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에서 3국 안보실장 협의…대북정책 집중 논의
서 실장 “대북 관여와 남북관계 - 비핵화 선순환 강조”
미,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합의 등 북-미 문서 검토
언론성명에서 북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우려 공유”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2일(현지시각)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가 열렸다. 앞줄 오른쪽부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미 협상을 조기에 재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는 이달 말께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 실장은 2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마친 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협의에는 서 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여했다. 협의의 가장 주요한 의제는 미국이 검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대북정책이었다. 3자 협의에 앞서 한-미, 한-일 양자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됐다.

서 실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에서 서 실장은 북-미 대화와 남북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실장은 “우리 쪽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가운데,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관여의 중요성, 한-미 간 조율된 전략의 마련, 그리고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적 기능에 대해 강조해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과 조속히 대화에 나서야 하며,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대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는 얘기다. 특히 서 실장은 북-미 협상이 가급적 조기에 시작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날 협의에서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해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고, 남은 검토 과정에서도 한국과 계속 소통하고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서 실장은 전했다. 서 실장은 “한-미-일 안보실장들은 대북 협상을 위한 대책 마련 및 시행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한-일 또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건설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기로 했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도 공감했다고 서 실장은 전했다.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온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 검토 작업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고위 당국자가 지난 1일 기자 브리핑에서 말했다. 미국은 이번 안보실장 협의에서 조율한 내용까지 반영해서 이달 말 이전에는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북 협상에 관한 기본적 입장과 의지, 방향에 대한 발표가 그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에서 한국 정부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얘기가 외교가에서 나온다. 예컨대,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계승·발전할 것을 강조해왔는데,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 검토에서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포함한 북-미 사이 지난 30년 동안의 모든 문건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일 기자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선언의 일부라도 여전히 유효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그에 대해 더 말할 게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항으로 이뤄졌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비판해온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대한 존중을 공개적으로 표할 경우,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화 신호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날 협의에서 최근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 전반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를 포함해 바이든 정부의 향후 4년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은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서 3개국 안보실장 협의를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개최해 나가는 데 공감했다고 서 실장은 덧붙였다. 다음 번 협의는 올해 안에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안보실장은 이날 협의 뒤 낸 언론성명에서 “북한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3자간 조율된 협력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동의했으며, 핵확산을 방지하고 한반도내 억지를 강화하며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경고다.

3국 안보실장들은 또한 성명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 및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신속한 해결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들과 지역, 전세계 안보를 위해 한-일 양자관계와 한-미-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안보실장들은 코로나19, 미래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방지를 위한 협력, 기후변화 대응, 미얀마의 즉각적인 민주주의 회복 촉진을 포함한 여러가지 주요한 도전과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 3자간 협력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한-중 외교장관, ‘비핵화 통한 평화’ 원칙 재확인

 

3일 중국 샤먼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
"평화 프로세스 실질 진전 공동 노력"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 직후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쪽은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란 원칙에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속한 방한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머리발언에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 정착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중국이 계속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중-한 양국의 전략적 소통은 중요하며, 이번 회담은 매우 적절한 때 성사됐다”며 “중국은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회담 뒤 따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중국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책과 이 목표 달성을 위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한다”며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보다 건설적 역할을 계속할 것을 요청했고, 중국 쪽도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여러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같다”며 “굳이 구분하자면 미국은 북한의 위협 쪽에 더 관심이 있고, 중국은 북한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대해 모든 관계국의 의견이 일치하며, 결국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 한-중 양쪽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추진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비롯한 구체적 계획에 관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점은 이전보다 반걸음쯤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의 올해 안 방한은 가능하며, 중국도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다만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부담이 없어질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중 양쪽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핵심 현안에 대한 외교당국 간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안에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와 외교안보대화(2+2)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내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의 장기적 발전 방안을 논의할 ‘한-중 관계 미래 발전위원회’도 상반기 안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한편,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우리 쪽은 “미-중 두 나라 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동북아 평화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중국 쪽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우리 동맹이고, 중국은 지리 문화 역사적으로 가까운 최대 교역상대이자 중요한 파트너”라며 “미-중 양국이 갈등 요인을 줄이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을 늘리는 쪽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중국 쪽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샤먼/정인환 특파원,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