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20만명이 포진한 텃밭에서 ‘전략적 선택’ 받기 백열경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오색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초반 판세가 결정된 ‘1차 슈퍼위크’ 직후 중도 하차한 정세균 전 총리를 제외한 5명의 후보들이 적극적인 호남 민심 구애에 돌입했다. 추석 연휴 직후에 열리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권리당원 72만명 중 20만명이 포진한 텃밭에서 ‘전략적 선택’을 받으려는 후보들의 경쟁이 뜨겁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할 에너지 전환 산업의 중심지 조성 계획 등을 담은 광주·전남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라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며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전남은 저의 정신적 스승이자 사회적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누적 득표율 51.41%를 기록하고 있는 이 지사 쪽은 ‘결선 없는 본선행’을 위해 호남 경선에서는 최대한 선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캠프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목표는 호남에서 과반 이상이다. 큰 흐름이 특별한 상황 없이는 변하지 않을 거고,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는 “(호남은) 이낙연 후보의 지역적 연고지이고 통계적으로도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후보별 강점이 있는 지역이 있으니까 거기까지 우리가 압도하겠다는 건 과욕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이고 그가 도지사까지 지낸 이 곳에서 ‘과반 압승’보다는 ‘1위 수성’ 정도로 선방한 뒤 다른 지역에서 대세론을 확인시켜 결선투표 없는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지사는 오는 14일 전북 공약을 발표하고, 16일에는 광주 티브이 토론회에 참석한 뒤 추석 연휴인 오는 18일부터 호남 지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오전 저출산 해결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31.45%를 득표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린 이 전 대표는 ‘호남 올인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이재명-이낙연 후보의 표 차이는 11만여표로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격차를 줄이고, 여세를 몰아 다음 달 3일 공개되는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2002년 호남이 위대했던 이유는 ‘될 것 같은’ 이인제 후보가 아니라 ‘되어야 할’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그러한 가치투표, 미래투표가 민주당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3위로 올라선 추미애 전 장관은 ‘이재명 대세론’에 견제구를 날리며 추격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날 <와이티엔>(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생명은 상호견제·균형·분권이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그랬다”며 “현재의 ‘몰빵론’, 우리 후보를 지키자는 것은 김대중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미애 표가 이재명한테 붙어 있으면 안 된다”며 “상호긴장감 속에서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빠르게 이미 호남으로 향한 후보들도 있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주혁신도시에 에너지 특화산단 △함평·광산에 미래차 특화산단 계획 등을 담은 광주·전남 공약을 발표했다. 박 의원은 “호남권 투표가 있는 2주 뒤까지 총력을 다하겠다”며 “추석 연휴에도 호남권에 머물면서 지지를 호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날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북을 인구 500만 이상의 호남권 메가시티로서 독립적 위상을 갖는 강소권역으로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