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성 기도·예배 뒤 식사에 코로나 일파만파 큰 위기감

목사 개인 역량에 교회 성패 좌우되는 상황 독려 열성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톨릭 성당도 다수가 모여 주일 미사를 드리고, 불교 사찰도 법회를 연다. 그런데 유독 개신교 교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집합시설을 운영한다는데는 종교 간 별 차이가 없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종교를 설명할 때 성당은 공무원 조직, 절은 공기업, 교회는 자영업으로 비유하곤 한다. ‘교황청-교구-성당으로 중앙집권식 조직의 안전판 아래 있는 사제는 공무원과 비슷하게 개인의 성과에 목매지 않는다. 성당에 반드시 나오도록 신자들을 닦달하거나 애써 헌금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조계종이 다수인 불교의 경우 총무원-교구-사찰·암자로 형식상으론 중앙집권시스템이지만 가톨릭처럼 엄격하지는 않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스님들의 특성상 매여있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신자를 관리하는 것도 비교적 느슨하다. 반면 개신교회는 수 백개의 교단이 난립한데다 각각의 교회적 특성이 강하다. 각 교회의 성패가 목사의 역량에 달렸기에 신자 관리와 선교, 헌금에 기울이는 열정이 다른 종교보다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종교시설 모임을 제한할 때마다, 가톨릭과 불교는 큰 이의제기 없이 따르지만 개신교 목사들은 왜 식당·술집·카페는 두고 교회 소모임만 막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이전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예배 모습.

특히 한국 교회는 다른 나라 크리스천들이 놀랄 정도로 열성적이다. 새벽마다 교회에 모여 새벽기도를 올리고 예배 후 식사도 함께한다. 다른 나라 교회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새벽기도는 아침마다 장독대 위나 부엌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한국 전통문화와 유사하다. 식사는 본래 사찰에서 하던 것이지만 교회에도 하나둘씩 구내식당이 만들어지면서 예배 뒤 식사하는 교회가 늘었다. 사랑방에 모여 정을 나누던 전통적인 모습이 이어진 것이다. 한국 교회에서 흔한 통성 기도 역시 미국 남침례교회나 아프리카 등에서 일부 볼 수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권에선 드물다. 더구나 교회는 건물 면적당 신자 수가 사찰·성당에 견줘 많아 소모임에서 마스크를 벗고 찬송·통성 기도를 하거나 식사를 함께할 경우 비말이 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교회는 10가구 안팎의 구역과 100가구가량의 교구를 엮은 점(세포)조직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매주 몇 차례씩 모임을 갖기 때문에 교인 간 접촉 빈도는 다른 종교와 비교할 수 없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성교회 대부분이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예배당 내 참여자를 줄여 거리두기를 하고 온라인 예배를 병행했다. 신자 수 56만명으로 단일 세계최대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주일 7부 예배 중 오전 9·11시 예배엔 평균 12천명이 참석했으나 지난 2월 이후 그 숫자가 10분의 1로 줄었다. 주일 6부 예배를 하는 경기도 용인새에덴교회도 예배 당 4~6천명이던 참석자 수가 500~1천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신자들이 이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교회와 목사들 사이에 팽배하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지난 531일을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로 정하고 모든 신자가 다시 예전처럼 교회에 출석해 예배를 보자는 캠페인을 펼친 것도 이런 다급함이 반영된 것이다.

한교총 소속의 한 목사는 출석 신도와 헌금이 줄면서 교회 운영이 어려워지는데도 대다수 교회가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소모임과 식사를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가 열광적으로 찬양과 기도를 하며 숙식을 함께하는 부흥회나 수련회를 열어 다수 교회에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떠올랐지만,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열망하는 곳도 교회다. < 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