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사건' 파악 문건 공개돼…'오보 대응용' 해석도

손준성, '고발 사주' 관여 드러나 …감찰 불가피할 듯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사실상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사건에 검찰이 대응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검 문건이 공개돼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오보 대응용으로 준비한 문서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문건 출처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고발 사주' 의혹의 배후에도 대검의 정보 라인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윤석열 장모 사건 관련 의혹 문건=세계일보가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사건 관련 정보를 대검찰청에서 수집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로써 공개한 '대검 내부문건'.

 

◇ 대검, '윤석열 가족' 정보 수집 정황

 

세계일보가 14일 공개한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에 관한 대검 내부 문건은 윤 전 총장 개인을 위한 '사적 정보수집'에 당시 대검 정보라인이 관여했을 것이란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난해 3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씨가 연루된 사건 4건의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문건에서는 최씨를 '피해자'와 '투자자'로 표현하고 있다.

 

한 사건은 윤 전 총장이 피진정인으로 명시됐고 관련해 담당 검사 등 검찰과 진정인 외 알 수 없는 정보도 담겼다. 일부 내용은 수사 정보로 추정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문건의 정확한 작성 주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문건 작성 형식이나 수집 정보 내용 등에 비춰 검찰의 정보 라인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반면 문건에 기재된 내용이 사건 현황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국회 질의나 언론 오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된 문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문건 출처에 대한 뚜렷한 반박은 나오지 않아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어떤 문건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나서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지난해 12월 15일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총장 지시로 '장모 사건' 정보 수집했다고 들어"

 

실제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 전 총장의 개인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됐다는 의심은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착수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윤 전 총장의 징계 결정문에 따르면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작년 말 징계 심의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장 지시에 따라 사모(김건희씨)·장모 사건과 채널A 사건을 전담해 정보 수집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이어 "관련 법리도 그곳에서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이는 윤 전 총장이 당시 처가 관련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대검 참모조직을 동원해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증언이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채널A 사건 등에 관한 대응 논리를 만들었다는 당시 증언은 사주 의혹을 받는 고발장에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법리가 적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의 고발장에 기재된 '공직선거법상 신문·방송 등 부정이용죄' 법리는 거의 적용 사례가 없어 공직선거법 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이 부장의 당시 증언을 언급하면서 "수사정보정책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 쟁점 3가지= 정치권을 강타한 고발사주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쟁점별로 나눠 보면 제보자가 누구인지, 작성자는 누구인지, 검찰이 출처라는 초안이 실제 고발장에 쓰였는지 등이다.

 

◇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고발 사주' 배후?

 

고발장 전달자로 손준성 검사가 사실상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대검이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했다는 정황까지 나오면서 '고발 사주'의 배후가 수사정보정책관실이라는 의혹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당시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을 무마할 목적으로 수집한 정보가 고발장에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론이다.

 

이에 대검 감찰부는 향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에 대한 고강도 감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정보수집 조직을 폐지해야 한다는 검찰개혁론도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정보수집 문건에 대해 "문건이 가리키는 것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제가 처음부터 의문시했던 정황들"이라며 "고발장을 작성하려면 수많은 정보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와 조성은 씨가 나눈 대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지난 13일 CBS 라디오에서 공개한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조 씨는 텔레그램에서는 누군가를 거쳐 사진을 전달받아도 최초에 그 사진 파일을 보낸 사람의 프로필을 볼 수 있는데, '손준성'의 프로필과 이번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 전형수 기자의 텔레그램 연락처 속 손준성 검사의 프로필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호중 “윤석열 검찰이 검찰권 사유화한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

박범계 “문건 근거·출처 조사 필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이 윤 전 총장 장모가 연루된 각종 사건들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당은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이 검찰 내부망의 기밀을 이용해서 윤 총장 장모 사건의 대응 문건을 작성하고 변호하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윤석열 검찰이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야당과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변호활동까지 나선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윤 전 총장 재직시절인 지난해 3월 대검이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연루된 각종 사건들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문건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문건에는 최씨가 연루된 4개의 사건 등이 정리돼 있다. 문건에 기술된 각 사건의 진행·처리 결과에 대한 일부 내용은 검찰 관계자가 내부망을 조회하지 않고는 파악할 수 없는 사실들이라고 한다. 또 해당 문건이 최씨를 ‘피해자’로 다른 사건 관계인은 ‘피고인’으로 표현하면서 최씨를 변호하는 구조로 기술됐다고 <세계일보>는 보도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해당 문건이 대검에서 작성된 것이 맞냐’는 질의에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이 (윤 전 총장 징계 당시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이 언급한) 문건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소위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이 말하는 ‘레드팀 보고서’란게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이 부장이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징계위원회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장님 지시에 따라서 한달 전부터 총장님 사모님, 장모님 사건과 채널A 사건을 전담해 정보수집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박 장관은 또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의 처와 장모 얘기가 나온다. 단순히 고발을 위한 것을 넘어서서 상당한 정보가 축적되지 않고는 작성할 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보자 조성은씨의 말로 다시 돌아가면, 사찰 내지는 정보의 수집이 있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윤 전 총장 시절 대검이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우삼 기자

  

어차피 전송자는 손준성…‘작년 4월 일거수일투족’ 복원 총력

손준성 검사 “고발장 작성·전달 안해” 거듭 주장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윤 전 총장 쪽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차피 전송자는 손준성.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칼끝이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실상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송한 당사자로 특정되면서 압수물 분석 등이 끝나는 대로 조사 시점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 됐다. 수사에 준하는 감찰을 하고 있는 검찰 역시 지난해 3~4월 수사정보정책관 당시 손 검사가 관여·보고했던 업무자료 등을 샅샅이 뒤지며 일거수 일투족을 복원하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동선’이 드러난 주요 관계자 압수수색을 마무리하고 압수물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압수물 분석에는 전체 수사부 인력 절반 정도가 투입됐다.

 

특히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이란 텔레그램 메시지에 표시된 인물을 손준성 검사와 동일인으로 특정하고 조사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스마트폰 분석을 통해 손 검사가 사용하는 텔레그램 계정(현재 삭제)과 ‘손준성 보냄’이란 표시가 붙은 계정이 서로 연동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동일 계정이라는 의미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상대로 고발장을 직접 작성했는지, 또 다른 관련자가 있는지, 고발장과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받은 내용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게 된다. 증거는 부족하고 관련자들은 비협조하는 상황에서 한 차례 조사로는 실체에 접근하는데 어려움 있을 수 있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현직 검사가 공수처 조사실을 여러 차례 드나드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는 미래통합당 직인이 찍힌 이른바 ‘4월8일 고발장’ 관련자들도 참고인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최강욱 의원 고발장을 작성해 대검에 접수한 조상규 변호사(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이 고발장 초안을 건네받아 당무감사실장에게 전달한 정점식 의원(당시 법률지원단장) 등이 대상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14일 “우선 압수물 분석부터 진행한 뒤 주요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제수사 착수와 함께 곧바로 입건한 윤 전 총장 직접 조사와 관련해, 공수처는 “예단할 수 없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손준성 보냄’ 표시를 손준성 검사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무리가 없겠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과 손 검사가 특별한 관계였다고 보는 근거에 대해서는 “4가지 정도 있는데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믿을 만한 사람이 손 검사 밖에 없었지 않느냐는 포괄적 답변을 드린다”고 했다. 당시 검찰 인사로 윤 전 총장 쪽 사람들이 대부분 교체된 상황을 감안해 두 사람 관계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는 입장을 다시 냈다. 손 검사는 “저로서도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됐는지 모두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손 검사는 공수처가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현재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장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공정한 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공수처가 자신을 고발장 전달자로 특정한 것에 대해서는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의심된다.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옥기원 기자

 

 

‘당 직인’ 찍힌 고발장에 침묵…국민의힘, 윤석열과 ‘선긋기’ 통할까

‘당 공직 조직 개입’ 의혹에 소명 없이 ‘윤석열 개인 문제’ 강조

 

지난해 8월25일 미래통합당이 당 공식계통을 거쳐 대검찰청에 접수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 미래통합당 직인이 찍혔다.

 

윤석열 검찰의 범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개입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펴며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당의 공식 조직이 실제 고발에 개입한 핵심 의혹에 관해서는 아무런 소명을 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개인 차원 문제’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비해 야당 대선 구도 전체가 깨지는 일은 막겠다는 의도인데,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본격화되면 실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한 국민의힘의 이런 선긋기가 통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25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미래통합당 직인을 찍어 검찰총장 앞으로 이날 접수한 고발장은 고발 사주 의혹 핵심 물증인 ‘손준성 보냄’ 고발장과 판박이여서, 제출 배경과 과정 자체가 공수처 직접 수사 대상이다. 당 공식계통을 거친 고발인 만큼 이번 의혹은 윤 전 총장 개인 문제를 넘어, 국민의힘 당 차원 문제인 셈이다.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이는 고발장은 2건이다. 이 가운데 최강욱 의원 고발장 당내 유통 경로가 일부 드러난 상황이다.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인 정점식 의원 쪽이 이 고발장과 내용과 형식이 판박이인 고발장 초안을 ㅂ당무감사실장에게 전달했고, ㅂ실장은 이를 다시 받아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이다. 조 변호사는 넉 달 전 김웅 의원이 받았다는 내용과 사실상 똑같은 고발장을 다시 썼고, 이를 미래통합당 이름으로 대검에 접수했다.

 

이와 관련 정점식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좌관이 (고발장 초안을) 받아서 당무감사실에 넘겼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당무감사실은 (법률자문이라는) 우리 업무를 보좌하는 곳이니까 어떤 방법으로 (외부에서) 왔든지 (법률지원단장인) 나한테 보고를 하고 그게 변호사에게 간다”고 말한 바 있다. 고발장 초안 출처를 모르지만, 당 공식계통에 따라 고발장이 전달됐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미래통합당이 최강욱 의원을 고발하는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당내 의사결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검사 시절 정치권 수사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13일 “법률지원단은 당 의사결정 지원 기구다. 개인 입맛대로 국회의원을 고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어디서 초안이 왔으며,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고발이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재선 의원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의지만 있으면 당시 고발장이 들어오고 나간 경로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내부 문제에 침묵하며 외부엔 ‘정치공작 프레임’으로만 현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면 여론이 납득할 수 있겠나. 당 지도부가 각 대선주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수처는 지난해 4월 두 건의 고발장 작성 주체 및 전달 경위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홍준표 의원 등은 이번 의혹을 ‘윤 전 총장 개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의심받는 고발장 가운데 한 건을 당이 실제 고발하며 사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수처 수사 상황에 따라 추후 당내 다른 관계자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욱 기자

 

국민의힘, ‘고발 사주’ 의혹 진상규명보다 ‘네거티브 대응’이 먼저?

뒤늦게 공명선거추진단 가동한 국민의힘

똑같은 고발장 등 진상규명은 공수처 몫으로 돌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전반을 살피겠다며 뒤늦게 출범한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단이 시작부터 ‘윤석열 방패막이’ 구실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실 확인 대신 네거티브 대응에 치중하면서 당 공식 기구가 특정 후보를 비호하는 기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첫 회의를 한 공명선거추진단은 일성부터 고발사주 의혹 진상규명보다 당내 후보들에 대한 정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장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우리 당 후보들에 대한 흑색선전 또는 정치공작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총선 때 벌어진 문제는 1년 전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법적으로 처리하시면 되고, 우리는 대선에 벌어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사건을 윤석열 전 총장하고 엮으려고 한 네거티브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4개 팀 가운데 두 개를 네거티브 대응팀과 선거공작법률대응팀장으로 꾸렸다. 네거티브와 정치공작 대응에 무게를 둔 구성인 셈이다.

 

△김웅 의원이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장 초안을 받았는지 △그가 조성은씨 외에 다른 당내 인사에게 고발장 초안을 넘겼는지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정점식 의원이 어떻게 고발장을 입수했는지 등 여러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찰 소관이며 추진단은 상대 흑색선전을 막는 게 소임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추진단의 방침은 애초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추진단 설치 이유와도 어긋난다. 이 대표는 고발사주 의혹 파장이 커지던 지난 9일 “(고발장 접수 경위 등을 포함한 의혹을) 통할해서 살펴볼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며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 초안과 당이 작성한 고발장 초안, 실제 고발장이 거의 같은 의혹 등도 “원문을 입수해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윤 전 총장 캠프가 감당해야 할 ‘고발 사주’ 의혹 대응을 당 공식기구가 떠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후보 네거티브 대응을 당 조직에서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대응을 하려면 후보의 입장이나 상황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건 캠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이런 의혹은 추진단이 자체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다. 여기에 추진단 역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고발 사주 의혹 등은 후보 개인의 일이므로 후보가 알아서 대응해야 한다. 당 전체가 몰려가다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고발사주 의혹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지난 8월11일 박 국정원장을 만나기 하루 전 김웅 의원에게 받은 텔레그램 자료 143건 가운데 106건을 집중적으로 내려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공수처가 야당탄압과 정치개입에 앞장서는 게 아니라면 박 원장에 대해서도 전광석화와 같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