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사건' 파악 문건 공개돼…'오보 대응용' 해석도

손준성, '고발 사주' 관여 드러나…감찰 불가피할 듯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사실상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사건에 검찰이 대응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검 문건이 공개돼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오보 대응용으로 준비한 문서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문건 출처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고발 사주' 의혹의 배후에도 대검의 정보 라인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윤석열 장모 사건 관련 의혹 문건=세계일보가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사건 관련 정보를 대검찰청에서 수집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로써 공개한 '대검 내부문건'.

 

◇ 대검, '윤석열 가족' 정보 수집 정황

 

세계일보가 14일 공개한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에 관한 대검 내부 문건은 윤 전 총장 개인을 위한 '사적 정보수집'에 당시 대검 정보라인이 관여했을 것이란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난해 3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씨가 연루된 사건 4건의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문건에서는 최씨를 '피해자'와 '투자자'로 표현하고 있다.

 

한 사건은 윤 전 총장이 피진정인으로 명시됐고 관련해 담당 검사 등 검찰과 진정인 외 알 수 없는 정보도 담겼다. 일부 내용은 수사 정보로 추정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문건의 정확한 작성 주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문건 작성 형식이나 수집 정보 내용 등에 비춰 검찰의 정보 라인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반면 문건에 기재된 내용이 사건 현황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국회 질의나 언론 오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된 문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문건 출처에 대한 뚜렷한 반박은 나오지 않아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어떤 문건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나서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지난해 12월 15일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총장 지시로 '장모 사건' 정보 수집했다고 들어"

 

실제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 전 총장의 개인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됐다는 의심은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착수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윤 전 총장의 징계 결정문에 따르면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작년 말 징계 심의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장 지시에 따라 사모(김건희씨)·장모 사건과 채널A 사건을 전담해 정보 수집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이어 "관련 법리도 그곳에서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이는 윤 전 총장이 당시 처가 관련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대검 참모조직을 동원해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증언이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채널A 사건 등에 관한 대응 논리를 만들었다는 당시 증언은 사주 의혹을 받는 고발장에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법리가 적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의 고발장에 기재된 '공직선거법상 신문·방송 등 부정이용죄' 법리는 거의 적용 사례가 없어 공직선거법 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이 부장의 당시 증언을 언급하면서 "수사정보정책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 쟁점 3가지= 정치권을 강타한 고발사주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쟁점별로 나눠 보면 제보자가 누구인지, 작성자는 누구인지, 검찰이 출처라는 초안이 실제 고발장에 쓰였는지 등이다.

 

◇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고발 사주' 배후?

 

고발장 전달자로 손준성 검사가 사실상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대검이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했다는 정황까지 나오면서 '고발 사주'의 배후가 수사정보정책관실이라는 의혹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당시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을 무마할 목적으로 수집한 정보가 고발장에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론이다.

 

이에 대검 감찰부는 향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에 대한 고강도 감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정보수집 조직을 폐지해야 한다는 검찰개혁론도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정보수집 문건에 대해 "문건이 가리키는 것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제가 처음부터 의문시했던 정황들"이라며 "고발장을 작성하려면 수많은 정보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와 조성은 씨가 나눈 대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지난 13일 CBS 라디오에서 공개한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조 씨는 텔레그램에서는 누군가를 거쳐 사진을 전달받아도 최초에 그 사진 파일을 보낸 사람의 프로필을 볼 수 있는데, '손준성'의 프로필과 이번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 전형수 기자의 텔레그램 연락처 속 손준성 검사의 프로필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호중 “윤석열 검찰이 검찰권 사유화한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

박범계 “문건 근거·출처 조사 필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이 윤 전 총장 장모가 연루된 각종 사건들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당은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이 검찰 내부망의 기밀을 이용해서 윤 총장 장모 사건의 대응 문건을 작성하고 변호하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윤석열 검찰이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야당과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변호활동까지 나선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윤 전 총장 재직시절인 지난해 3월 대검이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연루된 각종 사건들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문건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문건에는 최씨가 연루된 4개의 사건 등이 정리돼 있다. 문건에 기술된 각 사건의 진행·처리 결과에 대한 일부 내용은 검찰 관계자가 내부망을 조회하지 않고는 파악할 수 없는 사실들이라고 한다. 또 해당 문건이 최씨를 ‘피해자’로 다른 사건 관계인은 ‘피고인’으로 표현하면서 최씨를 변호하는 구조로 기술됐다고 <세계일보>는 보도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해당 문건이 대검에서 작성된 것이 맞냐’는 질의에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이 (윤 전 총장 징계 당시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이 언급한) 문건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소위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이 말하는 ‘레드팀 보고서’란게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이 부장이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징계위원회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장님 지시에 따라서 한달 전부터 총장님 사모님, 장모님 사건과 채널A 사건을 전담해 정보수집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박 장관은 또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의 처와 장모 얘기가 나온다. 단순히 고발을 위한 것을 넘어서서 상당한 정보가 축적되지 않고는 작성할 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보자 조성은씨의 말로 다시 돌아가면, 사찰 내지는 정보의 수집이 있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윤 전 총장 시절 대검이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우삼 기자

  

어차피 전송자는 손준성…‘작년 4월 일거수일투족’ 복원 총력

손준성 검사 “고발장 작성·전달 안해” 거듭 주장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윤 전 총장 쪽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차피 전송자는 손준성.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칼끝이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실상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송한 당사자로 특정되면서 압수물 분석 등이 끝나는 대로 조사 시점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 됐다. 수사에 준하는 감찰을 하고 있는 검찰 역시 지난해 3~4월 수사정보정책관 당시 손 검사가 관여·보고했던 업무자료 등을 샅샅이 뒤지며 일거수 일투족을 복원하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동선’이 드러난 주요 관계자 압수수색을 마무리하고 압수물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압수물 분석에는 전체 수사부 인력 절반 정도가 투입됐다.

 

특히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이란 텔레그램 메시지에 표시된 인물을 손준성 검사와 동일인으로 특정하고 조사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스마트폰 분석을 통해 손 검사가 사용하는 텔레그램 계정(현재 삭제)과 ‘손준성 보냄’이란 표시가 붙은 계정이 서로 연동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동일 계정이라는 의미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상대로 고발장을 직접 작성했는지, 또 다른 관련자가 있는지, 고발장과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받은 내용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게 된다. 증거는 부족하고 관련자들은 비협조하는 상황에서 한 차례 조사로는 실체에 접근하는데 어려움 있을 수 있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현직 검사가 공수처 조사실을 여러 차례 드나드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는 미래통합당 직인이 찍힌 이른바 ‘4월8일 고발장’ 관련자들도 참고인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최강욱 의원 고발장을 작성해 대검에 접수한 조상규 변호사(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이 고발장 초안을 건네받아 당무감사실장에게 전달한 정점식 의원(당시 법률지원단장) 등이 대상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14일 “우선 압수물 분석부터 진행한 뒤 주요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제수사 착수와 함께 곧바로 입건한 윤 전 총장 직접 조사와 관련해, 공수처는 “예단할 수 없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손준성 보냄’ 표시를 손준성 검사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무리가 없겠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과 손 검사가 특별한 관계였다고 보는 근거에 대해서는 “4가지 정도 있는데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믿을 만한 사람이 손 검사 밖에 없었지 않느냐는 포괄적 답변을 드린다”고 했다. 당시 검찰 인사로 윤 전 총장 쪽 사람들이 대부분 교체된 상황을 감안해 두 사람 관계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는 입장을 다시 냈다. 손 검사는 “저로서도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됐는지 모두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손 검사는 공수처가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현재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장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공정한 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공수처가 자신을 고발장 전달자로 특정한 것에 대해서는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의심된다.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옥기원 기자

 

‘당 직인’ 찍힌 고발장에 침묵…국민의힘, 윤석열과 ‘선긋기’ 통할까

‘당 공직 조직 개입’ 의혹에 소명 없이 ‘윤석열 개인 문제’ 강조

 

 

지난해 8월25일 미래통합당이 당 공식계통을 거쳐 대검찰청에 접수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 미래통합당 직인이 찍혔다.

 

윤석열 검찰의 범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개입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펴며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당의 공식 조직이 실제 고발에 개입한 핵심 의혹에 관해서는 아무런 소명을 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개인 차원 문제’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비해 야당 대선 구도 전체가 깨지는 일은 막겠다는 의도인데,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본격화되면 실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한 국민의힘의 이런 선긋기가 통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25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미래통합당 직인을 찍어 검찰총장 앞으로 이날 접수한 고발장은 고발 사주 의혹 핵심 물증인 ‘손준성 보냄’ 고발장과 판박이여서, 제출 배경과 과정 자체가 공수처 직접 수사 대상이다. 당 공식계통을 거친 고발인 만큼 이번 의혹은 윤 전 총장 개인 문제를 넘어, 국민의힘 당 차원 문제인 셈이다.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이는 고발장은 2건이다. 이 가운데 최강욱 의원 고발장 당내 유통 경로가 일부 드러난 상황이다.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인 정점식 의원 쪽이 이 고발장과 내용과 형식이 판박이인 고발장 초안을 ㅂ당무감사실장에게 전달했고, ㅂ실장은 이를 다시 받아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이다. 조 변호사는 넉 달 전 김웅 의원이 받았다는 내용과 사실상 똑같은 고발장을 다시 썼고, 이를 미래통합당 이름으로 대검에 접수했다.

 

이와 관련 정점식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좌관이 (고발장 초안을) 받아서 당무감사실에 넘겼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당무감사실은 (법률자문이라는) 우리 업무를 보좌하는 곳이니까 어떤 방법으로 (외부에서) 왔든지 (법률지원단장인) 나한테 보고를 하고 그게 변호사에게 간다”고 말한 바 있다. 고발장 초안 출처를 모르지만, 당 공식계통에 따라 고발장이 전달됐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미래통합당이 최강욱 의원을 고발하는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당내 의사결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검사 시절 정치권 수사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13일 “법률지원단은 당 의사결정 지원 기구다. 개인 입맛대로 국회의원을 고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어디서 초안이 왔으며,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고발이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재선 의원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의지만 있으면 당시 고발장이 들어오고 나간 경로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내부 문제에 침묵하며 외부엔 ‘정치공작 프레임’으로만 현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면 여론이 납득할 수 있겠나. 당 지도부가 각 대선주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수처는 지난해 4월 두 건의 고발장 작성 주체 및 전달 경위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홍준표 의원 등은 이번 의혹을 ‘윤 전 총장 개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의심받는 고발장 가운데 한 건을 당이 실제 고발하며 사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수처 수사 상황에 따라 추후 당내 다른 관계자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욱 기자

 

국민의힘, ‘고발 사주’ 의혹 진상규명보다 ‘네거티브 대응’이 먼저?

뒤늦게 공명선거추진단 가동한 국민의힘

똑같은 고발장 등 진상규명은 공수처 몫으로 돌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전반을 살피겠다며 뒤늦게 출범한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단이 시작부터 ‘윤석열 방패막이’ 구실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실 확인 대신 네거티브 대응에 치중하면서 당 공식 기구가 특정 후보를 비호하는 기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첫 회의를 한 공명선거추진단은 일성부터 고발사주 의혹 진상규명보다 당내 후보들에 대한 정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장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우리 당 후보들에 대한 흑색선전 또는 정치공작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총선 때 벌어진 문제는 1년 전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법적으로 처리하시면 되고, 우리는 대선에 벌어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사건을 윤석열 전 총장하고 엮으려고 한 네거티브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4개 팀 가운데 두 개를 네거티브 대응팀과 선거공작법률대응팀장으로 꾸렸다. 네거티브와 정치공작 대응에 무게를 둔 구성인 셈이다.

 

△김웅 의원이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장 초안을 받았는지 △그가 조성은씨 외에 다른 당내 인사에게 고발장 초안을 넘겼는지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정점식 의원이 어떻게 고발장을 입수했는지 등 여러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찰 소관이며 추진단은 상대 흑색선전을 막는 게 소임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추진단의 방침은 애초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추진단 설치 이유와도 어긋난다. 이 대표는 고발사주 의혹 파장이 커지던 지난 9일 “(고발장 접수 경위 등을 포함한 의혹을) 통할해서 살펴볼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며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 초안과 당이 작성한 고발장 초안, 실제 고발장이 거의 같은 의혹 등도 “원문을 입수해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윤 전 총장 캠프가 감당해야 할 ‘고발 사주’ 의혹 대응을 당 공식기구가 떠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후보 네거티브 대응을 당 조직에서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대응을 하려면 후보의 입장이나 상황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건 캠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이런 의혹은 추진단이 자체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다. 여기에 추진단 역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고발 사주 의혹 등은 후보 개인의 일이므로 후보가 알아서 대응해야 한다. 당 전체가 몰려가다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고발사주 의혹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지난 8월11일 박 국정원장을 만나기 하루 전 김웅 의원에게 받은 텔레그램 자료 143건 가운데 106건을 집중적으로 내려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공수처가 야당탄압과 정치개입에 앞장서는 게 아니라면 박 원장에 대해서도 전광석화와 같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속도…손준성 소환하나

'손준성 발송' 자료 접수…영장엔 '성명불상 검사가 작성'

고발장 작성 · 발송자 - 윤석열 지시 여부 등 규명 과제

 

           김웅의원실을 압수수색한 공수처 수사관들과 이를 바라보는 김웅 의원(왼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압수수색 집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고발장 작성 과정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루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드러난 바 없어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조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13일 오후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재집행했다. 지난 10일 첫 시도 때와 달리 별다른 충돌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끝냄에 따라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압수물 분석과 사건 관계인 조사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9일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를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손 검사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를 통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향후 수사를 통해 ▲ 제보자 조성은씨가 공개한 텔레그램 캡처본의 진위 ▲ 고발장 작성자 및 최초 발송자 ▲ 윤 전 총장의 지시 여부 등을 밝혀내야 한다.

 

         '고발 사주' 의혹 입건 통지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제공]

 

일단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이후 조씨를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벌여 사건 당시의 텔레그램 원본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날 언론을 통해 공수처 등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작년 4월 3일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 등을 다운로드한 로그 기록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수처에 김 의원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속 '손준성'이 손 검사와 동일 인물인지를 입증할 자료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발장 최초 발송자인 '손준성'의 텔레그램 프로필 이미지와 뉴스버스 기자가 연락처를 갖고 있는 손 검사의 프로필 이미지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공수처의 검증 과정이 남았지만,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향후 수사에서 고발장의 실제 작성자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루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영장에 손 검사가 직권을 남용해 '대검 소속 성명불상의 검사'에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하고 입증자료를 수집하게 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가 아닌 제3자가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본 것이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하면서 이 같은 범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수사기관이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오판이 될 수 있다"라며 "추후 진행 과정과 결과는 (영장 내용과)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공수처가 현재 손 검사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풀지 못하고, 손 검사의 PC를 포렌식한 대검도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의자로 적시된 윤 전 총장의 연루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수처 입장에서는 압수물과 손 검사의 진술에서 새로운 단서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에 따르면 손 검사는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텔레그램 계정을 유지해오다 최근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수사를 왜 빨리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제가 된 고발장과 유사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에 전달한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당시 법률지원단장)과 그의 보좌관이 결정적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발 사주' 의혹을 고발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공수처에 김 의원과 정 의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개입 확인?…대검, 조사 확대

'윤 검찰' 참모들까지 조사할 수도…대규모 감찰 가능성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개입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검찰청 진상조사가 대규모 감찰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최근 제보자 조성은씨로부터 손 검사의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물을 제출받아 진상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0일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조성은 "손준성 개입 확인"…증거 제출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제보자' 조씨에게 전달된 고발장과 자료들의 발신인이 손 검사가 맞느냐다.

 

'손준성 보냄'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고발장 발신인의 실체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조씨가 대검에 처음 제출한 휴대전화를 통해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검은 조씨의 휴대전화 원본 포렌식 작업을 통해 문제의 고발장을 전달받은 시점이 지난해 4월 3일과 8일이라는 사실과 '손준성 보냄' 표시에 조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언론을 통해 포렌식 작업을 직접 참관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검이 지난해 4월 3일부터 8일까지 텔레그램 로그기록을 확인했고 이미지 조작 정황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울러 자신의 텔레그램 상에 발신인으로 표시된 '손준성'이 손준성 검사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도 대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추가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언론에 지난해 4월 3일 김 의원으로부터 고발장을 받을 당시 확보한 '손준성'이란 인물의 텔레그램 프로필 이미지가 실제 손준성 검사의 계정 프로필 이미지와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캡처 이미지들을 공개했다.

 

이는 고발 사주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야당의 '조작설'을 반박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윤석열 검찰' 내부 조사 확대될 듯

 

이처럼 윤 전 총장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손 검사의 개입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면서 사건 당시 검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손 검사가 단독으로 개입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수일 만에 수집되고 작성돼 전달된 자료량이 방대하다. 또 문체가 일관되지 않은 점에서 고발장 작성에 복수의 인물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손 검사가 혼자서 고발 사주를 주도할 뚜렷한 이유나 동기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에 손 검사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검 감찰부의 조사가 손 검사를 넘어 당시 윤 전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대검 간부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당시 대검 지휘부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검언유착'이냐 '권언유착'이냐를 놓고 내부 의견이 갈리면서 수사지휘 방향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한동수 감찰부장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측에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당시 고발장 내용과 같이 '권언유착'을 염두에 둔 수사 지휘를 강조해 고발장의 배후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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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감찰·조직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검찰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드러난다면 최근 잠잠해진 검찰개혁 목소리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등 정보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검 감찰부가 직접 수사보다는 내부 쇄신 등을 전제한 대규모 감찰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공수처가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함한 대대적 수사에 착수한 만큼 감찰에 집중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공수처가 이미 수사 개시를 했기 때문에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검 진상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관련자 집 · 사무실 동시다발 압수수색

“손준성 검사 피고발인 신분 입건…수사인력 23명 투입”

 

10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사무실 모습.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 강제수사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입건하고, 손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 사건 관련자 집과 사무실 등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10일 “공수처법상 수사대상 혐의와 관련해 검사 5명 등 수사인력 23명을 투입해 압수수색 대상자 주거지와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9일 손 검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입건한 뒤, 이날 밤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했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적어도 5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 공수처가 직접 가능한 혐의는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관들이 김 의원실 압수수색에 앞서 제시한 영장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입건은 손 검사만 했다. 김웅 의원은 주요사건관계인으로 입건하지 않았다. 추가 입건 가능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공수처 "윤석열 직권남용 등 4개 혐의 피의자 입건"

'공제 13호' 사건 "죄 성립하지 않으면 무혐의 내릴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공제 13호' 사건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을 어제 입건했다"며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라고 밝혔다.

 

그는 "입건자는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2명으로 각각 4개 혐의가 적용돼 '공제 13호'로 입건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오늘 압수수색 대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오전 피의자인 손 검사와 사건관계인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사무실 등에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수처는 이전 사건과 비교했을 때 수사 착수가 빨랐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라면 너무나도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인멸이나 훼손의 우려가 컸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라 실체적 사실관계를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라며 "법리와 증거를 검토해 죄가 안 되면 무혐의 처분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대검에 제출된 최초 제보자의 휴대전화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기초조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면서 구체적인 답은 피했다.

 

공수처는 오후에 윤 전 총장도 입건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언론 확인 요청이 빗발쳐 급하게 공보심의협의회를 열다 보니 윤 전 총장 입건 사실이 (공보 라인에) 전달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실수로 벌어진 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공수처 입건조치에 "입건하라 하십시오"

증거 나오면 사퇴? "가정으로 묻지 말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0일 이른바 고발 사주를 지시한 증거가 나오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예비후보 국민면접에서 "만약에 고발 사주를 지시한 정황, 증거가 나오면 사퇴해야 되지 않겠나"라는 면접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질문에 "가정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것 자체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재직 당시 직속 하급자였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 초안을 준 사실이 확인된다면 관리 책임자로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확인된다면 대검 어느 직원이나 검사라도 총장으로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지금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니 저도 빠른 시간 내에 좀 조사를 해 보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 초안을 줬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진 전 교수의 질문에는 "아니다. 손 검사도 자기가 보낸 사실이 없다고 하고, '손준성 보냄'이라는 (캡처 화면의) 글꼴도 이상하다고 한다. 고발장이 언론에 인용된 것을 보면, 검사가 작성한 고발장이라기 보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면접을 마친 뒤 '공수처의 입건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건하라 하십시오"라고 답변했다.

 

야당-공수처, 김웅 의원실서 11시간 극한대치

지도부, 의원실 모여 "영장집행 과정 불법"…공수처 "재집행 검토"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수사관들이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 '키맨'으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전격적인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에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의원 의원실에 집결했고, 수사관들과의 대치가 온종일 이어졌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 소속 수사관들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도착한 것은 10일 오전 10시 10분이다.

 

이들은 곧바로 김 의원과 보좌진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김 의원은 사무실을 비운 상태였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관들이 의원회관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취재진은 물론 초선 동료인 김형동 이영 이종성 정경희 의원이 의원실로 달려갔다. 지도부는 공식회의를 마치자마자 곧장 압수수색 현장으로 향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전주혜 원내대변인 등은 공수처 관계자들을 향해 영장 집행의 적법성을 따져 물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항의하는 국민의힘…밤까지 계속된 압수수색 대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웅 의원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웅 의원 사무실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도 오전 11시 30분께 김 의원실을 찾았다.

 

수사관들이 김 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 컴퓨터까지 압수수색하려 하자 당 지도부는 "과잉 수사"라며 강력히 항의했고, 수사관들은 이내 압수수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상황을 지켜보다 정오가 조금 넘어 의원실에 도착한 김 의원은 수사관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 대상, 범죄사실 등이 얘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며 "수사관들은 (내가 없는 상태에서) '김 의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공수처에서 범죄 사실과 전혀 무관한 키워드인 '인수', '수아', '재욱', '효정' 등을 입력해 PC를 압수수색하려 했다"고도 전했다.

 

김 의원은 오후 내내 의원실을 지켰다. 동료 의원들 역시 돌아가며 의원실을 찾아 압수수색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수사관들과 장기 대치를 이어갔다.

 

김웅 의원실서 철수하는 공수처…압수수색 중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핵심 당사자인 김웅 의원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박시영 검사와 수사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웅 의원실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 30분께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 씨의 실명 인터뷰가 보도되자 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동시간대 김 의원실에서는 의원들이 공수처가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며 고성으로 항의했고, 당 지도부도 최고위를 마친 후 의원실로 달려가 가세했다. 결국 공수처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9시 18분께 의원실을 떠났다.

 

공수처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압수수색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압수수색의 절차적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 그런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날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중단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향후 재집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해 발부한 영장을 적법 절차에 따라 집행하려는 합법적 행위를 김 의원과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힘으로 가로막고 고성과 호통, 반말을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영장 재집행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영장 재집행 검토를 예고한 만큼, 언제든 추가 압수수색이 집행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불법성에 따라 영장의 효력은 상실했다"며 "만일 공수처가 추가 절차를 진행하려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공작이라니…어처구니없다"

대구·경북 순회 기자간담회…"안철수 대표와는 어떤 형태로든 연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10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는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한테 자료를 주고 그 자료 주는 데 검찰 총장이 양해했느냐가 팩트"라며 "그 팩트만 가리면 될 걸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느냐"고 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나와 그 팩트만 밝히면 간단하다"며 "나중에 공작과 다른 팩트가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도 했다.

 

이어 "당시 당 지도부는 지금 이준석 대표(체제)가 아니다"라면서 "당시 당 지도부한테 물어봐야지, 그걸 지금 우리 당 지도부까지 확산시켜 물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김 의원 사무실 등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해 "제 일이 아니고 당 일도 아니다"며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 후보자 때 일이므로 제가 말씀드릴 입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법적 책임이 있더라도 정치적 책임하고는 별개 문제"라며 "어떤 경우라도 사퇴하지 않고 경선은 끝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홍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는 "안 대표와 저는 다음 정권 교체를 위해서 절대 두 사람이 출마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라도 한 사람만 출마한다는 신뢰 관계가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안 후보하고 연대할 것이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서문시장 등을 찾는 것으로 대구·경북 순회에 들어갔다.

 

윤석열 캠프, 손준성 ‘손절’ 수순… “석 달도 같이 근무 안해” 선긋기

“윤석열 사단도 아니고 근무연도 한번밖에 없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핵심 관계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더 가까운 사람”이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국민의힘까지 이번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는 등 사태가 커지자, 혹여 ‘손준성→김웅’ 전달이 확인되더라도 윤 전 총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10일 <티비에스>(TBS)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의 수족을 자르기 위해 추 전 장관이 인사를 했고, (손 검사는) 그때 온 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수족’이라는 여권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당시 손 검사 전임자의 유임을 원했지만, 추 전 장관이 지난해 1월 ‘1차 검찰 인사 대학살’ 뒤 손 검사가 오게 됐다”며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냈다는 4월 3일 시점에 손 검사는 대검에서 윤 전 총장과 석 달도 같이 근무하지 않은 신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병민 캠프 대변인 또한 같은 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는 “특수한 관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추 전 장관 취임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관여했거나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사이에 있던 많은 인물이 한직으로 좌천됐다는 보도를 보셨을 것”이라며 “그 이후 인사이동이 이뤄졌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쪽은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만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책임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나”라면서 “대통령도 모든 걸 다 지시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윤 전 총장의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김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고발장을 ‘괴문서’로 규정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자료를 줬다고 해도 법적으로 인정된 검사 업무가 아니”라면서 “그 정도 관계가 되려면 아주 긴밀한 관계가 돼야 하는데 손 검사는 ‘윤석열 사단’도 아니고 근무인연은 2017년 중앙검사장할 때 관계밖에 없다. 서로 인연이 그것밖에 없는 관계”라고 밝혔다. 반면 추 전 장관 쪽은 손 검사와 윤 전 총장이 특수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6일 “(지난해 8월 인사 당시 손 검사에 대한) 유임 의견이 있었다”며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고 했다. 그래서 본인의 수족을 왜 다 자르느냐고 강력한 반발을 했었다”고 주장했다. 배지현 기자

 

고발사주 의혹...3개의 판박이 ‘최강욱 고발장’…당 공식조직 개입정황 나와

당에서 초안 받았다는 변호사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장이 줘”

당은 모른다는 ‘사주 의혹’ 고발장 실제 고발장 외 초안까지 거의 같아

 

이준석 “검증 조직 꾸려 다 살필 것”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을 작성할 당시, 참고용 ‘초안’을 전달한 이는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확인 결과, 이 초안은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총선의 미래통합당 후보)이 대검찰청 간부한테서 받아 당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과 판박이였다. 검찰의 사주 의혹이 제기된 ‘4월 고발장’이 당의 공식 계선을 통해 법률자문위원에게 전달됐고, 실제로 고발이 이뤄진 것이다. 당의 공식 조직이 ‘고발 사주’ 논란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 국민의힘은 자체 검증 조직을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는 8일 <한겨레>에 “당시 당무감사실장에게 (초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김 의원이 당에 건넨 의혹이 있는 고발장과 판박이로 드러난 ‘8월 고발장’을 쓴 당사자다. 그는 전날 “당에서 초안을 받아 편집했다”며 “다듬어야 할 부분 등을 몇 가지 보고 (검찰에) 접수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에서 초안을 건넸다는 사실에 이어 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직자가 초안 전달자로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도 ‘고발 사주’ 의혹 연루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한겨레>가 확인해 보니, 미래통합당이 조 변호사에게 건넨 초안과 김웅 의원이 받아 당에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4월 고발장’의 내용 역시 거의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문건은 내용뿐 아니라 토씨까지 거의 동일했고, 적용법조와 범죄사실 부분까지는 똑같이 반말체로 쓰여 있었다. 구성 역시 피고발인과 적용법조, 범죄사실과 고발근거, 결론과 증거자료 등으로 동일하게 구성돼 있었고, 형식 역시 각각 네모 표식과 번호가 부여돼 있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고 다른 부분은 같았다.

 

당 초안은 한글 문서 형태였으며, 작성 날짜는 지난해 4월22일, 마지막 수정은 지난해 5월11일로 표시돼 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8월 당무감사실장으로부터 고발장 초안을 받아 편집한 뒤 8월25일 대검찰청 민원실에 냈다고 한다. 그는 “(김웅 의원이 4월 전달했다는) ‘손준성 보냄’ 고발장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 두 고발장이 일부 표현만 제외하고 거의 유사한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이런 정치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나?”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도 “공조직으로 접수된 제보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웅 의원이 유일한 제보의 대상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공익제보자로 돼 있는 분이 다른 곳으로 전달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들이 있어 판단을 조금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9일 네거티브 대응 역할하는 조직을 출범해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판박이) 고발장 부분도 다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도 지도부의 빠른 대응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김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는 정권교체와 당의 존망이 달린 문제”라며 “당이 신속하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여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관련자들은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출처 없는 괴문서로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며 거듭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번번이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과 선동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려고 해서 되겠냐는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국민들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김홍일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캠프 내에 발족했다. 전광준 장나래 김미나 기자

 

김웅 기자회견 7시간 뒤 윤석열 “나 하나 제거하면 정권 창출되나”

 “제가 그렇게 무섭나“ 회견 내내 격앙

  대세론 휘청…하락세 제동 걸기 안간힘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터무니 없는 소리다”, “제가 그렇게 무섭나”, “국민들이 모르는 그런 데 던져놓지 말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4시30분 국회 소통관을 찾아 본인이 총장 재직 시절 검찰이 야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앞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게서 고발장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기자회견으로부터 딱 7시간 뒤였다.

 

윤 전 총장은 “번번이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과 선동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려고 해서 되겠냐는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오늘 제가 여러분 앞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발장 전달 의혹에 대해 “종이문건이든지 디지털 문건이든 간에 작성자, 출처가 확인돼야, 그것이 어떠한 신빙성 있는 근거로써 그걸 가지고 의혹 제기하고 문제도 삼을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게 없는 문서는 소위 괴문서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괴문서를 가지고 국민들을 갖다가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인터넷 매체, 그리고 인터넷 매체가 한번 보도하면 정당의 전·현직 대표와 의원, 뭐 위원장 이런 사람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떠든다”며 “저를 국회로 불러주십시오. 당당하게 저도 제 입장을 얘기하겠습니다. 치사하게 숨어서 하지 말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의 분노는 아직 확인·공개되지 않은 제보자에게도 향했다. 그는 “이거를 인터넷 매체에다가 제일 먼저 제보했다고 하는 사람 여러분 전부 다 알고 계시죠?”라고 물은 뒤 “그 사람의 신상에 대해.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 없고 저도 들었다. 그렇게 폭탄 던져놓고 숨지 말고, 당당히 나와서 디지털 문건의 출처, 작성자에 대해 정확히 대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6월인가 7월에 나온 저의 엑스(X)파일이라는 것도 출처가 있나, 문서 작성자가 나오나”, “지금 제 처의 주가조작 의혹이라고 하는 게 특수부에서 1년6개월째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에 2013년 내사첩보보고서인가 <뉴스타파>에 유출됐고 한번 공개하니 메이저 언론이 벌떼처럼 보도를 하고 나갔다”며 과거 자신을 둘러싼 검증 보도에도 불쾌감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이런 정치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나? 저 하나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창출이 되나? 당당하게 하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15분 기자회견을 끝내고 이동하는 중간에도 격앙된 목소리로 “국민들이 잘 모르는 그런 데 던져놓고 주욱 따라가지 말고 독자들 많은 데 들어가라. <케이비에스>(KBS), <엠비시>(MBC)에서 시작하든지”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하고 주요 언론들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상황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이 처음 보도된 뒤 약식 질의응답을 통해 해명을 한 적은 있지만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홍준표 의원과 수위를 다투는 등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발 사주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하락세를 멈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등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오늘 기자회견이 갑자기 정해진 것으로 봐선 후보의 결심”이라며 “대변인이 (고발 사주 의혹 관련) 논평을 내도 그걸로 안 되니까 본인이 안 나오면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오연서 기자

 

 홍준표 ‘분노 폭발’ 윤석열에 “네거티브 대응,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여기는 국민 받드는 정치판…총장 시절 버릇 나와 큰 실수”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가진 코로나19 방역대책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고발 사주 의혹’ 해명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어조로 분노를 터뜨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네거티브 대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타일렀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이) 고발사주 사건에 아직 직접 연루되었다는 혐의도 없는데 갑자기 중대발표 할듯이 언론 앞에 나타나 메이저 언론도 아닌 허접한 인터넷 언론이 정치공작 한다고 언론과 국민 앞에 호통치는 것은 든든한 검찰조직을 믿고 큰소리 치던 검찰총장 할 때 버릇 그대로”라고 썼다. 윤 전 총장이 이날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매체, 그리고 인터넷 매체가 한번 보도하면 정당의 전·현직 대표와 의원, 뭐 위원장 이런 사람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떠든다”며 자신을 둘러싼 검증 보도와 정치권의 공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홍 의원은 “여기는 군림하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받들어 모시는 정치판”이라며 “검찰총장 시절 버릇이 나왔다. 오늘은 실언이 아니라 옛날 버릇이 나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연서 기자

 

박범계 “대검서 유의미한 조사 중…법무부는 죄목 법리검토 마쳐”

 “수사 전환 여부 · 시점은 대검이 자체 판단할 사안”

  손준성 검사에 공무원법 위반 등 5~6가지 적용될 듯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사가 연루된 범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번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하고 제보자가 넘긴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박 장관은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수사 전환 여부와 시점은 대검이 자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사 전환시 적용하게 될 법리 검토와 관련해서는 “법무부는 여러 경우 수를 가정해 대여섯가지 죄목에 대해 각각의 수사 주체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봤다”고 덧붙였다. 대검이 수사에 나설 경우, 현직 검사 범죄 수사권을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수사로 전환된다면,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이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적용 가능한 죄목은 크게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직권남용 등이다. 이 가운데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나머지 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경찰 수사대상이나, 법무부 안팎에서는 검찰이나 공수처가 관련 범죄 혐의와 묶어서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 검토를 미리 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든 대검 감찰부에서 사실 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날 “<뉴스버스> 보도 관련 제보자의 공익신고서 등을 제출받아 관계 법령상 공익신고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아직 제보자의 신고자 보호조치 신청을 접수받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제보자에 대한 공익신고자 인정 여부와 신고자 보호조치는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제보자는 김웅 의원과 미래통합당 당직자가 지난해 4월 주고받았다는 고발장, 실명 판결문 등이 찍힌 스마트폰 텔레그램 이미지 100여건 등을 지난 주말 대검 감찰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도 고발 사주 의혹 관련자들을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두 시간 동안 조사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손 검사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에 대해 “정식으로 사건을 입건한 건 아니다. 입건 및 수사 착수 전 기초 조사의 연장선 상의 일”이라고 했다. 전광준 기자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검찰 공소장 뺨치는 ‘고발장 20장’

핵심물증 고발장 전문 입수 .. 내용 살펴보니...

①고발인 ②피고발인 ③범죄사실 ④고발이유 ⑤결론 ⑥증거자료 ⑦별지
전문가 작성 수준  “여권 총선 이기려…윤석열 헐뜯어” 윤 총장 대변한 내용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의 핵심 물증인 고발장 전문을 <한겨레>가 입수했다.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총선에 출마한 검찰 출신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고발장이다. 고발장은 윤 총장 부인 및 장모 범죄 의혹 보도, 검-언 유착 의혹 보도 등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며 “자신의 역할과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윤 총장과 검사들을 헐뜯고 비난” “범여권·범진보 세력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한 계획적 언론 플레이”를 신속하고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다.

 

 

<한겨레>가 5일 입수한 고발장은 지난해 4월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김 후보가 미래통합당 쪽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것으로, 고발장 이미지마다 받은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재전송할 때 자동으로 뜨는 텔레그램 표기(‘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가 달려있다. 앞서 김 의원은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4월3일 전달된 고발장은 ①고발인 ②피고발인 ③범죄사실 ④고발이유 ⑤결론 ⑥증거자료 ⑦별지 등 20장으로 구성됐다.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적혀있다. 공직선거법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가 담긴 범죄사실, 고발이유, 결론 등 본문만 13장에 달한다. 범죄 혐의에 관한 논리 구성이나 서술 형식은 검찰의 공소장과 매우 유사한 형태였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고발인란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피고발인으로는 황희석·최강욱·유시민, <뉴스타파> 기자·피디, <문화방송> 기자 등 13명(성명불상 포함)이 적혔다.

 

고발내용은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엑스(X)의 거짓 제보를 근거로 범여권 인사들과 친정부 성향 기자들이 짜고 허위 보도를 했으며, 의도적으로 윤 총장과 가족·측근을 흠집 내고 검찰불신 분위기를 조장해 총선에 개입하려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고발장은 ‘범행계획 및 공모관계’에서 이런 내용을 자세히 서술했다. “제보자 지XX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으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후보로 공천된 민병덕 변호사 조력을 받는 등 여당 유력인사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민병덕은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 인사로 등용된 황희석·최강욱과 매우 가까운 사이다. 지씨는 윤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오다가, 조국 사태와 청와대 권력형 비리 수사 이후 윤 총장에 반감을 느끼고 친정부 성향 언론사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제공해 보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윤 총장과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 불신을 증폭시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 회복을 도모하기로 마음먹었다. <뉴스타파> 기자와 <문화방송> 기자는 지씨 제보를 인용해 사실 확인도 않은 채 보도하기로 했고, 황희석·최강욱·유시민은 허위보도 내용을 인용해 윤 총장 등을 비난하는 논평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은 이어 범죄사실에서 “지씨와 황희석·최강욱·유시민은 <뉴스타파> <문화방송> 기자 등과 공모해 특정 후보자인 황희석·최강욱 등을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해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보도 또는 논평을 하는 행위를 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련의 ‘검찰 허위비방’ 보도가 황희석·최강욱 등의 당선 및 여당·진보세력의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보도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고발이유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한 갈등 관계였던 윤 총장 쪽 정서, 윤 총장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윤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부·여당과 진보세력 지지자들에게 역적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제 역할과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윤 총장과 검사들을 헐뜯고 비난했다. 정부와 여당 골수 지지자들은 서초동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윤 총장 퇴진운동을 벌였고, 이러한 부조리를 참다못한 많은 국민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일련의 방송보도와 여권 인사들의 맞장구 치기는 ‘범여권, 범진보세력의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한 모종의 계획적 언론 플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검찰총장 가족과 측근 검사장을 비방하는 허위 정보를 제공해 보도하게 해 투표를 앞둔 국민들을 호도, 기망하는 행위야말로 심각한 ‘정언유착’으로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좌파정권 유지라는 동일한 이해관계” “내통” 등 공안사건 공소장에서 볼 법한 표현들도 등장했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발장은 “총선에 앞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여 엄히 처벌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피해자 개인들에게 미치는 중대한 해악을 신속히 중단시켜 주시기 바란다”며 피고발인 조사 시기를 ‘총선 전’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고발장 외에도 고발 증거자료로 첨부된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87건,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 지씨 실명 판결문 3건 이미지도 확보했다. 이 역시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이라는 자동표기가 붙었다.

 

페이스북 갈무리는 대부분 제보자 지씨가 윤 총장을 겨냥해 쓴 적대적 내용이거나 지씨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는 내용들이다. 제보자 지씨가 ‘이오하’라는 가명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지씨 변호인이었던 민병덕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이 상당수를 이뤘다. 판결문은 지씨가 사기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첨부한 것으로 보인다. 지씨가 과거 횡령, 사기, 사기미수 등 혐의로 처벌받은 내용이다.

 

고발장은 수개월에 걸친 언론 보도와 페이스북 글 모음, 실명 판결문 등을 모아 한 번에 전달한 것으로 미뤄볼 때 여러 날에 걸쳐 상당한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5일 뒤인 4월8일, 김 후보는 4월3일 고발장을 재전송했던 사람에게 추가로 최강욱 관련 5장짜리 추가 고발장을 전달했다. 이 고발장에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관련한 2013년 대법원 판례를 붙이는 등 법리 검토까지 마친 흔적이 보인다. 손현수 기자

 

김웅, ‘손준성 보냄’ 자료 100여건 나르고 “확인 후 방폭파”

검찰 사주 의혹 고발장 전문,,, 작년 4월3일, 텔레그램 대화 재구성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 모습.

 

‘윤석열 검찰’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 당시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을 주고받은 이들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 당일 행적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 김 의원은 손준성 검사로 추정되는 이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 및 실명 판결문, 제보자의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이미지 등 100여건이 넘는 이미지를 주고받았고, 이를 고스란히 미래통합당 쪽으로 보이는 이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일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5일 <한겨레>가 입수한 텔레그램 메시지 자료 등을 보면, 김 의원이 지난해 4월3일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미래통합당 쪽 인사로 추정되는 이에게 전달하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10시12분부터다. 미래통합당 쪽 추정 인물은 당시 김 의원을 ‘김웅 부장검사(법무연수원)’로 저장해 두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진천 법무연수원 교수로 있다가 2020년 2월 총선 출마를 위해 옷을 벗었다.

 

김 의원은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조선일보> 기사(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9일뒤 MBC ‘검·언유착’ 보도) 링크와 “제보자X가 지XX(원본에는 실명기재)임”이라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지씨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페이스북 갈무리 등 이미지 87건을 무더기로 전달했다. 지씨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제보한 이로 알려져 있으며, 민 의원은 그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민 의원과 황 최고위원은 당시 4·15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 신분이었다.

 

김 의원이 같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지씨의 실명 판결문 3건을 재전송한 시간은 오후 1시47분이다. 이어 오후 4시19분에는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문화방송>(MBC) 기자, <뉴스타파> 피디·기자 등의 고발장을 받아서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내용을)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자신이 받아서 보낸 자료의 폭발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3분 뒤 김 의원은 텔레그램 ‘전화걸기’ 기능으로 당 소속 추정 인사에게 전화했으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오후 9시4분에는 “페북이 좋죠”라는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텔레그램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통화나 연락이 닿은 뒤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김 의원이 선거운동 개시 이틀째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을 이 시기에 하루종일 ‘손준성 보냄’과 미래통합당 추정 인물 사이를 연결하며 범여권 인사 고발 관련 자료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는 점이다.

 

손준성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제가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 고발장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5일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의원과도 이날 연락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경욱 기자

 

‘사주 의혹’ 고발장 판박이…작년 8월 미래통합당 고발장 확인

작년 8월 대검에 제출된 최강욱 의원 고발장

작년 4월 김웅 전달 의혹 고발장과 ‘복사판’

31줄 범죄사실 조사와 토씨까지 거의 동일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한겨레>가 6일 당시 고발장을 확인해보니, 4·15 총선에 미래통합당으로 출마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최 의원 고발장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장 작성 주체는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총선 당시 만들어진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에서 뒤늦게 재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고발로 촉발된 검찰 수사로 기소된 최 의원은 지난 6월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이 당 쪽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발장은, 최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가짜 인턴확인서 발급과 관련해 지난해 3월 57만명이 시청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혐의를 담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이 의원이 지난해 4월 미래통합당 쪽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발장.

 

4월 고발장은 고발인(공란), 피고발인(최강욱 680324-), 적용법조(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범죄사실, 고발근거(2013년 대법원 판례, 고민정 후보 사례), 결론(신속히 조사해 처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넉 달 뒤인 지난해 8월 최 의원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두 고발장을 비교하면, 4월 고발장엔 ‘피고발인의 지위 등’이라는 표현이 8월 고발장에선 ‘피고발인의 지위와 경력’으로, ‘2020.4.15 치러질…후보로 출마한 후보자’라는 표현은 ‘2020.4.15 치러진…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된 자’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시간 흐름을 반영한 변화를 빼고는 거의 동일한 단어와 표현, 문장들로 구성됐다.

 

               미래통합당이 지난해 8월 대검에 접수한 고발장.

 

특히 두 고발장은 31줄에 달하는 범죄사실이 조사와 토씨까지 거의 동일하게 작성됐다. 이어진 38줄에 달하는 관련 판례 부분 역시 보고 쓴 수준으로 유사했다. 특히 2013년 대법원 판례, 당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최 의원과 유사한 질문을 받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던 사례와 비교한 것까지 판박이였다. ‘향후 피고발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이라는 표현이 ‘실제 투표 결과 피고발인은 당선되었습니다’로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결론 역시 ‘앞서 살펴본’이라는 표현을 빼고는 100% 동일했다. 고발 접수 대상은 4월 고발장은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8월 고발장은 ‘검찰총장’이었다. 손현수 기자

 

사주 의혹 4개월 뒤 ‘복사판 고발장’…최강욱 “윤석열, 끝장 보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6일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그를 포함한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실제 고발로 이어지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 총장이 고발시키고 공소시효 만료 직전 기소까지 강요하는 게 상식과 공정이냐"고 직격했다.

 

최 의원은 이날 검찰이 4·15 총선에 미래통합당으로 출마했던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이 검찰에서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최 의원 고발장과 같은 해 8월 당의 실제 고발장이 거의 일치한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겨레>가 이날 두 고발장을 비교해보니 시간 흐름을 반영한 변화를 빼고는 거의 동일한 단어와 표현, 문장들로 구성됐다.

 

최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을 강력 부인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더러운 입 다물라” “당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 “끝장을 보자. 비겁하게 뒤로 숨는 건 이제 끝이다. 내 앞으로 나와라”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대표는 ‘고발 사주’ 의혹을 받은 고발장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피고발인으로 명시돼 있다. 미래통합당의 고발로 촉발된 검찰 수사로 기소된 최 의원은 지난 6월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은주 기자

 

김웅, 텔레그램 메시지 공개된 당일도 ‘모르쇠’…“기억 안 나”

손준성에게 받은 파일 전달한 메시지 나왔지만

“확인할 방법 없다” 입장 반복하며 의혹 키워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입장문을 내어 거듭 ‘관련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자신이 ‘고발장’을 전달한 정황이 공개됐는데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없다”, “확인할 방법이 없다” 등 핵심 쟁점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제게 들어온 제보와 자료들 대부분은 당에 전달했지만, 문제가 된 고발장을 실제로 받았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 전달받았다면 이를 당에 전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고발장을) 전달받았다 하더라도 보도 내용에 따르면 총선이 임박한 상황인데 이를 신경 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 측이 작성한 문건이라면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 의혹과 관련한 자료가 진실한지, (언론에) 제보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제보자 측이 밝힐 문제”라고도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받아 이를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 2일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당시 전달받은 대화창은 모두 지웠기 때문에 현재 문제되고 있는 문건을 제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한겨레>가 김 의원이 손 정책관에게서 받은 파일을 다른 이에게 전달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는데도, ‘확인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책임을 ‘검찰’과 ‘제보자’에게 떠민 것이다. 그는 첫 보도 당시 입장문에선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받은 고발장 파일을 당시 미래통합당 인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대화창을 삭제한 것은 위법 여부와는 무관하게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한 일상적인 일”이라며 “​설사 제보 자료를 당에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제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를 당에 단순 전달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는 이날 취재 기자와 김 의원 사이 통화 내용 전문을 공개하고 김 의원이 “(윤 전 총장 아내 내용이 담긴 고발장 내용에 대해) 검찰 측 입장에서 들어왔던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취재 기자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웅 의원도 (자신과의 통화에서) ‘그쪽 그리고 윤 총장 쪽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손준성 검사를 사실상 윤 총장 메신저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김웅 “(김건희 고발장은) 검찰 측 입장에서 전달” 취재기자에 말해

‘윤 총장 고발 사주’ 보도 기자

“김웅, 고발장 검찰 쪽 입장에서 전달” 진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장은) 검찰 측 입장에서 전달된 것 같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한) 손준성 검사를 사실상 윤 전 총장의 메신저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혁수 <뉴스버스> 기자는 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김웅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물어봤고 (검찰 측 입장이라고) 인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기자는 “(김 의원이) 계속 최강욱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내가 초안을 잡았다, 애초에 내 아이디어였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김건희씨 얘기는 왜 들어갔느냐고 물어봤다”며 “그때 (김 의원이) ‘그건 아마 검찰 측 입장에서 전달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전 기자는 이어 “김웅 의원도 그쪽 그리고 윤 총장 쪽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해서 손준성 검사를 사실상 윤 총장 메신저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뉴스버스>는 이날 취재 기자와 김웅 의원이 통화한 내용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를 보면, 김웅 의원은 “제가 봤었을 때 검찰 측 입장에서 들어왔던 것 같고, 저는 사실 그 부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고”라며 “그때 아마 제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고 했다.

 

앞서 <뉴스버스>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송파갑 김웅 후보에게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여권 정치인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 본인과 그의 부인 김건희씨의 피해 사실이 적시돼 있다.

 

김 의원은 해당 의혹이 최초 보도된 지난 2일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고 해명한 뒤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미나 기자

 

김웅 “고발장 내가 만들었다”…4분35초 녹취록 공개한 장제원

지난 1일 <뉴스버스>와 김웅 통화 녹취록 공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뉴스버스가 공개하지 않은 김웅 의원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와 김웅 의원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 의원이 고발장은 자신이 만들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장 의원은 이날 오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의원은 지난 1일 <뉴스버스>와 최초 통화를 하면서 분명한 어조로 고발장은 자신이 만들었다고 증언했다”며,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부터 4분 35초 동안 통화한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서 <뉴스버스> 기자가 “최강욱, 유시민 고발장을 전달했던데 윤 전 총장에게 요청받았냐”고 묻자, 김 의원은 “아니다. 윤 총장하고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검찰 쪽에 재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준성이(손준성 검사)와 이야기했는데 그거 제가 만들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뉴스버스가 공개하지 않은 김웅 의원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뉴스버스가 공개하지 않은 김웅 의원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 의원은 <뉴스버스>가 김 의원과 통화 내용 일부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며 녹취록 공개를 요구했다. 윤석열 캠프도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어 “김웅 의원이 최초 해명에서 ‘고발장 작성자는 자신’이라고 밝힌 점과 손준성 검사가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 점을 볼 때 고발장 작성은 김웅 또는 제3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는 것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장나래 기자

 

손준성, ‘제보자X' 판결문 열람하고 고발장 직접 썼을까?

손준성 검사 열람기록 나오면 정식 감찰 전환될 듯

 

            손준성 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에 범여권 인사 등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감찰의 우선 조사 대상은 실명 판결문 열람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명 판결문은 당사자 외 현직 판·검사만 열람할 수 있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을 통한 열람기록은 전산망에 남기 때문이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감찰부는 윤 전 총장이 재직하던 지난해 4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이는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아무개씨 실명 판결문 3건 등 자료 실체와 전달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대검 정보통신과는 지씨의 실명 판결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임의제출 방식으로 검사가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킥스’ 접속기록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이 손 검사나 수사정보정책관실 관계자의 판결문 열람기록을 확인한다면, 정식 감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대검 관계자는 “킥스 접속기록 등을 확인해 검사 비위 정황이 어느 정도 포착되면 감찰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검사가 지씨 동의 없이 김 의원에게 실명 판결문을 유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이 경우 유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나 개인 컴퓨터 열람이 필요해 강제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

 

대검은 손 검사의 고발장 작성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손 검사의 업무용 컴퓨터를 확보해 고발장 관련 파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부서가 정기적으로 삭제 작업을 하는 데다 개인용 컴퓨터로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감찰이 아닌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짚었다. 배지현 기자

 

“썩은 동아줄 잡고 있나…” 위태로운 ‘대세’ 윤석열, 당내서도 압박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정치공작 의혹 파장

홍준표· 유승민· 장성민 등 다른 주자들이 맹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정권교체 대세론’을 이어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총장 재직 시절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 안팎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선 윤 전 총장 본인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앞서 불거진 ‘처가 리스크’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도층·2030세대로의 외연 확장은 지지부진하고 지지율마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악재만 쌓여가는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은 해당 의혹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5일 오후 3시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리는 ‘공정 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경선 후보자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예정이다. 전날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도대체 어떤 세력과 추잡한 뒷거래를 하고 있길래 이런 허무맹랑한 기사를 남발하는가”라며 “(보도를 한 해당 매체는) 윤 후보가 검찰에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증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가족 정보 수집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지금 즉시 밝히기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당내 경쟁 후보들의 공세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곧 드러날 일을 공작정치 운운으로 대응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이 통상 하는 무조건 부인하고 보자는 배 째라는 식 후안무치 대응”이라며 “차라리 ‘총장 시절 하도 총장 찍어 내기가 심해 그렇게라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솔직하게 대응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적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권언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하고, 해당 매체에 “있으면 (증거를) 대라”고 요구한 윤 전 총장의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진실을 고백하고 대국민 사과하라”며 “정직하고 거짓말하지 않는 대통령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이대로 가면 결국 윤석열의 리스크가 정권교체의 리스크로 연결되면서 그토록 국민이 갈망해 온 정권교체라는 희망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해명이 안 된 의혹의 짐을 진 사람을 대선판에 올리겠다는 당도, 그런 의혹의 짐을 진 사람에게 유리한 경선판을 만들겠다는 선관위도, 더 나아가 의혹의 짐을 진 당사자가 대선판에 나서겠다는 무모함이 모두 ‘상식과 공정’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전날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보도된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검찰총장의 공권력을 사유화한 헌법 유린 범죄”라며 “윤 후보는 이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관련 서류의 작성과 전달과정을 알고 있었는가? 알고도 묵인했는가? 지시했는가? 만약 알고 있었거나 관여 혹은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후보직을 사퇴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윤 후보 본인의 분명한 답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관훈토론회에서 ‘당무감사에서 의혹을 파악하겠다’고 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4월 범여권 인사들을 고발해달라는 고발장을 전달받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인사들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 ‘일요진단 라이브’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당 공식기구인 법률자문위원회에) 공식 접수된 바는 없고 회의에서 거론된 적도 없다는 것까지는 확인했다”면서도 “개별 위원들에게라도 연락 오거나 접수된 게 있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법률자문위가 상당히 큰 조직이어서 개별적인 확인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윤석열 검찰, 야당에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정치공작 의혹 파장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보도

“총선 직전 손준성 대검 정책관이 유시민·최강욱 등 고발장 건네”

 윤 캠프 “고발 사주한 적 없다”  김오수 총장, 철저 감찰 지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충청도당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지난해 총선 직전 검찰이 ‘검-언 유착’ 논란 및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가족 관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당은 윤 전 총장의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보도와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4월3일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 3명과 언론사 관계자를 포함해 모두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쪽에 전달했다. 이 고발장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후보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스버스>는 보도했다.

 

고발장에는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가 적시됐다. 유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후보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문화방송>(MBC)의 ‘검-언 유착’ 보도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앞서 <문화방송>은 지난해 3월 이동재 <채널에이(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 이사장의 비위 사실 진술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고발 대상에는 문화방송 기자들과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관계자 등이 함께 포함됐고, 명예훼손 피해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 등 3명이었다.

손 정책관은 이어 4월8일에도 최강욱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을 추가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김웅 후보를 통해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두차례의 고발장 모두 고발인을 임의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비어 있었다. 손 정책관은 ‘검-언 유착’ 의혹을 문화방송에 제보한 지아무개씨의 과거 사건 판결문도 고발장에 첨부했다고 한다. 범죄사실이 적시된 실명 판결문을 본인 동의 없이 외부에 유출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수사정보 수집과 분석은 물론 각계 동향을 파악해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총장의 최측근이다. 이에 고발장을 작성하고 야당에 전달하는 과정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여권은 ‘검찰발 총풍 사건’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윤석열 검찰이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해 고발을 사주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정치공작”이라며 “윤 전 총장은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 관련해 보고받은 적이 있는가. 윤 전 총장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는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을 사주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손준성 검사도 이날 <한겨레>에 “보도는 사실이 아니고 제가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 고발장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고,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던 정점식 의원은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과 야당의 ‘고리’ 역할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김웅 의원은 입장문을 내어 “당시 의원실에는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 제보받은 자료라면 이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해당 의혹에 대한 진상 파악과 함께 철저한 감찰조사를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배지현 김미나 기자

 

이진동 “손준성이 김웅에게 SNS로 판결문 건넨 증거 있다”

 윤석열 검찰의 범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

“김웅이 위법성 인식하며 전달받았음을 입증하는 증거도 확보”

 

 

지난해 총선 직전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 등을 고발하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이진동 발행인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에스엔에스(SNS)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버스는 2일 지난해 4월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인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언유착’ 및 윤 전 총장의 가족 관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 대한 고발장 및 관련 인사의 판결문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발행인은 2일 저녁 <교통방송>(tbs) 라디오 ‘신장개업’에 출연해 손 정책관이 관련 자료를 작성해서 건넸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냐는 질문을 받자 “판결문이 손 정책관에서 김웅 의원에게 건네졌는데 그게 에스엔에스 메신저로 건네지다 보니까 그 위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이름이 떠 있다”고 밝혔다. 확보한 휴대폰 화면 캡처에 문건 전달자의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이 발행인은 고발장과 입증자료 등의 입수 경위에 대해 “뉴스버스 소속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에게 획득한 것”이라며 “(취재원과의) 대화 과정에서 나온 얘기를 듣고 사실확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료가) 손 정책관에서 김 의원에게로 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위법성을 인식하면서 김웅 의원이 전달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 취재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발행인은 앞으로 “고발장에 들어가 있는 내용들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예정돼 있다”며 “그 내용을 보면 (검찰이 아니라) 외부의 제3자가 작성할 이유가 없다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반론을 직접 듣기 위해 어제, 오늘 네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고, 반론을 받겠다, 해명을 듣겠다고 했는데도 윤 전 총장 쪽에선 저희 기자의 전화를 차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데 대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이 직접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비판 보도가 나왔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을 하는 건 좀 모순되지 않냐”고 했다. 이주현 기자

 

전례없는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윤석열로 향하는 까닭은?

 김웅한테 고발장 전달 지목된 손준성

‘윤 총장의 오른팔’로 불린 핵심 참모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대검찰청 간부의 ‘고발 사주’ 의혹은 그 진위 여부에 따라 사법적·정치적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자, 검찰의 사법권을 남용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2일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4월3일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당시 4·15 총선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소속 김웅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와 언론사 기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하면서 검·언유착 사건의 제보자인 지씨의 과거 범죄사실이 적시된 실명 판결문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의 제보자가 범죄를 저지른 이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판결문까지 보냈다는 의혹이다.

 

개인정보가 담긴 실명 판결문은 사건 당사자와 검사, 판사만이 출력할 수 있다. 판결문이 실제로 건네졌다면, 손 검사가 수사 업무 과정에서 취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나 재판 업무 외의 목적으로 실명 판결문을 유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판결문이 이런 식으로 쓰였다면 “명백한 형사처벌감”이라고 했다.

 

손 검사가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범죄 정보를 수집·관리하며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점도 ‘폭발력’을 잠재한 대목이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과거 범죄정보기획관이란 이름으로 불렸으며, 검찰총장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참모다. 손 검사는 윤 총장의 오른팔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검의 ‘윤석열 사단’을 대거 교체했을 때, 손 검사는 대검에 몇 남지 않은 윤 전 총장 측근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해 ‘재판부 성향 문건’ 작성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손 검사와 김웅 의원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29기)로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손 검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한겨레>에 “<뉴스버스> 기사는 황당한 내용으로,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윤 전 총장의 책임 문제도 불가피해진다. 손 검사가 당시 윤 총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을 독자적으로 추진했겠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고발 사주 행위에 윤 전 총장이 관여했거나, 이를 알았다면 검찰권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검사가 정치권에 고발을 사주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일은 처음 들어본다”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즉각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대검은 이날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뉴스버스> 기사 내용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 감찰관실에 사실확인을 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한 검찰총장의 조처는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옥기원 전광준 기자

 

여권 “윤석열 게이트” 맹공…윤 캠프 “흠집내기 공작” 반격 

이낙연  “공수처 수사 등 필요” 강경

이재명도 “검찰 정치개입 소명해야”

이준석 “사실 확인되면 입장 정하겠다”

홍준표 “총장 양해 없었겠나” 맹공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재직 시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은 윤 전 총장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쳤고, 야당은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면서도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당의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을 “윤석열 총장의 보복수사와 검찰권 사유화 의혹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 등 강력한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사실이라면 검찰의 노골적인 정치개입이고, 명백한 검찰 쿠데타 시도”라며 “윤석열 후보도 직접 소명해야 한다. 어설픈 꼬리 자르기나 물타기, 유체이탈 화법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소속된 의원모임 ‘처럼회’는 이번 의혹을 ‘윤석열 게이트’로 규정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국정조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집을 요구할 방침이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실이라면 윤석열 후보의 출마 자격 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큰일”이라며 “얼마나 사실과 부합하는지를 더 지켜보고 추후 입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검찰 수사권 남용, 국민의힘이 고발을 청부받은 행위가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청부고발이라는 단어는 새로 조어된 것으로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았고 실제 고발도 이뤄진 바 없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일단은 판단을 유보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서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안 그래도 여야를 통틀어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또다른 의혹이 등장한 점은 우려가 크다”며 “윤 전 총장이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울산시당 간담회에서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넘겨줬다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사람은 검찰총장 직속 보고기관이다. 총장의 양해 없이 가능했겠나. 양해했으면 검찰총장으로서 아주 중차대한 잘못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몰랐다고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묵시적 청탁설로 묶었던 윤 전 총장의 이론대로 묵시적 지시설이 된다.

 

윤 전 총장이 직접 해명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재직 중 고발 사주한 바가 없다”고 해명한 윤석열 캠프는 ‘배후설’을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김병민 대변인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윤석열 예비후보를 흠집 내려는 음모이자 정치공작의 소산”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뉴스버스> 보도를 즉각 활용해 윤석열 후보에게 정치공세를 펴는 것이 수상한 만큼 배후 세력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나래 송채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