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급심 깨재합법화 길 열려

박근혜 정부 불법노조딱지, 양승태 대법 재판거래 대상 돼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왼쪽)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조합원들과 얼싸 안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법외노조처분을 받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7년 만에 노조의 지위를 되찾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3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며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준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박근혜 정부 전교조 탄압의 신호탄이었다. 2013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 9명이 가입해 있다는 이유로 법률상 노조가 아님’(법외노조)을 통보했다.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교원노조법 조항과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시행령에 따른 것이었다. 방하남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직 노조원 수가 미미하며 1999년부터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며 박 대통령에게 친전까지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도 묵살됐다.

느닷없는 불법 딱지에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 정지 신청을 내며 법정 다툼을 시작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고법의 민중기(현 서울중앙지법원장김명수(현 대법원장) 재판장이 2014~2015년 법외노조 효력을 정지하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제동을 걸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본안 사건 1·2심 재판부는 모두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20155월 헌법재판소는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다수의견으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는 법원행정처가 이 사건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다. 서울고법의 효력 정지 인용 뒤인 201412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문건에서는 “(서울고법의 효력 정지) 인용 결정 후 BH(청와대)는 크게 불만을 표시하였다는 후문이라며 대법원의 최대 현안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에 대한 BH를 비롯한 각계의 협조·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본안 사건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법원 정기인사에서 해당 재판장 교체 가능성이 높음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로 2심 재판장이 바뀐 뒤 20161월 항소심 재판부는 전교조 패소 판결을 내놓았다.

이로부터 48개월이 지난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0 2 의견으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조항이 담긴 시행령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기에 무효라고 밝혔다.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된 서울고법이 이번 판결을 확정하면 전교조는 다시 합법노조의 자격을 얻게 된다. 전교조는 이날 마침내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었다. 정부와 사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전교조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등 신속한 후속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노조 아님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장필수 기자 >


대법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 부활법외노조 통보 문제점 샅샅이 지적

다수의견 법적 근거 없이 행정입법, 노동3권 본질적 제한 규정해 무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가 내려진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김명수 대법원장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판결을 통해, 1987년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의 부활이라며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과 이럴 경우 행정관청이 시정 요구를 하고 시정이 안 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시행령이다. 교원노조법도 이를 준용해 적용한다. 1·2심 모두 이 시행령이 위임입법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김명수·권순일·박상옥·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노태악 8)은 법외노조 통보가 사실상 노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처분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1987년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나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라며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것이다.

김재형 대법관은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교원이 계속 가입돼 있다고 해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별개의견을 내놓았다. 안철상 대법관도 전교조의 위법사항에 견줘 처분이 과도해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행정관청이 노동조합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게 된 단체에 소정의 절차를 알려줄 뿐이어서 부당한 자의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며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는 뜻을 밝혔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노태악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법률 차원에서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등은 국회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시행령이 무효인 만큼 정부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해오던 노조설립 신고제를 손질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노조법 시행령에 규정된 신고서 보완 요구 조항을 통해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할 수 있었는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이 조항 폐지를 논의 중이다.

신인수 변호사는 노조의 단결권과 노동3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라며 노조 설립신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여서 사실상 사후·사전 허가제로 운영하던 노조 설립신고제를 국제 노동 기준에 맞춰 바꿔나갈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 조윤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