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마린원' 해병헬기 타고 해상 마라도함에 내리며 시작

KAAV 48대· F-35A· AH-64· 급유수송기 등…블랙이글스 축하비행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상륙 대원들이 합동상륙작전 시연을 하고 있다.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1일 오전 경북 포항의 해병대 1사단 인근 영일만에서 개최됐다. 해병대 주관으로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포항은 1959년 해병대 1사단이 주둔한 이래 용맹한 해병을 양성해온 곳으로, 교육훈련단과 군수지원단이 함께 자리를 잡고 있는 명실상부한 해병대의 요람이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최초의 상륙작전을 단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국민의 군대, 대한강군'을 주제로 열린 행사는 다양한 첨단 무기와 전력들을 동원해 시연함으로써 정예 강군으로 도약하려는 국군의 의지를 표현했다.

 

 

특히 이달 작전 배치를 앞둔 해군의 두 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LPH·1만4천500t급) 함상에서 거행돼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1호기인 '마린원'(호출부호)을 타고 영일만 도구해안에서 2.5㎞ 정도 떨어진 해상의 마라도함에 내리면서 행사가 시작됐다. 대통령이 해병대 헬기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병지휘부와 기수단이 상륙함 천왕봉함(LST-Ⅱ·4천900t급)에서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제대와 함께 마라도함 전방으로 이동하며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경례하자 천왕봉함에서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국민의례에서는 국내 기술로 건조된 해군의 첫 번째 3천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게양된 태극기에 일제히 경례하며, 해병 1기이자 통영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에 참전한 이봉식 옹이 직접 맹세문을 낭독했다.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육군 특전사 요원들이 유엔 가입 30주년을 기념해 대형 태극기와 유엔기를 시작으로 소말리아에 파병됐던 상록수부대부터 현재 임무 수행에 중인 동명부대, 한빛부대, 청해부대 등 19개 역대 해외 파병 부대기를 들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고공 강하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국군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국방부는 의미를 부여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환영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지상, 해상, 공중을 포함한 전 영역에서, 그리고 해외 파병지에서 임무 완수를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과 국방 가족 여러분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다"며 "군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국민 여러분을 든든하게 지켜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사령부 김정수 소령이 현역 군인으로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화랑무공훈장을 받는 등 연평도 포격전 유공자 18명에게 훈장과 포장을 줬다.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과 가족들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려온 '미라클' 작전과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등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군 5공중기동비행단이 특별 부대표창을, 그 밖의 11개 부대가 대통령 표창을 각각 받았다.

 

아울러 육군 산악여단, 해군 해상초계기대대, 공군 탄도탄감시대대, 해병대 항공단 등 올해 창설되는 4개 부대에 부대기가 수여됐다.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육·해·공군·해병대가 합동성을 발휘하는 합동상륙작전 시연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피스메이커'(Peacemaker)라는 작전명으로 진행된 시연은 해군의 해상초계기 P-3C와 '피스아이'로 불리는 공군의 E-737 항공통제기가 도구해안 상공을 가르면서 시작됐다.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일명 시그너스)와 전술정찰기 RF-16에 이어 핵심 표적 타격에 나선 F-35A·F-15K 전투기 등이 뒤를 이었고, KAAV 48대와 고무보트(IBS) 48척, 공기부양정 2척의 해상 돌격이 이어졌다.

도구해안에 상륙한 KAAV 등에서 내린 800여 명의 해병대원은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전방으로 달려가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는 등 박진감 넘치는 합동상륙작전 과정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아파치(AH-64) 공격헬기와 수리온, 치누크, 블랙호크 등의 기동헬기가 공중에서 화력 지원으로 엄호하는 공중돌격에 나서기도 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축하 비행과 도구해안의 목표 지역을 확보한 제병지휘부가 마라도함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경례하면서 행사는 마무리됐다.

 

전날 도구해안 예행연습에서 만난 해병대 1사단 31대대장 전웅식 중령은 "특별한 국군의 날을 준비하기 위해 해병대는 물론이고 육군, 해군, 공군이 함께 훈련하고 연습했다"며 "군의 합동작전 수행태세를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국군의 날 맞아 “군 혁신의 핵심은 인권”

“한반도 항구적 평화가 군의 사명”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3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군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라고 1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북 포항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맺어진 전우애야말로 군의 사기와 전투력의 자양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병들은 조국수호의 사명감으로 임무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군 인권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하는 것이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가혹행위와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군에 강력한 쇄신을 거듭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호국영령과 참전유공자들의 헌신, 유엔군 참전용사와 한미동맹의 강력한 연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평화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경의 표한다”고 했다. 또 “한미 양국은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의지를 다시 확인했고, 우리는 전환 조건을 빠르게 충족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지키는 일이 군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부터 국군의 날 행사는 안보환경, 행사 주제 등을 고려해 장소를 선정했는데, 이번에는 6·25 당시 유엔군이 최초 상륙작전을 시행하고, 해병대 1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포항이 선정됐다. 국민의 군대, 대한 강군이라는 주제에 맞춰 상륙작전 뿐 아니라 유사시 재외국민 철수, 재난 구호 및 국제평화유지 활동 등에 투입되는 마라도함 선상에서 실시했다. 서영지 기자

 

문대통령 내외, 마린온 순직자 위령탑 참배…일부 유족 불참

국군의날 기념식 앞서 찾아…박재우 병장 유가족 "쇼 동참 안 해"

 

마리온 순직자 위령탑에 묵념하는 문 대통령 내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국군의 날인 1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부대 내 마린온(MUH-1) 순직자 위령탑을 찾아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유족, 마린온 헬기 순직자 유족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일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앞서 3년 전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해병대 1사단 내에 건립된 위령탑을 찾아 참배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상처를 다시 꺼내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서 유가족에 위로를 전했고, 유가족은 대통령이 와주셔서 하늘에 있는 아들도 기뻐할 것이라면서 항공기 안전도 챙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마린온 1호기인 '마린원'을 타고 행사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축사 도중 지난 2018년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추모하기도 했다.

 

마린온 사고는 2018년 7월 17일 경북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정비를 마친 뒤 시험비행 중 추락해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장병 5명이 순직했다.

 

순직 장병 유족들은 사고 이후 김조원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등 사고 헬기 제작사인 KAI 측이 관리상 과실은 물론 결함이 있는 헬기를 해병대에 공급해 장병을 숨지게 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검찰이 김 전 사장을 무혐의 처분하자 유가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반발했고, 지금까지도 재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위령탑 참배 행사에 초청을 받았던 유가족 일부는 이런 이유로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1기' 노병에 90도로 허리숙인 문대통령

 

해병대 1기 이봉식 옹과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행사에 참석한 해병대 1기 이봉식 옹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역한 노병을 만나 허리를 숙였다.

 

1일 오전 경북 포항시 영일만 해상의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오른쪽 가슴에 'MOON(문)'이라고 쓰인 붉은 명찰이 달린 항공점퍼 차림으로 행사장에 등장했다.

 

특히 이날 국기에 대한 경례 맹세문은 해병대 1기 출신으로 6·25 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 통영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에 참전한 이봉식 옹이 읽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행사가 끝나자 별도로 이 옹을 만나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면서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행사에는 서울수복작전 당시 중앙청 옥상에 인공기를 걷어내고 태극기를 가장 먼저 게양한 고(故) 박정모 대령의 아들 박성용 씨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이후 열린 다과회에서 이봉식 옹과 박성용 씨에 대한 감사를 다시 한번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날 국군이 시연한 '피스메이커' 작전과 관련해 "자주국방을 향해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도 강력한 국방과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국군장병의 헌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봉식 옹, 아프가니스탄 조력자 후송 작전인 '미라클 작전'에 참여한 조주영 공군 중령, 청해부대 후송 치료를 맡았던 허윤영 육군 대위 등과 함께 국군의 날 기념 케이크를 커팅했다.

문 대통령은 다과회 후에는 해병대 제1사단 교육훈련단 식당에서 장병 격려 오찬을 가졌다.

 

김정숙 여사는 셋째 자녀를 임신한 해병 1사단 대위에게 배냇저고리와 축하카드를 선물했고, 한 장병은 문 대통령 부부의 얼굴이 그려진 캐리커처를 선물하기도 했다.

 

장병들에게는 병영식당 메뉴 외에도 청와대 셰프가 조리한 닭다리살 유자 간장구이, 색동채소 해산물볶음이 추가로 제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