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2인자” 국정원, 국회 정보위에 보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국가정보원이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사실상 북한의 2인자 구실을 하고 있다고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 부부장 등 고위급 지도부에 자신의 권한을 일부 위임해 통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정보위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대남·대미 전략을 김여정한테 위임했다. 또 보고 과정에서 과거에는 김정은이 만기친람했지만 이젠 김여정이 중간에 취합해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김정은이 지시를 내리면 이를 각 기관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경제 분야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 군사 분야는 최부일 당 군사부장과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권한이 분산됐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다만 국정원은 김 부부장으로 후계 구도가 정리되거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권한 분산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여정 담화를 주민들에게 암기시키는 등 김 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이 강화되고 있지만,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수해도 심각한 것으로 국정원은 확인했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집중호우로 강원도와 황해남북도에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최대 피해를 기록한 2016년보다 침수 피해가 크게 증가했다고 국정원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은 “영변 5㎿ 원자로는 가동 중단 상태이며, 재처리 시설 가동 징후도 식별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 하계훈련량도 25~65%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영변 핵시설 침수 가능성에 대해선 “침수 등 동향 보고가 없었다. 풍계리, 동창리도 특이 동향은 없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신형잠수함 진수와 관련해선 “기존 로미오급을 개조해 건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는데 진수는 언제 될 건지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 정환봉 기자 >
김정은 권한, 핵심간부들에 분산 통치…스트레스 줄이고 책임 나누기
국정원이 보고한 ‘북 통치행태 변화’
국가정보원이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보고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 통치 형태의 변화’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모든 권한을 최고지도자가 독점했다면 집권 9년차에 들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에게 분산시켜 운영하고 있다.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날 국회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전한 국정원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김 부부장은 친오빠인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대남 정책, 대미 전략 분야에 대한 중요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 김 위원장이 각 기관한테 직접 보고를 받았다면 이제는 중간에 있는 김 부부장을 통해 보고를 받고 다시 지시를 내리는 식이다. 최종 결정권은 물론 김 위원장한테 있지만, 김 부부장이 각 기관의 보고를 “취합”하고 “총괄”한다. 이와 비슷하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가 ‘투톱 역할’을 한다. 군사 분야에서는 최부일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신설)이 무력 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 기능을 맡고 있고,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한다.
국정원이 이날 처음으로 김 부부장을 “사실상 2인자”라고 확인했듯 김 부부장의 지위가 다른 당 간부들에 비해 높은 것은 명백해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고 과정에서 김 부부장에게로 권한이 분산된 데 대해 ‘위임통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하태경 의원은 다시 “김정은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고, 국정원 관계자는 “권한이 분산됐다는 의미”라고 다시 확인했다. 김병기 의원은 “대통령이 결재를 다 못 하니까 장관이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중요한 건 (김 위원장) 본인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치 시스템이 변화한 배경엔 첫째로 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둘째로는 위기 관리 차원, 곧 해당 정책이 실패했을 때 최고지도자한테 돌아오는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함이기도 하다. 집권 9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이 충분히 권력을 장악했고 통치 경험이 축적됐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통치의 효율을 높이고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권한을 분산시키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정치는 자신이 직접 관장하고 경제·사회·군사·대외업무 등 분야별로 책임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정치적 관리 용병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김 위원장의 권력장악, 안정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런 통치 행태의 변화는 김정은 시대 들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와 달린 김정은 정권 들어 통치 행태의 변화가 계속 발견된다. 이미 당의 핵심 간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 노지원 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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