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죄송, 너무 늦게 찾아와, 광주시민에 사과 이제 첫걸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전례 없는 보수 정당 대표의 ‘무릎 사과’는 호남 및 중도층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는 시민들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가 ‘차용된’ 한시적 비대위 대표라는 사실과 미통당 내에 ‘망언’ 의원들이 여전 건재한 때문이다.
비대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를 찾은 김 위원장은 “광주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 일백번 사과하고 반성해야 마땅한데 이제 그 첫걸음을 뗀다”며 “잠들어 있는 원혼의 명복을 빌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유족들께 깊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80년 6월,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자문·보좌기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준비한 1300여자짜리 사과문을 읽으며 여러 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이후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15초간 묵념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인 2016년 1월에도 5·18 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사연이야 어쨌든 그와 같은 정치(국보위)에 참여했던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 발언에 우리 당이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진태·김순례 등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에서 5·18 유가족을 폄훼하고 사실을 왜곡하고도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임기를 마쳤다. 이날 현장을 찾은 광주시민 수십명은 이런 발언에 박수를 치며 “감사하다”고 했지만, 한켠에 서서 “망언 의원조차 제명하지 않은 상태로 광주에 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김 위원장과 면담한 광주시민들은 “진정 호남하고 같이 가려면 그들(5·18 망언 의원)을 제명하든지, 신뢰가 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총선 때 호남 지역구에서 거의 후보를 내지 못했던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 정신을 담고, 5·18 유공자의 예우를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당내에선 “당을 대표하는 분이 공식 사과하고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장제원 의원), “그동안 실천이 부족했다. 이번에 신호탄의 개념으로 국민통합, 호남 포용의 목소리를 낼 것”(조해진 의원)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광주 방문이 화제 전환용으로 비치는 것이 오해인가”라며 “화합을 위한 진정성이 담긴 방문이라면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논평을 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의원들이 같이 토의를 해봐야 안다.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 행보에 호남 지역민심은 여전히 ‘긴가 민가’하며 진정성을 가늠하는 모습니다. < 김미나 이주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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