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 수석연구위원 ‘조정필요’보고서, “미 정부 입장 등 따라 일정 고무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가운데)과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왼쪽) 등 한-미 군지휘부가 지난해 10월 한국군 제5포병여단의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현재 한-미간 시행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조건과 검증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사 체제가 유지되는 현재 계획에 비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별 요구 과제와 검증 방식이 과도하므로 이에 대한 재조명과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애초 한-미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구비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 등 세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또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미군 4성 장군 대신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를 구성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수석연구위원은 “전작권 전환 후에도 연합사 체제에 변함이 없다면 한국군의 능력 보강이 전작권 전환의 엄격한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전작권 전환으로 바뀌는 것이 연합사령관의 국적 변화뿐이라면 한국군 4성 장군이 과연 연합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휘능력 평가가 전환 조건의 핵심이 되어야지, 탄약확보, 감시자산 보강 등 한국군의 물리적 능력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세 단계(IOC-FOC-FMC)로 진행되는 미래연합사의 운용능력 평가 및 검증 방식에 대해서도 “(이런 검증은) 원래 창설 부대에 대해 그 운용능력을 사전 평가·검증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라며 “기존 부대인 연합사에 대해 (이런) 까다로운 검증 기준을 부과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미는 이 세 단계 검증 가운데 지난해 첫 단계인 IOC(기초운용능력) 검증을 마치고 올해 두 번째 단계인 FOC(완전운용능력) 검증을 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19 확산으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는 “(미래연합사에 대한) 3단계 검증이 박근혜 정부 시절 연합사를 해체하고 미래사를 창설한다는 개념 하에 만들어졌던 것”이라며 “현재 연합사 체제를 존속시키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음에도 검증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또 ‘올해 FOC 검증 연기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지적하며 “전작권 전환의 조건과 검증이 엄격할수록 한국군 전력증강, 코로나 사태 등의 상황 변수, 또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해석에 따라 전작권 전환 일정에 계속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군이 ‘국방개혁 2.0’을 통해 추진하는 핵심군사능력 확보는 변함없이 추진하되 전작권 전환의 조건에 대한 평가와 검증 방식은 합리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이미 2006년 당시 부시 행정부는 한국군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2009년 조기 전환을 주장했다”며 “전작권 전환 반대 논리로 ‘시기상조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결국 전작권 전환의 시기 결정은 능력과 상황의 문제라기 보다 의지와 판단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전작권 전환이 본격 준비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한국군에 투자된 순수 전력증강비만 누적 규모로 153조원을 넘었다며 “한국군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지휘구조와 관련해선 전작권 전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국군 주도-미군 지원의 병렬형 지휘체제’를 지향하되 여건상 어렵다면 연합사 편성에서 한국군의 역할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병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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