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0.09%p 다시 오르자 나스닥 이어 아시아 증시 하락
코스피 1.28%↓…환율은 4.8원↑초저금리 끝나면 성장주 타격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세계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당분간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이 각각 1조원 안팎의 팔자 물량을 쏟아낸 영향으로 1.28%(39.5) 하락한 3043.49에 장을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8원 오른 1125.1원으로 마감했다. 국고채 금리도 10년물이 1.972%로 2019년 3월 20일(1.981%) 이후 약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니케이지수가 2.13% 하락하는 등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앞서 3일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09%포인트 반등한 1.48%로 장을 마쳤다. 장중 1.5%에 바짝 다가서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7% 급락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1조9천억달러 부양책이 의회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백신접종 확대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돼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0A)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1.75~2%에 접근할 경우 위험자산에 상당한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국채금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미국 국채가 사실상 무위험 자산으로 다른 모든 자산의 가격를 매기는 기준점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미 국채금리에 위험도를 감안한 가산금리를 얹어 차입금리를 산정하거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할인해 주가를 평가한다. 이에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달 초 2.8%에서 이달 초 3.25%로 급등했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주택 경기와 가계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동안 초저금리에 힘입어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성장주들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전세계 차입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실질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 요인이다. 실질금리의 대용으로 사용되는 미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는 1월말만 해도 마이너스 1% 아래에서 움직였지만 지금은 -0.7%대로 올라왔다. 명목금리가 올라도 실질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미 연준의 의도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실질금리가 더 오르면 모든 위험자산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촉발된 금리 급등(긴축발작) 사태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은 중국의 강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금리 급등으로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하는 토론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서(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장기금리를 안정시키는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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