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중앙지검에 통보…총장 수사지휘권 박탈로 지휘권 상실 상태"
추미애 "만시지탄이지만 국민 바람 부합…수사본부 건의 요청 없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사실상 전면 수용했다.
추 장관은 "만시지탄"이라면서도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검찰청은 9일 "채널A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형성적 처분이란 처분하는 것만으로 다른 부수적인 절차 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 행위를 뜻한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로 윤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을 지휘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으로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수용 여부를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이미 발효 중'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추 장관의 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일주일만에 나온 윤 총장의 최종 입장이다.
대검은 이날 오전 이런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검은 이날 사실상의 지휘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날 제시한 절충안은 '법무부가 제안하고 공개를 건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은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고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먼저 독립수사본부 구성안을 제안하고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법무부의 수장인 추 장관이 이를 즉각 거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이를 곧장 반박했다.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또 "검찰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 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추 장관의 수사 지휘가 부당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오히려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쪽은 윤 총장'이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맞섰다.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며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국정원 사건' 언급? 깨달았다면 수사 독립 훼손 말아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수용에 대해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장관은 자신이 정한 답변 기한인 이날 오전 10시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해 "만시지탄"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추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수사지휘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법무부는 독립수사본부를 먼저 대검에 제안했고 공개 건의를 요청했다는 대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추 법무 지휘 뒤집기 좌절에 ‘피해자’ 코스프레
‘국정원 댓글 수사’ 때 비유 정권 부당함 맞선 피해자로 포장
측근 의혹 감싸다 갈등 번진 점 외면, 법무부 “수사 공정하게”
검사장 회의 열며 저항해놓곤 앞뒤 안 맞는 주장 사실 호도
대검은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고 밝힌 입장문에 윤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에서 물러났던 일을 언급했다. 당시 윤 총장이 박근혜 정권을 겨냥하다 직무배제를 당한 것처럼 지금도 정권과 맞서다 부당하게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곧바로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했던 당시 검찰 수뇌부처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윤 총장은 이번 사건에서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수사에 개입했다. 언론이 처음 의혹을 제기했을 때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를 막고 인권부에 배당하고, 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겠다고 해놓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
윤 총장의 이런 행동은 이번 사건이 범여권 인사들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불거졌고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 비례후보 등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발탁한 황희석 전 법무부 검찰개혁추진단장이 이 사건 제보자 지아무개씨의 변호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갖게 된 의심이다. 특히 조국 수사 이후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되고 사퇴 압박까지 받게 되면서 한 검사장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표적이 결국엔 자신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등 ‘이 정부 사람’이라는 의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이 지난 3일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검사장들의 입을 통해 △독립적인 특임검사를 도입해야 하며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공개하면서 여론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검사장 회의 소집은 대검이 이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형성적 처분)가 됐다”는 주장과도 상충된다. 대검의 설명대로라면 지난 2일 추 장관의 지시가 내려졌을 때 이미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은 박탈되고 상황이 종료된 건데, 그런데도 검사장들을 소집한 것은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고 일주일 동안 침묵을 지킨 건 뭐냐. 일주일 동안 형성 상태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2005년 10월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퇴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수사하겠다”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뜻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도 사퇴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측근이 연루된 사건 수사를 회피하지 않고 개입한 윤 총장 개인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였다. 15년 전보다 총장의 직접적 책임이 크지만 윤 총장은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 김태규 기자 >
검찰총장 형평 잃은 수사지휘 ‘민주적 통제’했다
법무부 “만시지탄…공정성 회복” 측근 감싼 검찰총장 권력 제동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지휘를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은 9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에 결국 이의를 달지 않으면서 파국은 피했다. 검사장들은 “총장의 수사지휘권 자체를 박탈한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반발했지만, 총장이 검찰청법에 명시된 장관의 지휘권을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권한이 집중된 총장의 수사지휘가 형평을 잃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작동했다.
대검찰청은 9일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고, 이러한 사실을 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결과적으로 장관 처분에 따라 이 같은 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검·언 유착’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이미 상실됐으니 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지휘권 파동은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에서 촉발됐다.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에서 스스로 지휘를 회피했다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으로 수사에 개입하면서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이번 사례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형평을 잃었을 때 법무부가 이를 교정하는 차원에서 개입한 사례라고 보는 이유다.
동시에 이번 수사지휘가 남긴 생채기가 작지 않다. 추 장관과 대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보고가 서면보고로 대체되는 등 검찰 지휘체계에 당분간 회복이 어려워 보이는 균열이 났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절제해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수사에 간섭하는 형태가 되니까 이른바 ‘문민통제’도 가급적 안 하는 게 좋지만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없앨 수도 없다”며 “검찰총장의 마음에 따라서 조직이 이상하게 갈 우려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 한해서 최소한의 수사지휘를 공개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형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
[사설] 장관 지휘권 관철, ‘검찰 민주적 통제’ 전례 남겼다
‘검·언 유착’ 사건 수사팀에 독립성을 보장하고 검찰총장은 손을 떼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일주일 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 내용을 이행함으로써 법무부-대검찰청 갈등 상황이 갈무리됐다. 수사지휘권 발동 뒤 윤 총장이 닷새 동안이나 이행을 미루다 새로운 수사본부 구성 방안을 건의하는 등 장관 지시를 회피하려 했지만 추 장관이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전면 수용한 것이다. 검찰 내 일부 저항 움직임이 있었지만, 장관의 정당한 수사지휘가 총장 사퇴 등 불미스러운 사태 없이 관철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수사지휘는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 행보에서 비롯된 만큼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 것 없이 따르는 게 옳았다.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측근 관련 사건과 거리를 두지 않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심을 부를 행보를 계속할 때 이를 제지할 법적 권한은 법무부 장관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 ‘장관의 지휘 내용이 위법·부당하다’는 일부 검사들의 주장은 검찰권 행사에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검찰의 독립성은 사심 없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과 수용은 검찰권의 오남용을 민주적 통제를 통해 바로잡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법무부와 검찰 모두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본연의 직무를 충실히 하는 데 힘써야 한다. 윤 총장이 건의한 수사본부 설치 방안을 두고 대검과 법무부가 상대방의 제안이었다고 사후 논쟁을 벌인 것도 부적절하다. 상황이 마무리된 마당에 사안의 곁가지일 뿐이다.
언론에 배포되지 않은 법무부의 알림 문자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에스엔에스에 노출돼 논란을 일으킨 건 유감이다. 법무부는 실무진이 언론에 공개된 내용으로 착각해 주변에 전파했다고 해명했고, 최 대표는 이미 다른 사람의 에스엔에스에 올라온 글을 복사한 것이라고 했다.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법무부의 기강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의 신뢰성을 훼손한 행위인 만큼 문책이 따라야 할 문제다. 최 대표도 스스로 강조하는 검찰개혁의 대의가 손상되지 않도록 더 진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검·언 유착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다. 독립성을 부여받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또다른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모범적인 수사로 답하기 바란다.
장관의 포괄적 검찰지휘권 공식화…검찰개혁 속도 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극한 대립은 정치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지만, 장관의 포괄적인 검찰 지휘권을 공론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공식적으로 거의 행사되지 못한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고 어떤 우려가 있는지 갑론을박을 통해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졌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사실상 백기 투항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검찰 견제 차원에서 언제든, 또 공개적으로 발동될 수 있는 선례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장관 수사지휘 적법한가…일주일간 법적 근거·이론 총출동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장관 수사지휘권과 관련한 다양한 법리 해석과 견해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의 지휘가 위법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검찰총장이 수사 결과만 보고받도록 한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청법 12조가 명시한 '검찰총장의 검찰청 공무원 지휘·감독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이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찬반 의견이 이어졌다.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이는 검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법무부는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을 내세워 최측근이 수사 대상이면 검찰총장이라도 스스로 지휘를 회피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검찰청법이 명시한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한으로 해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 검찰, 장관의 포괄적 수사지휘 인정한 셈…총장 지휘 배제 용인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 입장은 이날 "검찰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 상태"라는 대검 측의 입장 발표로 다소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장관의 수사지휘는 처분만으로 효력을 발하는 '형성적 처분'이기 때문에 장관 지시대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장관 수사지휘에 대한) 수용·불수용 차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날까지 이어진 장관 수사지휘의 위법성에 대한 논쟁과 무관하게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발동과 동시에 이미 효력을 발했다는 뜻이다. 결국 이는 추 장관 수사지휘의 법적 효력을 무력화할만한 위법성은 없었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검이 추 장관의 포괄적 수사지휘에 대한 위법성 문제 제기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앞으로 탈검찰화를 추진하는 법무부의 검찰 견제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도 있다.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 수사 과정에 윤 총장이 강행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러 검찰의 협상력을 낮추는 자충수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 체면 구긴 윤석열 '자가 보호?' …검찰수장 리더쉽 타격 불가피
대검의 이날 입장 발표가 사실상 비검사 출신인 추 장관에 대한 윤 총장의 백기투항으로 해석되면서 앞으로 검찰 수장으로서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의 위법성을 부각하기 위해 소집한 지난 3일 고검장·지검장 회의가 윤 총장의 입지를 좁히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본인의 입장 대신 회의 내용을 '검사장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내세워 추 장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결국에는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언제든 또 발동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져 검찰 내부를 결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당장 여권 인사 등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와 같은 권력형 게이트 의혹 사건에 수사력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에게 굴복한 것은 자신의 부인과 장모 등의 불법 연루 의혹이 심화되는 와중의 사퇴가 자칫 일가 수사에 불을 당겨 화를 부를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으로 일단은 직을 유지하겠다는 판단으로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추후 여론의 향배 등이 주목된다.
검언유착 수사 갈등에…이재용 기소여부 결론 표류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두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불거진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불법승계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를 둘러싼 검찰의 판단도 표류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8일 “서울중앙지검장 주례보고는 서면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매주 수요일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 주요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하는데 지난주에 이어 2회 연속 대면보고가 불발된 것이다. 이번 서면보고도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산적한 현안에도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2주 동안 대면하지 않는 배경에는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3일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며 수사팀의 허를 찔렀을 때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뜻을 모아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검찰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어도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이유다. 그러나 그 뒤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결론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이 부회장과 삼성을 옹호했던 교수가 수사심의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불공정 심의’의 민낯까지 드러났지만, 수사심의위 권고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면서 기사와 칼럼을 통해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일부 매체들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참모가 대거 물갈이된 인사에서부터 누적된 갈등이 대검 업무 체계를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사건의 경우 전국의 반부패부 수사를 관할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검찰총장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조언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 1월 윤 총장 측근을 솎아낸 검사장 인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후임으로 부임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이 윤 총장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면서 수사 현안을 긴밀하게 논의하는 자리 자체가 드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주례 대면회의도 연달아 무산되면서 삼성 수사 지휘체계가 작동을 멈춘 것이다. 검·언 유착 의혹 수사의 불똥을 맞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수사팀은 현재 최종 기소 범위 정도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는 검찰을 향해 “싸울 때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놓고 갈등하더라도 이와는 별개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경제민주주의21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사건 수사 결과와 상관없는 검찰 내부 갈등을 이유로 경제정의 구현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임재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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