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발송' 자료 접수…영장엔 '성명불상 검사가 작성'

 고발장 작성 · 발송자 - 윤석열 지시 여부 등 규명 과제

 

압수수색에 나선 공수처 수사관들과 이를 바라보는 김웅 의원(왼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압수수색 집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고발장 작성 과정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루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드러난 바 없어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조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13일 오후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재집행했다. 지난 10일 첫 시도 때와 달리 별다른 충돌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끝냄에 따라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압수물 분석과 사건 관계인 조사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9일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를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손 검사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를 통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향후 수사를 통해 ▲ 제보자 조성은씨가 공개한 텔레그램 캡처본의 진위 ▲ 고발장 작성자 및 최초 발송자 ▲ 윤 전 총장의 지시 여부 등을 밝혀내야 한다.

 

         '고발 사주' 의혹 입건 통지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제공]

 

일단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이후 조씨를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벌여 사건 당시의 텔레그램 원본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날 언론을 통해 공수처 등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작년 4월 3일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 등을 다운로드한 로그 기록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수처에 김 의원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속 '손준성'이 손 검사와 동일 인물인지를 입증할 자료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발장 최초 발송자인 '손준성'의 텔레그램 프로필 이미지와 뉴스버스 기자가 연락처를 갖고 있는 손 검사의 프로필 이미지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공수처의 검증 과정이 남았지만,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향후 수사에서 고발장의 실제 작성자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루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영장에 손 검사가 직권을 남용해 '대검 소속 성명불상의 검사'에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하고 입증자료를 수집하게 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가 아닌 제3자가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본 것이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하면서 이 같은 범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수사기관이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오판이 될 수 있다"라며 "추후 진행 과정과 결과는 (영장 내용과)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공수처가 현재 손 검사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풀지 못하고, 손 검사의 PC를 포렌식한 대검도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의자로 적시된 윤 전 총장의 연루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수처 입장에서는 압수물과 손 검사의 진술에서 새로운 단서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에 따르면 손 검사는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텔레그램 계정을 유지해오다 최근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수사를 왜 빨리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제가 된 고발장과 유사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에 전달한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당시 법률지원단장)과 그의 보좌관이 결정적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발 사주' 의혹을 고발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공수처에 김 의원과 정 의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개입 확인?…대검, 조사 확대

'윤 검찰' 참모들까지 조사할 수도…대규모 감찰 가능성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개입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검찰청 진상조사가 대규모 감찰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최근 제보자 조성은씨로부터 손 검사의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물을 제출받아 진상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0일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조성은 "손준성 개입 확인"…증거 제출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제보자' 조씨에게 전달된 고발장과 자료들의 발신인이 손 검사가 맞느냐다.

 

'손준성 보냄'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고발장 발신인의 실체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조씨가 대검에 처음 제출한 휴대전화를 통해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검은 조씨의 휴대전화 원본 포렌식 작업을 통해 문제의 고발장을 전달받은 시점이 지난해 4월 3일과 8일이라는 사실과 '손준성 보냄' 표시에 조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언론을 통해 포렌식 작업을 직접 참관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검이 지난해 4월 3일부터 8일까지 텔레그램 로그기록을 확인했고 이미지 조작 정황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울러 자신의 텔레그램 상에 발신인으로 표시된 '손준성'이 손준성 검사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도 대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추가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언론에 지난해 4월 3일 김 의원으로부터 고발장을 받을 당시 확보한 '손준성'이란 인물의 텔레그램 프로필 이미지가 실제 손준성 검사의 계정 프로필 이미지와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캡처 이미지들을 공개했다.

 

이는 고발 사주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야당의 '조작설'을 반박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윤석열 검찰' 내부 조사 확대될 듯

 

이처럼 윤 전 총장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손 검사의 개입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면서 사건 당시 검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손 검사가 단독으로 개입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수일 만에 수집되고 작성돼 전달된 자료량이 방대하다. 또 문체가 일관되지 않은 점에서 고발장 작성에 복수의 인물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손 검사가 혼자서 고발 사주를 주도할 뚜렷한 이유나 동기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에 손 검사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검 감찰부의 조사가 손 검사를 넘어 당시 윤 전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대검 간부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당시 대검 지휘부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검언유착'이냐 '권언유착'이냐를 놓고 내부 의견이 갈리면서 수사지휘 방향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한동수 감찰부장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측에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당시 고발장 내용과 같이 '권언유착'을 염두에 둔 수사 지휘를 강조해 고발장의 배후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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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감찰·조직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검찰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드러난다면 최근 잠잠해진 검찰개혁 목소리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등 정보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검 감찰부가 직접 수사보다는 내부 쇄신 등을 전제한 대규모 감찰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공수처가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함한 대대적 수사에 착수한 만큼 감찰에 집중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공수처가 이미 수사 개시를 했기 때문에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검 진상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