단체가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동참해 항의 문자 폭탄을 받고 있는 김동아 의원의 경우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하면서 "여성과 장애인 등 피해자 단체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우려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 왜곡되는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항변한 바 있다. 진보당 손솔 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한 저를 두고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했다고 여러 차례 단정했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끝내는 개혁과 피해자의 권리를 더 강하게 보장하는 개혁은 함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지난달 25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공식 발표한 정부 방침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대다수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민주당 역시 지난 9일 보완수사권은 폐지하고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경찰의 '장윤기 사건' 축소·은폐 파문을 계기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여론의 반발이 크니 보완수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기류여서 이러다 완전 폐지는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것이다.

앞서 거론한 국내 대표적 여성단체들의 반대,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강력범죄 피해자 및 유족들의 잇딴 호소, 보완수사권 유지 응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들, 민변 변호사들조차 다수가 보완수사권을 일부 또는 전부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 조사 결과가 공개된 점 등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검수완박'을 조속히 확실하게 매듭짓길 고대하는 이들의 불안감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14일 민주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개혁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야 한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국면이다.
이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확인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마지막 고비에 이르렀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신중'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나름 섬세한 보완책을 담아서 공동 발의한 원안이 최종 확정되기를 믿고 기대한다"며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의 칼럼 <수사권 없는 공소청이 '경찰 통제' 더 잘한다> 링크를 공유했다.
백 교수는 이어 "개혁적인 여성단체들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일부 존속을 주장하고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성범죄 사건에 둔감하기로는 경찰이나 검찰이나 사법부나 대동소이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이 땅 기득권자들의 뿌리 깊은 관행인데, 앞으로 수사 당국과 공소 당국, 재판부, 그리고 여성단체를 포함한 시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개선하고 끝내 뿌리를 뽑아야 할 과제다. 경찰이 미덥지 않다고 검찰의 수사권을 어떤 형식으로든 살려놓자는 근시안적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소위 '추-윤 갈등' 때를 비롯해 오랫동안 다른 기성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검찰 받아쓰기'와 '친검' 논조로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백 교수가 거론한 이재성 논설위원은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몇 안 되는 내부 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논설위원은 해당 칼럼에서 "검찰과 국민의힘과 다수 언론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장윤기 사건' 같은 경찰의 부실 수사와 사건 암장을 걸러낼 수 없을 것처럼 선동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법적으로 심사하고 통제하는 기소 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더 유능한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핵심 이유는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가 소외되는 제도의 한계, 피해자를 외면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에 있다. 검찰 해체로 인해 새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윤기 관련 증거인멸 및 축소 수사는 이른바 '제 식구 봐주기'라는 권력기관 범죄의 전형인데, 검찰이 이 분야의 '끝판왕'이라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백 교수가 언급한 대로 검사의 수사 및 보완수사권을 완전 삭제하면서도 '섬세한 보완책'을 담은 형사소송법 전면 개정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김용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서영교·김영호·최혁진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 및 보완수사권을 규정한 형소법 제196조를 통째로 삭제하는 대신 같은 조항 번호에 '수사인권보호관' 규정을 신설하는 등 시민사회에서 숙의해온 내용들을 대거 반영하고 있다. 민주당이 9일 당 차원에서 발의한 법안도 경찰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다양한 대안을 담고 있고 국회 법사위에서 법안 심사를 통해 추가적인 보완책 또한 논의 중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권한을 확대하는 등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의 장윤기 사건 은폐를 공식 사과하며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배석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아닌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도 경찰 수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경찰관 배우자, 직계 존·비속 사건에 대한 자진신고 및 상피제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 관행 근원적 차단 ▲경찰관 연고지 유착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순환인사제 전면 도입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으로 '내부비리수사대' 가동 ▲민간 조사관 중심으로 외부 감시·통제를 맡을 100여 명 규모의 '경찰 수사 인권 감찰·조사기구'를 국가경찰위원회에 설치 ▲경찰이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공정한 수사 진행이 어려울 경우 검사에게 수사팀이나 수사관서 교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 부여 ▲공소시효 임박 등 중요 사건에 대해 공소청 검사의 합동협력수사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응하도록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사 권력 오남용 사례로 본 형사소송법 개정 토론회'에서는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의 허구성을 다각도로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토론회 좌장 및 사회를 맡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범죄 피해자 보호는 아주 중요한데 그 피해자 보호를 보완수사권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너무 잘못된 것”이라며 “검찰개혁이 촉발된 것은 검찰 수사가 누적된 적폐를 만들어내고 윤석열 내란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인데 지금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는 싹 사라지고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매일같이 1건씩 올리는 언론 플레이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의 영장 청구 검토 및 보완수사 요구 실질화 ▲경찰이 관여된 사건은 중수청이 수사 ▲독립기관으로 수사인권보호관 도입 ▲수사 과정의 영상 녹화 전면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완비 등 경찰 수사권 남용 견제를 위한 실효성 높은 방안들을 제시한 뒤 "범죄 피해자 보호에 대해 그동안 이론적 발전이 많이 됐고 연구와 논의가 한 30년 쌓여 있지만 보완수사권이 방안으로 언급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안전권, 인격권, 알권리, 참여권, 조력권, 이의제기권 등 피해자의 6가지 권리를 열거하면서 "피해자 보호는 검찰의 보완수사 단계에서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경찰 수사의 첫 단계부터 수사의 마지막까지, 그리고 법원의 공판 절차 전체에 걸쳐 관철돼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를 포함해 검찰의 사건 날조와 암장 등 수사권 남용 사례를 조목조목 짚으며 "검사가 사회적 약자의 편이라고 내세우는 건 참 웃긴 얘기"라고 일축했다. 서 교수의 발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25년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불기소 사건도 고용노동청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보냈는데 검찰 내부에서 묵살돼 결국 불기소된 것이다. 내부 고발 때문에 이것이 알려졌는데 핵심적인 압수수색 결과를 빼고 대검에 보고해서 허락을 받아 불기소했다.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이 중요한 증거물을 누락시킨 거하고 똑같은 짓을 검사들이 한 거다.
뉴스타파에 대한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사건은 법이 아니고 공개되지 않은 대검 내규를 가지고 자기들이 자의적으로 보완수사를 해서 언론사 기자들을 괴롭힌 사건이다. 사건의 동일성 또는 직접 관련성을 법에 넣어놓더라도 검사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수사, 기소한다. 나중에 이것이 결국 법원에 의해 잘못된 수사였다고 판단이 돼서 공소 기각이 되거나 무혐의 날 때까지는 많은 시간 동안 많은 돈을 들이며 고생하게 된다. 이게 보완수사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파워다.
그다음에 순천 부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인데 이것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후에 검찰이 받아 가지고 부녀에 대해서 이상한 동기를 만들어내고 협박, 강압해서 사건을 사실상 만들어낸 것이다. 소설을 쓴 사건이다. 그래서 굉장히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결국 2025년에 재심에서 무죄가 났다.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 보복 기소 사건도 제가 언급했다.
2007년에 벌어진 수원 노숙인 소녀 살해 사건도 경찰이 허위 자백을 받아낸 사건인데, 검찰이 보완수사 단계에서 시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받아서 기소한 다음에 별도로 가출 청소년 5명을 협박하고 회유해 허위 자백을 받아서 5명을 또 살인죄 정범으로 기소했다. 경찰이 체포했던 노숙인 2명과 검사들이 누명을 씌운 가출 청소년 5명 전부 다 무죄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런 사건들이 결국 검사가 수사권, 기소권을 다 갖게 되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론을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겠다. 이번 장윤기 사건 같은 경찰의 부실 수사는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있어야만 비로소 견제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아까 한인섭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검사들이 기록을 잘 검토하고 문서화된, 표준화된 보완수사를 잘 요구하면 경찰의 부실 수사는 그 단계에서 다 걸러질 수 있다.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검토하다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 불법행위를 발견할 경우에는 검사가 수사 의뢰를 할 수 있고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수사 의뢰를 받는 쪽에서 입건 전 조사나 수사 개시를 할 의무를 법에 규정하게 되면 충분히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견제할 수 있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해서 사건을 왜곡시켰을 때는 사후 통제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경찰 수사처럼 이게 사후적으로 통제가 돼서 밝혀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의 경우 중요한 증거물이 누락된 것인데 그 실체가 지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누가 책임이 있는지 검사는 한 사람도 징계를 받거나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도 관련자들의 허위 진술을 강요, 협박, 공갈했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고 대장동 사건에서 녹취록이 조작된 게 다 드러나도 사후에 진상을 밝히기가 정말 어렵다. 이게 검찰 수사의 맹점이고 위험성이다.
최근에 검사가 뭐 피해자, 성폭행 피해자, 아동 피해자, 장애인 피해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편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 누가 들으면 참 웃을 얘기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에서 보면 검사는 항상 강자의 편, 가진 자의 편, 높은 지위에 있는 자의 편을 들어왔다. 갑자기 이들이 피해자의 어떤 수호천사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학의 사건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피눈물을 흘렸을 때 검사들이 피해자의 편에 섰는가? 한동훈 처남 진동균 검사가 후배 여검사를 성폭행했을 때 검찰이 이 사건을 덮었다. 사표 내고 나가서 대기업 이사를 하고 있다가 나중에 미투 사건으로 진동균 사건이 재조명 받으면서 결국 나중에 검찰에서 수사해 기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다. 여성단체가 왜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대표적인 민생 침해 사건으로 언급되는 다단계 투자 사기 사건도 보면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사기 쳐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는데 다 고위직 검사,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다. 이들이 막대한 의뢰비를 받아 전부 다 가해자 편을 든다. 피해자들은 돈을 사기당해 길거리에 나앉고 자살하고 이러는데 그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그걸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 가해자 편을 들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검사들이 과연 약자의 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수사,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히는가? 그렇지 않다. 한인섭 교수님이 잘 말씀해 주셨지만 현재 법에도 충분한 대책이 들어가 있고 또 지금 법사위에서 논의하는 여러 안 중에서도 피해자들의 절차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계속 보강하고 있다. 그래서 검사의 보완수사권만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판이라는 주장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사들이 보완수사권에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느냐. 결국은 수사조직, 인력, 예산 등 현재 검찰청의 수사 전력을 보존해서 기다리는 것이다. 5년이고 10년이고 기다렸다가 상황이 바뀌고 정부가 바뀌면 검찰청으로 다시 탈바꿈해 가혹하게 수사권을 행사해서 보복하겠다는 그런 전략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수사,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서 검찰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 김호경 기자 >
"수사권 없는 공소청이 ‘경찰 통제’ 더 잘한다"


이재성 논설위원
수사권 없는 공소청 조직은 크게 기소심사부와 공판부, 인권보호부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이 중 기소심사부가 현재의 형사부에 해당한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부서로, 지금 검찰에선 다들 인지수사 부서(반부패부·공공수사부 등)에 가고 싶어 해서 한직으로 분류되지만, 공소청에선 주류 부서로 등극할 것이다.
검찰과 국민의힘과 다수 언론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장윤기 사건’ 같은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암장을 걸러낼 수 없을 것처럼 선동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법적으로 심사하고 통제하는 기소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더 유능한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 공소청의 엘리트 검사들이 수사에 한눈팔지 않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들여다보며 협조하고 견제한다면 국가 차원의 수사의 질은 월등하게 높아질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없어야 가능한 미래다.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선진형 형사사법시스템 도입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내란과 관계없이 검찰개혁 세력이 지향해온 일관된 방향이었다.
그런데도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핵심 이유는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가 소외되는 제도의 한계, 피해자를 외면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에 있다. 검찰 해체로 인해 새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제도와 오랫동안 누적된 관료적 습성 탓이다. 특히 1차 수사기관인 경찰에 불만이 쏟아진다. 하지만 피해자를 귀찮아하고 무시하는 관행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해도 사건이 많다는 핑계로 들춰보지도 않고 털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기록 역시 공소청으로 송부되어 90일 동안 검토하게 돼 있는데, 여기서 재수사 사건을 찾아내어 성과를 낸 검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창의적인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인 선임 제도, 수사기록 접근권 및 재판 참여권 보장을 비롯한 피해자 권리 신장 방안을 개정안에 포함하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검찰개혁 논의만 시작되면 우리 사회는 습관적으로 마치 집단 건망증에 걸린 것처럼 과거를 잊는다. 장윤기 관련 증거인멸 및 축소 수사는 이른바 ‘제 식구 봐주기’라는 권력기관 범죄의 전형인데, 검찰이 이 분야의 ‘끝판왕’이라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김학의 사건’이나 ‘김건희 봐주기’로 대표되는 부실수사와 사건 암장도 규모와 강도에서 검찰이 경찰을 압도한다. 형사 절차의 중심에서 권한을 남용해온 검찰 제도를 손보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 하는데, 경찰을 견제하려면 공소청에 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퇴행이자 본말전도다. 정부가 제출한 공소청 및 중수청 설립 법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두 차례나 크게 수정된 끝에 현재의 꼴이 갖춰졌는데, 형사소송법을 통해 수사권을 줄 거라면 지난 1년간 뭐 하러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쳤단 말인가. 참여연대가 지난 3월 정부 법안을 비판하며 썼던 표현을 빌리면, 검찰 ‘간판갈이’ 하려고 그 고생을 했단 말인가.
경찰 불신을 해소할 대안은 여권 의원들이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이미 반영돼 있다. 수개월 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이 숙의를 거쳐 마련한 개정안을 토대로 한 법안이다.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재수사를 요청했는데도 수사기관이 따르지 않을 경우, 수사관 교체나 수사기관 변경 등 제재 권한을 높이는 방안,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사건번호를 삭제하던 기존과 달리, 해당 검사가 계속 그 사건을 챙기도록 하는 ‘추완’제도, 송치 이후 사건 관계자들이 검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면담신청 제도 등 수사권 존치론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 거의 모두 나와 있다.
지금 검찰의 지상 과제는 수사인력 보존이다. 검찰청이라는 이름은 빼앗겼지만, 수사인력만 보존한다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생 사건이든 성폭력 사건이든, 보완수사권이든 조사권이든 어떤 형태로라도 수사권을 지켜내려 한다. 대한민국 검찰에게 수사권은 평생 소득의 크기를 좌우하는 밥그릇이기도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무기이기도 하다. 언제든 권력만 잡으면 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권력을 잡도록 도와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검찰의 수사권은 언론이라는 여의봉을 통해 영향력이 확장되어 정치로 연결된다. 수사권을 살려두면 정치검사도 살아난다.
"사회적 약자 사건, ‘보완’보다 ‘협력’ 수사를"


박용현 | 대기자
오래전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케이지센터’라는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케이지(CASIE)는 아동학대에 대한 지원·수사·교육(Child Abuse Service Investigation & Education)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성폭력·학대를 비롯한 범죄의 피해자이거나 증인인 어린이·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인데, 특이한 것은 이 센터 건물 안에 검사와 경찰 수사관이 입주해 있다는 점이었다. 신고·발견된 피해 어린이는 마치 놀이방처럼 꾸며진 이곳에서 ‘조사’를 받는다. 특별히 훈련된 전문가가 혼자서 어린이를 대면해 질문을 한다. 어린이가 볼 수 없는 또다른 방에서 검사, 경찰 수사관, 심리분석가, 사회복지사 등이 실시간으로 이 장면을 지켜본다. 더 필요한 질문이 있으면 무선 수신기로 조사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피해 어린이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진술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을 여러차례, 여러명을 상대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사건 초기부터 수사·기소 기관과 아동보호 전문가가 협력함으로써 적시에 보호 조처를 하고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의 운영진에는 지역의 주민 대표, 의료인, 학자 등과 함께 검찰·경찰 책임자들이 당연직으로 결합해 있다. 미국에는 이 같은 어린이 피해자 전담조사기관이 수백곳에 설치돼 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들으며 케이지센터의 기억이 떠올랐다. 성폭력,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가정폭력 등 사건에서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검찰의 보완수사가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는 의문이 든다.
보완수사를 통한 접근법은 경찰과 검찰 중 어느 쪽이 더 약자 보호에 충실하냐는 선택의 문제로 치환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답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근본적 해법과도 거리가 멀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시민감시단이 2004년부터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피해자 인권 존중에 기여한 경찰·검찰·재판부를 ‘여성 인권 존중 디딤돌’로, 반대로 피해자 권리 보장에 소홀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한 이들을 ‘걸림돌’로 해마다 선정해왔다. 2023년까지의 명단을 보면, 디딤돌로 선정된 사례 중 검찰이 25건, 경찰이 46건이었다. 걸림돌로 선정된 사례는 경찰이 11건, 검찰이 30건이다. 우열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검찰이 더 믿을 만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경찰 단계에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수사든 보완수사요구든 검찰의 사후 견제로 걸러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검찰 단계에서 틀어지면 더 이상 견제 장치도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설령 보완수사를 통해 바람직한 결과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최선은 아니다. 피해자는 1차 수사와 2차 수사라는 중복된 절차를 통해 고통의 시간이 연장된다.
근본적 해법은 어느 쪽에 더 신뢰를 줄 것인지가 아니라, 두 기관 모두를 각성시키는 것이다.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인권친화적이고 신속한 사건 처리를 하도록 법과 규정을 만들고 인사·교육 등의 제도를 개선해가야 한다. 또 피해자와 지원기관, 민간 전문가 등이 형사절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이 사건 초기부터 검사와 수사기관이 협력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기소권자이자 영장 청구권자인 검사 그리고 수사권을 가진 경찰 수사관, 여기에 더해 민간 전문가까지 결합해 긴밀한 소통과 상호 견제 속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면, 어느 한 기관이 사건을 왜곡하거나 피해자 권리를 무시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리는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일반 사건도 다르지 않다. 살인 등 중대 사건의 경우 초기부터 검사와 수사기관이 적극 협력 수사를 벌인다면 신속하고 철저한 정의 실현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수사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장윤기 사건’과 같은 극악한 축소·왜곡 수사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협력 수사 모델은 수사-기소가 분리된 나라들에서 제도와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논쟁을 통해 그동안 놓쳐왔던 형사사법체계의 미비점들이 뒤늦게나마 공론장에 오른 것은 소중한 기회다. 특히 형사사법절차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취급받아온 피해자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제도 개혁이 이참에 본격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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