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허위사실 공표와 낙선자 사건이 같나
같은 공직선거법 사건이지만 본질 전혀 달라
헌법 84조 불소추 특권으로 재판 중지했는데
국힘, 법치 주장하면서 이재명 대통령만 예외
윤석열도 84조 적용받아 수사 중단됐었는데
이 대통령 재판 즉시 재개하는 게 공정인가
이 대통령 사건은 선거 당락과도 연관 없어
발언 해석 문제…1심과 2심 판결도 엇갈려
국힘, 397억 반환 전 정치적 책임부터 져야
12·3 내란 사과도 성찰도 제대로 안하더니
윤석열 사건 물타기부터 하는게 정당한가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당선 무효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 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0.73%포인트(p)차 초박빙 승부였던 20대 대선에서 이뤄진 허위사실 공표가 자당 출신 전직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음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이 대법원 선고까지 지켜보겠다면서 되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 사건의 경우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법원에서 중지한 재판이다. 더욱이 선거 결과에 끼친 영향이나 발언 성격, 사실심에서의 무죄 판단 등을 놓고 봤을 때, 윤 전 대통령 사건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공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 "유권자 판단 왜곡한 중대한 허위 공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당선 무효형인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 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여사와 그를 함께 만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등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관련 발언은 윤우진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피고인이 윤우진과의 친분과 신뢰관계 정도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건진법사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2013년경부터 친분을 유지하며 개인적, 정치적 처지에 관해 반복적으로 조언받아온 인물과의 관계를 마치 선거 과정에서 우연히 소개받은 것처럼 전면 부인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는 후보자가 국정 운영에서 합리적 판단이 아닌 비공식적 영향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유권자의 관심이 대단히 컸던 상황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꾸짖었다.

국민의힘 "이재명 재판도 신속히 재개해야"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서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에 대해 짧게 언급한 뒤, 이 대통령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엄중히 지켜보겠다"면서 "민주당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이 대통령 사건의 남은 절차가 마무리돼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국민 혈세로 보전받은 대선 선거보전금 434억 원을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의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사안인 반면 이 대통령 사건은 대법 판단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지연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후속 재판도 신속히 재개해 결론 내야 한다"며 "그것이 법치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서울 법대 동문이자 검사 출신인 5선 권영세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만에 하나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이 대통령의 2025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도 바로 재개돼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일"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진숙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사실 공표'라는 혐의까지 꼭 같지만 법은 한 사람(윤석열)만 단죄를 했다.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연기'가 됐다"며 "국민의 거센 분노가 이재명 정권을 향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선거법 사건이지만 본질 전혀 달라
이재명 재판 즉시 재개 명분 찾기 어려워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선고가 나왔으니 이 대통령 재판도 재개해야 '공정'하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두 사건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첫째,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법원이 지난해 6월 중지시킨 사건이다. 사법부가 헌법 해석에 따라 내린 재판 중지 결정을 두고 재판을 즉시 재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스스로 강조한 '법치' 원칙과 충돌한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만 법치의 '예외'를 강요하는 것은 정치적·선택적 사법 정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둘째,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이 대통령 사건은 대선에 미친 영향부터 다르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허위사실 공표를 통해 0.73%p(24만 7077표)차이로 승리한 당선자의 허위 발언 사건이다. 특검도 구형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의 경우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정치적 논란 속에서 수사·기소가 이뤄진 사건으로, 당락과 관련 없는 발언의 문맥과 해석이 쟁점이었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 변경 관련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1심은 일부 유죄를 선고했지만 상급심인 2심에서 전부 무죄로 뒤집힌 점은 그만큼 법률상 해석의 여지가 컸다는 의미다.
또한 이 대통령 2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 결정의 경우, 대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7만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단 9일 만에 검토하고 이뤄져 '졸속 재판'이라는 비판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선거 당락에도 영향이 없었던 이 대통령의 사건을 신속히 재개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의 경우 초유의 '사법부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졸속 재판을 진행한 정황들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상당 부분 밝혀진 만큼, 사법부 신뢰 제고 측면에서 재판 재개보다 대법 파기환송심의 사실관계 및 책임 규명이 우선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셋째,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헌법 84조를 근거로 관련 수사가 중단됐던 상황에 대해 아무런 문제 삼지 않았던 국민의힘이, 같은 혐의가 적용된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만 재판 재개를 요구하는 것은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 재판 재개를 주장하려면 최소한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헌법 84조가 왜 이 대통령에게는 예외여야 하는지 ▲장기간 지연된 당선자(윤석열)의 허위사실 공표 사건보다 당락에 관계없는 낙선 후보(이재명) 사건을 먼저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헌법상 재판 중지 결정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가 우선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부터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결국 남는 것은 397억 반환과 정치적 책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현실적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97억 원의 선거보전금을 반환해야 하지만, 당의 유동자산만으로 이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올해 2월 기준 총자산은 약 1315억 원이지만 상당수가 토지와 건물, 임차보증금 등 부동산 자산이다. 현금과 예금성 자산은 약 116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마저도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 고정지출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범여권은 이날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직후 일제히 국민의힘을 향해 선거보전금을 반환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을 향해 "즉각 국민께 사죄하고 혈세로 보전받은 397억 원의 선거비용 반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그것만이 내란수괴 윤석열을 배출한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국민과 역사 앞에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길일 것"이라고 했고, 조국혁신당 정춘생 사무총장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필귀정"이라며 "거짓에 기반한 선거로 지급받은 선거비용 보전금, 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국고로 되돌려 정상화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란이라는 참담한 상황까지 자초했던 국민의힘이야말로 응당 그 무거운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며 "윤석열을 앞세워 선거를 문란케하고 끝내 내란까지 자초한 국민의힘이 지금 즉시 해야 할 일은, 397억 원 즉각 반환, 주권자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진심어린 사죄, 그리고 내란본당 국민의힘을 스스로 해산하는 것 뿐임을 거듭 분명히 못박아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치권은 397억 원이라는 막대한 선거보전금 반환 여부에 시선이 쏠려 있지만, 그에 앞서 국민의힘에 던져지는 질문은 허위사실 공표로 당선된 후보를 배출한 정당으로서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지다. 12·3 내란에 대해서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던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사과나 성찰 대신 이 대통령 사건을 끌어와 논점을 흐린다면 정치적 정당성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 김성진 기자 >
윤 '거짓말' 1심 유죄…"허위사실 공표 선거인 관점서"
대법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파기환송 법리 적용
조순표 부장판사, 1년 6월형에 집유 3년 선고
"윤우진 변호사 소개·전성배 만남 거짓 주장
올바른 의사 결정 침해했다고 보기에 충분"
확정 판결 땐 국민의힘 397억원 토해내야
변호인 곧바로 항소...특검팀 "충실한 심리"
이 대통령 김문기와 골프·대장동 압력 발언
퇴임 후 재판 재개되면 위 판례 기속력 가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5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선을 한 달 남기고 내려진 대법의 결정에 엄청난 혼란이 따랐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고, 허위 사실을 판단할 때는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다.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항소심)이 허위사실공표에 대해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수 의견에 동의한 대법관들은 그 전까지 대법원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허위사실 공표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축소하는 법률을 일관되게 선언해 왔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선례의 방향성에 역행하여 허위사실 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법 전원합의체 판례는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7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데 그대로 적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수사와 공소 유지를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앞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그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이모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12년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소개 사실을 인정한 점, 이 변호사가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윤석열 과장님 말씀 듣고 미리 문자 올렸습니다"라고 적힌 점 등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은 "윤 전 서장의 실제 변호사 선임 과정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변호사 소개'를 '변호사 선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로 해석한다면 허위사실 공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반 선거인의 통상적인 언어에 비춰볼 때 '변호사를 소개한다'는 말은 반드시 그 변호사가 정식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단계에 이르러야만 성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사건 관계인과 변호사 사이 접촉 자체를 주선하는 행위도 통상 변호사 소개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윤우진의 뇌물 혐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변호사 소개 여부는 피고인과 윤우진의 친분에 관한 중요 사실로 후보자에 대한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이라며 "토론회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 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씨와 그를 함께 만난 적은 없다"는 취지 발언도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13년부터 전씨와 계속해서 교류해 왔고 김씨와 교류에 참여했는데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은 이 발언이 과거부터 전씨를 안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가 아니고, 특정 날짜에 선거 캠프에서 전씨를 김씨와 함께 만난 적은 없다는 뜻에 불과했다며 역시 무죄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반 선거인은 이 발언이 피고인이 원래 전씨를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선거 캠프에서도 당 관계자로부터 전씨를 소개받았고 그 자리에서 김씨와 함께 전씨를 만난 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국한해 이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과정에 당 관계자로부터 처음 전씨를 소개받았고, 현재까지 김씨와 함께 그를 만난 적은 전혀 없다는 뜻으로 봐야 하며 그렇기에 허위사실 공표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변호사 관련 발언은 윤우진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피고인이 윤우진과의 친분과 신뢰관계 정도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전성배씨 관련 발언에 대해선 "피고인이 2013년경부터 친분을 유지하며 개인적, 정치적 처지에 관해 반복적으로 조언받아 온 인물과의 관계를 마치 선거 과정에 우연히 소개받은 것처럼 전면 부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후보자가 국정 운영에서 합리적 판단이 아닌 비공식적 영향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유권자의 관심이 대단히 컸던 상황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또 "당시 피고인이 당선된 선거 결과가 이 사건 범행만으로 좌우됐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허위사실 공표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인 선거인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 사건 범행으로 침해됐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질책했다.
앞의 대법원 판례가 강조한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고, 허위 사실을 판단할 때는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 정확히 해당한다.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대법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을 옭아매기 위해 급하게 했던 판례 변경 '선거인의 관점'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거짓말이 비공식적 의사 결정에 해당해 유권자의 잘못된 판단을 불러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 조희대 대법원이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며 "향후 대법 상고심에 가도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욱 진행자도 그의 발언에 손뼉을 마주 치며 좋아라 했는데 그럴 일만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에 적용된 대법 판례는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속개되는 파기환송심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검법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6·3·3' 원칙이 있다. 이 원칙대로라면 내년 1월 말에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 이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이날 선고 후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1심 판결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실 인정과 법리 적용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본다"며 굉장히 이례적으로 이날 곧바로 항소했다. 변호인단은 또 "이번 판결로 국민의힘이 400억원에 이르는 선거보전비용 반환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2020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는데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강제입원에 관여한 사실을 빼고 답변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것이었다. 1심 판단은 무죄였는데, 항소심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벌금 30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무죄 취지 파기 환송' 다수의견 7명, '상고 기각·항소심 판결 확정' 소수의견 5명으로 사건을 무죄 취지로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방어 수단으로 내세운 것이 이 대통령을 구한 법리였던 셈인데 조순표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부장판사는 해당 대법원 판결 법리를 두고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게 됨으로써 그 표현의 명확성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관련 발언은 피고인만이 후보자로 초청되고 언론인으로 구성된 패널들 질문에 피고인이 답변하는 형식이었으며, 전성배 관련 발언이 이뤄진 기자들과의 인터뷰는 애초에 상대 후보자와의 공방 구도를 전제로 하는 후보자 토론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의 김경호 특검보는 취재진에 "충실히 심리해준 재판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판결을 환영했다.

한편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 전합은 "피고인이 고(故) 김문기와 해외출장 동행은 인정하면서도 하위직이라서 몰랐다는 얘기는 일반 선거인들에게 충분히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골프 관련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는 허위사실은 아니지만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해외 출장 기간에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피고인은 해외 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이는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후보가 김씨와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는다고 판단하면서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현동 관련 발언은 피고인이 국토부로부터 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의 의무 조항에 근거한 용도지역 변경 압박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용도지역 상향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로부터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이는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죄 의심의 판단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이 대통령이 퇴임해 재판이 재개될 경우 판결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양형을 정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은 20대 대선과 관련해 보전받은 434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 임병선 기자 >
윤 입만 열면 거짓말, 지켜본 대가 397억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 공표를 단순한 거짓말이 아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함으로서 이 법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었다. 이번 재판부가 유죄를 이끌어낸 논리를 살펴보면 쉽게 네 가지 단계로 요약된다.
첫째는 발언의 성격이 '의견'이 아닌 '사실'인지의 여부다. "만난 적이 없다"거나 "관련이 없다"는 발언은 객관적 증거로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사실이므로 심판 대상이 된다. 둘째는 그 사실이 실제로 거짓이었는지다. 재판부는 통화기록, 일정, 관계자 진술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해 발언이 객관적 사실과 다름을 입증했다. 셋째는 고의성 여부다. 단순한 기억의 오류나 착오가 아니라, 사안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알면서도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은 선거에 미친 영향이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은 유권자의 핵심 판단 정보이므로, 허위 사실은 결국 국민의 선택권을 왜곡하고 민주주의 자체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이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 윤석열의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이번 판결이 각별한 이유는 선거에서 후보자의 말이 개인의 사적인 발언이 아니라,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의도적인 거짓 전달은 상대 후보와 경쟁을 넘어 국민의 선택권을 훼손하는 기만 행위다. 아직 항소와 상고 등 사법 절차가 남아 있으나, 법원이 허위사실 공표의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는 점에서 범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판결에 당사자 이상으로 깊은 타격을 입고 긴장하는 쪽은, 윤석열을 후보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다. 그의 숱한 거짓말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기 때문이다. 정당은 단순한 공천 조직이 아니라 후보를 검증하고 추천하는 정치적 공동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후보로 선택해 정권을 잡은 이상, 사법적 판단의 도마 위에 오른 허위사실 공표 문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당선 무효 시 국가가 지급한 선거보전비용을 환수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민의 세금을 보호하기 위한 마땅한 법적 장치다. 국민의힘이 제20대 대선 이후 선관위로부터 보전받은 금액만 약 397억 원에 달하며, 이는 정당의 재산이 아닌 국민의 혈세이므로 예외 없이 환수되어야 마땅하다.
혹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권력자들의 범죄에 대해 법의 규정대로 추징해 온 역사나, 2004년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당시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로 이전하며 쇄신을 약속했던 태도를 상기해야 할 것이다. 당시의 조치가 모든 과오를 완전히 씻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지려는 상징적 행동만큼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거짓말을 용인하는 순간 무너진다. 거짓으로 권력을 쥐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거짓은 언제나 손쉬운 정치 전략으로 남을 뿐이다. 이번 1심 판결은 진실을 요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출발점이며, 이제 남은 것은 선거라는 국민과의 엄중한 약속 앞에 국민의힘이 어떤 결단을 내놓느냐 하는 것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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