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영사콜 작년 24만여 건, 상식 어긋난 요청 잇따라

지난해 사건사고는 5만여 건 상담올해는 코로나19 급증

 

영사콜센터

 

"(해외) 여행을 와 여자를 만나 하룻밤 지냈어요. 30만원 줬는데, 택시비가 필요하다며 10만원을 더 달라고 해요. 10만원은 못 준다고 영어로 통역해 주세요"(민원인)

"선생님. 지금 000에 계시고 현지 여성분을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서 금전 분쟁이 생긴 상황 맞습니까?(상담관)

", 맞아요. 10만원은 못 준다고 말해주세요"(민원인)

외국에서 현지인 여성과 성매매를 한 민원인이 "여성이 요구하는 액수를 지불할 수 없다"며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통역을 요구한 사례다.

불법 행위를 한 뒤 금전적 분쟁까지 해결해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한 것이다.

불법 사항, 욕설, 성희롱, 개인 간 금전 분쟁 등은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부적절한 민원성 전화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영사콜센터 운영실태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담 건수는 2419건으로 이 중 사건·사고 관련 상담은 51585건이다.

전년도와 비교해 상담 건수는 2만여건, 사건·사고도 2천여건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상담·조력 범위를 넘어선 민원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동남아 국가 등에서 성매매를 둘러싼 갈등이 생겼을 때 통역을 요청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면세품 환불 요청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지체되자 현지 직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내용을 그대로 통역해 달라는 민원인도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한 음식과 실제 받은 음식이 다르다며 욕설과 함께 부적절한 내용의 통역을 요구한 사례도 접수됐다.

통역 요청은 아니더라도 '항공기 출발을 늦춰달라', '바가지요금을 해결해달라', '개인 숙식·항공권을 마련해달라'는 등의 요청도 상담 범위를 넘어선 경우다.

상담원에게 폭언하는 사레도 적지 않았다.

한 민원인은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에 불만을 제기하며 욕설을 했고, 다른 민원인은 외교부의 조력 범위를 넘어선다는 설명에 폭언을 했다.

정부가 재외국민의 한국 입국을 허용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상담관을 비방한 사례도 있다.

영사콜센터 관계자는 "외교부 차원에서 도와드릴 수 없는 사안인데도 계속 도움을 요청하며 상담관의 본 업무를 방해할 경우, 절실한 영사조력이 긴급하게 필요한 우리 국민이 적시에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사콜센터는 해외에서 사건, 사고나 긴급한 상황에 부닥친 국민에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현재 상담 인력 75명을 포함해 모두 81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1~6월 코로나19 관련 상담이 62332건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