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령 속 성폭행 급증에 초강력 법 시행
지난 6월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여성부 장관 폴린 탈렌이 성폭력에 항의하는 ‘레드 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아부자/ AP 연합뉴스
나이지리아의 한 주에서 아동성폭행범을 거세한 뒤 사형하는 강력한 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령 기간 동안 성폭행이 3배나 급증하자, 36개 주지사들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 카두나주 나시르 엘 루파이 주지사가 16일(현지시각) 14살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남성의 고환을 제거한 후 사형하고, 같은 죄를 저지른 여성은 나팔관을 떼어낸 뒤 사형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14살 이상을 성폭행하면 거세한 뒤 종신형에 처한다고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이 17일 보도했다. 루파이 주지사는 “어린이들을 중범죄로부터 더 잘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새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나이지리아 여성부는 지난해 12월 매년 200만명의 아동과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유니세프 통계를 인용해, 나이지리아 여성의 4분의 1이 18살이 되기 전에 성범죄 피해를 입는다고 보도했다.
특히 나이지리아 경찰은 지난 1~5월 사이 약 800건의 성범죄가 신고됐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처가 시작된 4월 이후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은 실제 수치는 훨씬 더 많으리라 추산한다. 폴린 탈렌 여성부 장관은 지난 6월 여성과 아동이 (가족내) 성폭행범과 함께 봉쇄되면서 성폭행이 세배 가까이 늘었다고 우려했다.
국가적인 성폭력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조처를 촉구해 온 상당수 시민들은 이 법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반헌법적인 포퓰리즘 정책일뿐 아니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치디 오딘카루는 이 법을 “합법적인 사디즘(가학성애)”으로 비판하면서, 오히려 성폭행 피해 신고율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상당수 성폭행은 가정 내에서 이뤄진다. 아동과 여성이 아버지나 남편을 신고해 거세와 사형·종신형에 처하게 할 경우, 피해자 역시 가족과 지역사회 내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나이지리아의 조혼 풍습도 법 적용을 어렵게 한다. 나이지리아는 전세계에서 조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현재 어린 신부가 약 350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혼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문제에 이 법을 어떻게 적용할 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2010년 나이지리아의 잠파라 주지사 출신 49살 정치인 아흐메드 사니 예리마가 13살 이집트 아동과의 결혼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는 “모하메드 선지자도 어린 소녀와 결혼했다”고 스스로를 방어한 바 있는데, 그가 내년 나이지리아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 전정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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