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 관여 정민용 변호사 소환도 ‘초읽기’

 

9월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의 주거지를 비롯해 천화동인 2∼7호 실소유주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1일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계획을 설계하고 민간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인물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데 이어 대장동 개발 의혹 ‘키맨’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을 체포한 만큼 관련자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찰도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 등 8명을 출국금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은 1일 오전 9시26분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는 유 전 본부장을 체포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10시에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응급실을 찾은 뒤 출석을 한 시간 미룬 상태였다. 검찰은 그가 건강 이상을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즉시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유 전 본부장이 응하지 않아 조사가 불발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가 민간에게 이익이 과도하게 돌아가게 설계된 경위와 화천대유와 그 관계자 천화동인 이익 배분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지난 9월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를 조사하며 제출받은 녹취파일과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 10여건에는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사업 핵심 관계자들의 금품 로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사업자 이익 배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윗선’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자택 근처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화천대유로부터)돈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영학 회계사가 누군지 잘 모른다”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 사업을 둘러싼 핵심 관계자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으로 재직 때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정민용 변호사 소환 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화천대유·천화동인 핵심 관계자 8명을 출국금지했다고 이날 밝혔다. 출국금지 대상은 김만배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이한성 천화동인 1호 사내이사 등이다. 앞서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출국금지한 바 있다. 경찰은 회계분석 전문인력 등 24명을 증원해 전담수사팀을 62명 규모로 확대하고, 수사팀 책임자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총경)에서 수사부장(경무관)으로 높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재구 이정하 기자

 

대장동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초과 이익-손실’ 관련한 조항 왜 없었나?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를 검찰이 2021년 9월29일 압수수색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의 민관 공동 주택 개발 사업에 참여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여기에 투자한 특정금전신탁 ‘천화동인’을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자본금 3억5천만원, 초기 사업비 350억원을 투자하고서 무려 4천억원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국민의힘 쪽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더불어민주당 쪽은 이 사업에 관여한 인물 상당수가 국민의힘과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이유로 ‘국힘 게이트’라며 강하게 반격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도 본격화됐다. 앞서 불거진 윤석열 검찰 체제에서의 ‘고발 사주’ 의혹과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이 2022년 대선의 승패를 가르게 될 분위기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주요 쟁점에 대해 사실 여부를 따져본다.

 

1. 화천대유는 누구 것인가?

 

화천대유는 2015년 2월 자산관리회사(AMC)로 설립됐다. 언론인 출신의 김만배씨가 대주주이고, 이성문 변호사가 대표로 있다가 최근 사임했다. 화천대유의 고문·자문 역할로는 김씨의 지인이자 법조계 유명인이 대거 포진해 있다. 법조인으로는 권순일 전 대법관(양승태 제청·박근혜 임명, 이재명 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담당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김수남 전 검찰총장(박근혜 임명), 이경재 변호사(최순실 변호인)가 고문이고,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재명 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담당 변호사, 국민의힘 추천 공수처장 후보)은 자문이다.

 

정치인으로는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와 신영수 한나라당 전 국회의원, 경영인으로는 이현주 외환은행 전 부행장이 고문을 맡고 있다. 또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과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이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곽 의원의 아들은 올해 초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별도로 퇴직금도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인연이 있다. 이성문 변호사, 곽상도 의원은 김씨와 성균관대 동문이다. 또 다른 고문·자문들은 김씨가 오랫동안 법조계 출입기자로 일하며 만났던 “좋아하는 형님들”(2021년 9월27일 김만배씨 발언)이다.

 

김씨는 천화동인의 1호 투자자이기도 하다. 모두 7명인 천화동인 투자자 가운데 김씨 외에 그의 가족이나 지인이 3명이다. 천화동인은 에스케이(SK)증권을 통해 대장동 개발 사업에 투자했다.

 

2. 이재명 지사는 화천대유와 어떤 관계가 있나?

 

화천대유와 이재명 지사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첫째는 김만배씨가 기자 시절이던 2014년 7월 재선에 성공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인터뷰한 일이다.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두 사람 모두 인터뷰 이후에는 서로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둘째는 이 지사와 화천대유 고문·자문과의 관계다. 2020년 7월 권순일 당시 대법관은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취지 파기 환송 의견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때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업적을 과장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2020년 7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강찬우 변호사가 이 지사의 변호인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권 대법관은 2014년 양승태 대법원장이 제청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강 변호사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4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도 가깝다.

 

셋째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의 이사인 이한성씨가 이화영 킨텍스 사장(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 보좌관을 지냈다는 이유로, 이 지사와 관련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한성씨가 보좌관을 지낸 것은 17년 전인 2004년, 그것도 1년가량이었다.

 

3.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투자자)는 어떤 역할을 했나?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 지사의 측근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재직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2015년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함께할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틀을 짜고,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배당 방식 결정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3년 말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략사업팀을 신설했고, 여기에 천화동인 4호 투자자인 남욱 변호사가 추천한 정아무개 변호사를 채용했다. 또한 개발로 발생하는 초과 이익 배분에 관련한 내용을 사업 협약에 포함하지 않는 등 유 전 본부장의 결정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최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민간 사업자가 거액의 배당이익을 챙긴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처음에 설계할 때는 그 정도로 (이익이) 남을 거라 예상을 못했다. (집값이 폭등한) 이 상황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는 2010년께부터 오랫동안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전해왔다. 그는 당시 민간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했고, 이 일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5년엔 김만배씨와 손을 잡고 다시 대장동 민관 공동 개발에 나서 결국 이를 성사시켰다.

 

남 변호사는 대학 후배인 정 변호사를 유 전 본부장에게 소개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에서 투자사업파트장을 맡게 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1월 유 전 본부장과 유원홀딩스라는 회사를 차려 동업해왔다. 정 변호사는 양쪽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보인다. 또 천화동인 5호와 6호 투자자인 정영학 회계사와 조아무개 변호사도 남 변호사가 대표를 맡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에서 함께 일해온 사람들이다.

 

 

4. 애초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이익이 얼마나 날 것으로 설계했나?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컨소시엄(화천대유 참여)의 사업 협약 내용은 아직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2015년 6월 사업 협약을 맺을 때, 사업 배당이익 1822억원과 주택 인근 부대시설인 제1공단 터에 대한 공원 조성비 2561억원 등 4383억원을 하나은행 컨소시엄(실질적으로 화천대유)이 모두 부담하기로 사업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재명 캠프의 송평수 대변인(변호사)은 “애초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추정한 배당이익은 3595억원이었고, 여기서 성남시가 1822억원(50.7%), 화천대유가 1773억원(49.3%)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여기에 제1공단 터 공원 조성비 2561억원을 더하면 전체 6156억원 가운데 4383억원(71.2%)을 성남시가 가져가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배당금을 기준으로 한 계산법과 민간 사업자의 기부(채납)까지 포함한 계산법이 있다. 먼저 배당금을 기준으로 하면, 2019~2021년 모두 5903억원의 배당이익이 발생했다. 이것은 애초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추정한 배당이익의 1.6배다. 이 가운데 성남시가 1830억원(31.0%), 화천대유가 577억원(9.8%), 천화동인 1~7호(SK증권을 통해 투자)가 3463억원(58.7%), 금융기관이 32억원(0.5%)을 가져갔다. 결국 배당금을 기준으로는 성남시가 31.0%,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합쳐서 68.5%(4040억원)를 가져간 것이다. 민간 사업자가 성남시보다 2배 이상 가져갔다.

 

 

 5. 현재까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이익은 얼마가 났고, 성남시와 화천대유는 각각 얼마씩 가져갔나?

 

이 지사 쪽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간 배당이익에 더해, 제1공단 터 공원 조성비 2561억원과 지하 주차장 건설비 200억원, 북쪽 터널과 배수지 건설비 920억원 등 민간 사업자가 무상으로 부담한 3681억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사 캠프 쪽은 “공원 조성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는 완전히 별개의 사업이고, 북쪽 터널 등은 애초 사업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2017년 3월 추가했다. 모두 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 사업으로 발생한 전체 이익은 9575억원이고, 이 가운데 성남시가 5503억원(57.5%),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합쳐서 4040억원(42.2%), 금융기관 32억원(0.3%)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배당금을 기준으로는 공공과 민간이 3 대 7, 기부를 포함하면 6 대 4 정도의 이익을 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밖에 화천대유는 민영주택용지 출자자 우선공급제도에 따라 수의 계약으로 대장동 15개 블록 가운데 5개 블록의 사업 시행권을 확보했다. 화천대유는 이 공동주택 분양 사업을 통해서도 4천억원가량 이익을 추가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대장동 개발 사업 전체 이익은 8천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6. 부동산값이 폭등했는데, 왜 성남시는 초과 이익을 확보하지 못했나?

 

이 사업이 한창 진행된 2015~2018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2015년 3.3㎡에 1100만원 정도로 예상됐던 대장동 아파트 분양가는 2019년 6월 분양 때는 3.3㎡에 23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2015년 협약 때 1773억원으로 예상된 민간 사업자의 배당이익도 2021년 404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성남시의 배당이익은 2015년 협약 때 정한 1822억원보다 8억원 많은 1830억원이었다. 성남시는 보통주보다 이익을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보유했지만, 민간 사업자는 위험 부담이 높은 보통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정한 액수 이상의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 초과 수익은 모두 보통주를 보유한 주주의 수익이 된다.

 

분양가가 2배로 치솟았는데도 성남시가 추가 배당금을 받지 못한 것은 사업 협약에 초과 이익 배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고정된 금액의 우선 배당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나중에 초과 이익이 생겨도 가져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현덕지구 개발 사업은 대장동 사업과 유사한 민관 공동 사업인데, 초과 이익 환수 방안이 협약에 포함돼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 사업에서 실제 분양가는 애초 예상된 분양가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으므로 통상 초과 이익이나 초과 손실에 대한 내용을 협약에 포함한다. 그것이 포함됐다면 민간 사업자가 초과 이익을 이렇게 독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유동규팀,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조항 없앤 증거 나왔다

검찰, 성남도개공 문건 확보..화천대유에 ‘대박’ 설계 정황

 

개발사업팀이 애초 넘긴 문건엔 초과이익  ‘시와 분배’ 내용 포함

개발사업팀 초안문서 올린 뒤 전략사업팀서 몇시간만에 ”빼버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당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별동대 역할을 했던 대장동 전략사업팀이 ‘평당 택지 분양가 1400만원 이상’일 때 민간사업자 초과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화천대유 쪽은 나중에 해당 조항이 검토됐던 부지를 평당 2000만원 가까운 분양가를 받고 매각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30일 당시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며 유 전 본부장과 대립한 것으로 알려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이아무개 처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이튿날인 1일 유 전 본부장을 체포해 ‘1400만원 초과 조항’을 삭제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10월 전략사업팀을 신설하기 이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은 2015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인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과 수익률 배분 등을 정하는 주주협약에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한 검토 문건을 전략사업팀에 보냈다. 부동산 시장 변화로 화천대유 쪽 수익이 보장되는 ‘평당 1400만원’을 넘어설 경우 그 초과 이익을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나눠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전 확정이익 1822억원’을 받는 것으로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초점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민간에 과도한 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를 환수하는 조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였다. 당시 내부 논의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개발사업1팀이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한 문서를 작성해 전략사업팀에 검토를 의뢰했지만, 전략사업팀은 해당 조항을 제외하고 기존에 협의된 1822억원만 받는 방안을 고집했다고 한다. 결국 최종 이익 배분 결정 방안을 담은 주주협약은 전략사업팀 의중대로 관철됐다는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당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이었다. 평당 분양가 1400만원이라는 조건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상식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조항인데, 이 검토 문서를 올린 뒤 몇시간 만에 전략사업팀에서 그 조항을 빼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대장동 개발에 직접 관여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도 “(유 전 본부장이) 전략사업팀을 만들어서 개발사업을 했다. 개발사업본부는 실무만 하고 들러리만 선 셈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쪽에 유리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하는데 고위 간부들이 그런 노력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과 관련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개발전문가는 “공공이 참여한 개발 사업이면 민간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포함시켰어야 했다. 그런 조항 없이 주주협약을 맺은 것을 보면 사업설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만 있어도 화천대유가 그렇게 많은 이익을 거두진 못했을 것이다”고 했다. 다만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화천대유 쪽이 개발지구 내 땅을 계약금을 지불하고 상당부분 확보한 상황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장에서는 화천대유 쪽 요구를 일부 수용하지 않으면 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관련 문서와 유 전 본부장 진술 등을 대조하며 당시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배경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배지현 정환봉 기자

 

‘대장동 게임’의 설계자는 누구?

 

넷이 모인 점심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급인 이가 추석 연휴 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전편을 연속으로 다 봤다고 했다. 드라마에 대한 그의 평은 박한 편이었다. 자극적인 내용에 다음 편을 기다리도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 구조에 끌려 “끝까지 다 보긴 했지만, 마지막에 허무하더라”고 했다. “판타지도 아니고, 이건 너무 잔혹한데다 개연성이 떨어져 재미가 덜했다”는 평이었다.

 

모임이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게 오히려 현실감을 높이는 ‘비현실적 현실’ 아닌가? 대리급의 31살 청년이 5년9개월 일한 회사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 드라마 각본에 썼더라면 그 역시 개연성 면에선 혹평을 받지 않았을까?

 

거액 퇴직금의 수령자인 청년 곽아무개씨가 아버지 곽상도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겨 놓은 글이 묘했다.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다. ‘화천대유’ 라는 게임 속 ‘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1호 사원이었다가 올해 3월 퇴직한 곽씨가 설계의 내용과 설계자를 명시하진 못했어도 세간에서 품고 있는 의문점의 중심지는 잘 건드린 것 같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게임의 설계자 내지 ‘큰 그림’의 화가로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찍고 있다. 자당 소속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한테 거액의 ‘퇴직금’이 흘러간 것으로 드러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관심의 물꼬가 급변한 뒤에도 이런 주장은 그대로다.

 

의혹을 사실로 드러내는 증거의 핵심은 문서와 돈(자금의 흐름과 종착지)이라고 했던가. 대장동 의혹에 얽힌 자금 흐름 중 두가지가 눈에 띄었다. 곽씨에게 지급된 50억원이 그중 하나다. 또 하나는 화천대유 초기 투자금 351억원의 주인이 ‘개인3’에서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특정·확인된 대목이다. 행복나눔재단은 SK그룹에서 설립한 사회공헌 재단인데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라 재계 안팎을 술렁이게 했다. 어느 쪽이든 이 지사와 연결되는 고리는 아직 없다.

 

화천대유 법률고문인 이경재 변호사는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의) 분배구조를 짤 때 성남시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고 주장하고 “201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마구잡이로 올라”간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풀이했다. 다른 인터뷰에선 “로또 10장을 샀는데, 그중 하나가 100억짜리에 당첨된 격”이라는 말도 했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5년엔 부동산 경기가 저점이었던 배경을 일컫고 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경찰의 조사가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사태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예는 늘 있었다.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 사항이 드러날 수도, 숱한 행정적·정책적 미숙함과 불법성이 잇따라 불거질 수도 있다. 다만, 대장동 사업 즈음 이후 6년간 부동산 가격이 두세배씩 오르는 건 예사일 정도로 비정상적인 과열 흐름이었고,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엉성했다는 제도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는 판단에 매몰될 경우 정치적 ‘태산명동’과 법률적 ‘서일필’ 사이의 낙차 큰 간극으로 결국 허망함만 남기고 불로소득 방지 장치를 단단하게 마련하는 일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김영배 기자

 

‘화천대유’ 김만배 “정관계 350억원 로비 의혹은 사실 무근”

“과장된 사실 녹취된 것”

 

경기도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운데)씨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시행사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가 <조선일보> 등이 보도한 ‘350억원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1일 화천대유 쪽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간에 이익 배분 비율을 두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 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계좌의 입구와 출구를 조사해 자금 흐름을 빠짐 없이 규명한다면 객관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 내용 중에 정관계 로비 관련 내용이 있으며, 이를 합하면 35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손현수 기자

 

경찰, 김만배 씨 등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8명 출국 금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화천대유·천화동인 핵심관계자 8명을 출국금지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천화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8명을 출국금지했다고 1일 밝혔다. 출국금지 대상에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상한 자금흐름 정황을 잡고 통보한 건 관련자인 김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이한성 천화동인 1호 사내이사 등이 포함됐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 4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 간 대여금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며 경찰에 통보한 바 있다. 경찰은 이씨가 화천대유 관련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출국 금지 대상에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 관계자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근무했던 변호사, 이날 검찰이 긴급체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 금지 대상자가 일부 검찰과 겹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인력을 증원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 책임자를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총경)에서 수사부장(경무관)으로 격상하고, 회계분석 전문인력 등 24명을 증원해 62명 규모로 확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국금지 대상자와 이들의 혐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