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학살’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처벌하자는 움직임 확산

환경단체 요구에 몰디브· 프랑스· 벨기에 등 지지하고 나서

 

환경파괴를 국제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처벌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의 소각장에서 검은 연기가 나와 하늘을 뒤덮고 있다.

 

환경파괴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처벌할 수 있는 국제범죄로 규정하자는 움직임이 환경단체와 일부 국가 사이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변호사들과 환경운동가들이 만든 유럽의 비정부기구 ‘스톱 에코사이드’가 유명 인권 변호사 필립 샌즈 등 전문가들과 함께 ‘환경학살’(ecocide)을 국제범죄로 규정하기 위한 개념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8일 전했다. 환경학살은 체계적이거나 광범위한 환경파괴 행위를 지칭하는데, 이 단체는 오는 6월까지 범죄의 개념을 정리해 국제형사재판소가 다루는 범죄로 추가하는 운동을 펼 계획이라고 잡지는 전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현재 다루는 범죄는 집단학살,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네가지다. 여기에 환경파괴를 추가함으로써, 환경파괴가 국제적인 범죄인 동시에 인류에 대한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처벌하자는 것이 이 단체 등의 요구다. 환경파괴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가 되면 환경단체 등이 개별 국가 범위를 넘어 환경파괴범을 제소할 수 있게 된다.

환경학살 규정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영국·프랑스계 인권 변호사 필립 샌즈는 최근 영국 잡지 <뉴 스테이츠먼> 인터뷰에서 “환경학살 개념을 인류 보호 관점에서만 규정하려는 시도를 넘어서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지적했다. 동식물 등의 권리나 환경보호 개념도 범죄 규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경파괴를 국제범죄로 규정하자는 운동은 스코틀랜드 출신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인 폴리 히긴스가 2010년 제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히긴스는 환경학살을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광범하게 파괴하거나 손상하는 행위’로 정리하고 평화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할 것을 유엔에 요구했다. 유엔은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는 환경파괴를 반인도범죄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파괴 범죄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처벌 대상이 되려면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가입국들이 규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스톱 에코사이드’에 따르면, 2019년 12월 작은 섬나라인 바누아투와 몰디브가 이를 국제형사재판소 총회에서 처음 제기했다. 2020년 6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국제사회의 환경학살 인정을 위해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또 12월에는 벨기에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 총회에서 환경학살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