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자.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가 기후변화에 새로 관심 갖게 된 독자들이 제기하는 주요 질문과 답을 정리해 누리집에 게시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설명을 보충해 소개한다.
―‘기후변화’가 맞나, ‘지구온난화’가 맞나, 아니면 ‘기후위기’가 맞나?
“기후변화가 지구온난화보다 더 상위 개념이다. 온난화는 기후변화의 한 유형이다. 기후변화는 기온의 상승만이 아니라, 강우 유형의 변화 같은 것을 포함한다. 지난해 한국에선 54일간의 최장 장마가 있었고, 한 해 전과 달리 올겨울은 한파가 매섭다. 모두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운 겨울을 겪고 난 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가 아닌 기후변화로 말을 바꿔 쓴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 과학자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이 두 가지 용어를 함께 써왔다. 최근엔 기후위기란 말을 더 많이 쓴다. ‘변화’가 단지 상황을 설명할 뿐, 그 정도나 심각성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최근의 기후변화가 인류가 초래한 것으로 확인됐으니, 그 이전 기후변화들과 구분하자는 의도도 있다.”
―그래서 지구 기온은 얼마나 상승했나?
“지구 기온 상승폭은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과학자들의 결론이며,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국제적 합의다. 2017년을 기준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구 전체 규모의 측정이 시작된 1880년 이후 섭씨 1도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0.5도가 더 오르면 문제가 생긴다. 1.5라는 숫자가 작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미 오른 1도로 인해 전세계 많은 육지 빙하가 녹아 사라졌고 해수면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1.5도를 넘으면 인류의 힘으로는 변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최근의 이상 기상 현상들이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나?
“기상이 매일의 날씨라면, 기후는 더 크고 긴 시간 동안 일어나는 기상 현상을 이른다. ‘기상이 기분이면 기후는 성격’으로 흔히 비유한다. 기후가 변하면 기상도 달라진다. 기후변화는 폭염을 빈번하고 격렬하게 만든다. 폭풍우나 해안 홍수도 심해졌다. 중동 등에선 가뭄이 심화했고 가뭄으로 화재도 빈번해졌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그런 사례다.”
―인류가 정말 온실가스를 증가시켰나?
“이미 십수년 전 과학적 결론이 난 문제다. 산업 배출과 자연 배출을 구별하는, 방사능을 이용한 각종 연구에서 확실한 증거들이 나와 있다. 지구상 이산화탄소의 양은 자연적으로 늘고 줄지만, 인류의 산업혁명 이전엔 이 변화가 수천년에 걸쳐 일어났다. 지금은 이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우리는 어느 정도로 곤경에 처해 있나?
“한마디로 큰일이 났다. 앞으로 25~30년 사이 지구는 더 따뜻해지고 날씨는 더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다. 산호초 같은 지구 생명체들의 주요 서식지는 이미 죽어간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이대로 방치될 경우 지구 역사상 여섯번째 대규모 동식물 멸종이 촉진될 것으로 본다. 식량난이 일어나고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한다. 정치는 불안정해지고 종국엔 극지방의 만년설이 녹아 세계 대부분의 해안 도시가 물에 잠긴다. 현재 생존 인류는 손자녀 세대를 보지 못할 거라는 끔찍한 예언도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따른 피해를 부자들보다 가난한 이들이 먼저 겪는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도 말이다.”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할까?
“지금은 100년에 30㎝ 정도로 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수준이면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내일 당장 멈추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장기적으로 4.5~6m가량의 해수면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해수면 상승 높이는 궁극적으로 24~30m가 될 수 있다.”
―현실적 해결책이 있나?
“있지만, 인류가 너무 오랫동안 행동을 미뤄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지구 대기 내 탄소량을 더는 늘리지 않는 ‘중립’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자동차 연료 기준이나 강화된 건축 규제, 발전소 배출 제한 같은 정책 효과로 유럽 등지에선 배출량이 줄고 있다. 최악을 피하려면 전지구적으로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태양광 산업은 이미 석탄 채굴보다 2배 이상의 인력을 고용한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각자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목소리를 높여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파리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가 시작되는 올해,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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