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구속…사업자 선정과 이익 배분 설계 과정 등 조사방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됐다. 유 전 본부장 쪽은 ‘700억원 약정설’ 의혹에 대해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소명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 염려 등이 있다”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당직 판사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1시간20여분간 유 전 본부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지난 1일 체포 돼 이틀간 검찰 조사를 받은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법정으로 출석했다. 이 판사는 이날 밤 9시께 “증거 인멸 및 도주 염려가 있다”며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곧바로 구속수감됐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을 변호하는 김국일 변호사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쪽으로부터 개발 이익 700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대화하면서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지, 실제로 약속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농담이 녹취가 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범죄사실에도 포함돼 있길래 (법정에서) 소명했다”고 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 2일에도 “700억원 약정은 사실 무근이다. 실제 빌린 돈은 차용증을 쓴 11억8천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변호를 맡은 김국일 변호사가 법정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 쪽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서 퇴임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함께 일했던 정아무개 변호사와 유원홀딩스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에서 11억8천만원을 차용증을 쓰고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사업 자금과 이혼 위자료로 쓸 돈이 없어서 정 변호사에게 빌렸다. 신용대출 등도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무슨 뇌물을 받아 축적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진 것에 대해서는 “(최근) 교체한 휴대전화로 기자들이 연락을 하니까 던진 것이다. 2014∼15년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제출하겠다고 검찰에 말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사업자 선정과 이익 배분 설계 과정 등에서 화천대유 쪽 편의를 봐주고(배임) 나중에 유원홀딩스를 통로로 투자 등의 형식으로 돈을 챙기려(횡령) 했던 것은 아닌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손현수 기자

 

김만배, 박영수 친척에 100억…점점 커지는 화천대유 돈거래 

김만배, 화천대유서 빌린 돈 일부 박 전 특검 친척에게 들어가

박 “먼 친척…돈거래 전혀 몰라”아들도 친척 회사서 근무 경력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된 3일, 시행사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가 이 회사 고문을 맡았던 박영수 전 특검의 친척 사업가에게 100억원을 건넨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김씨와 박 전 특검은 의혹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지만, 유 전 본부장 ‘차용금 11억여원’,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 등 로비 관련 자금으로 의심받는 돈의 규모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 외에 뇌물수수 혐의도 적용한 검찰은 이들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앞서 김만배씨는 화천대유에서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렸다. 검찰과 경찰은 김씨가 빌린 돈의 용처 등을 추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0억원이 분양대행업체 이아무개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ㄷ업체는 화천대유가 대장동에서 직접 시행한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권을 독점했다. 이 대표는 박 전 특검 친척이기도 하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2월 유리 개발을 하는 ㅈ업체 사외이사를 맡았는데, 박 전 특검이 그만 둔 직후인 그해 3월 친척 이씨가 이 회사 사내이사를, 이듬해에는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앞서 2015년부터 최근까지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했던 박 전 특검 딸이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100억원 중 일부가 최종적으로 박 전 특검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 전 특검은 “이아무개씨는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다. 이씨가 김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 사이에 거래에 대해 관여한 사실이 없어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김씨 역시 (국정농단 사건) 특검이 시작된 이후 관계가 단절돼 현재까지 전화 통화도 하지 않고 있다.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았던 2016년 4~11월 받은 고문료 외에 다른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씨 역시 “이 대표와 돈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행사와 분양대행업체 사이 금전거래라면 회사끼리 직접 주고받으면 되는데, 김씨가 돈을 빌려 전달했다는 점에서 개인 채무 여부 등 돈의 성격을 두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ㄷ업체 이 대표는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5호 정영학 회계사 쪽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위례신도시 개발 때도 아파트 분양업무를 일부 했다.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짠 남 변호사 아내 및 정 회계사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이 위례자산관리 사내이사를 맡았다.

 

천화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 등을 통해 ‘700억원 약정설’이 불거진 유동규 전 본부장 역시 의심스러운 돈 거래 11억8천만원이 확인된 상태다. 유 전 본부장을 대리하는 김국일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유 전 본부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700억원 약정설에 대해 “김만배씨와 대화하며 ‘줄 수 있냐’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 녹취되니까 약속한 것처럼 돼 있어 소명했다. 실제로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11억여원에 대해서는 “정아무개 변호사한테 사업자금과 이혼위자료를 차용증을 쓰고 빌린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정 변호사는, 퇴사 뒤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부동산개발 등을 하는 유원홀딩스라는 업체를 차렸다. ‘유원’은 유 전 본부장 이름을 딴 것이다. 앞서 김 변호사는 녹취파일에 대해 “공동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두고 김만배씨와 정영학씨 사이에서 서로 상대방이 부담하라고 싸우게 됐는데, 유동규씨가 중재하는 것을 (정영학이) 녹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으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구속한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사업자 선정과 이익 배분 설계 과정 등에서 화천대유 쪽 편의를 봐주고(배임) 나중에 유원홀딩스를 통로로 투자 등의 형식으로 돈을 챙기려(뇌물수수) 했던 것은 아닌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 사이 돈 문제 다툼을 중재하려 했다는 것도 ‘유착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녹취파일이 작성된 시점은 2019년 이후로 알려졌는데,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었다. 그는 김씨 등과는 별다른 친분이 없다고 해명해 왔다. 수천억원 이익을 본 민간개발업자 쪽 내부 논의에 중재를 할 정도였다면, 이익 배분 구조 등도 상당히 잘 알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전담수사팀은 지난 2일 화천대유에서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 스포츠산업 공부를 하던 곽 의원 아들은 2015년 6월 아버지 권유로 화천대유에 입사해 대리로 6년여 근무한 뒤, 지난 3월 퇴사하며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검찰은 조만간 아들과 곽 의원을 차례로 불러 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손현수 기자

 

박영수 아들, 대장동 분양업체 관계사 근무

 

검찰이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별검사 아들이 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업체는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쪽 분양대행을 독점했는데, 앞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 업체 대표에게 100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돈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박 전 특검 아들은 ㄷ업체 이아무개 대표가 운영했던 회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특검은 <한겨레>에 “아들은 분양대행업체가 아닌 이 대표가 설립을 준비하던 골판지업체에 3개월간 근무하다 퇴직했다. 그 회사는 창립단계라서 (직원이) 관리직 임원, 다른 직원을 포함해 3명뿐이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2015년부터 최근까지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했던 박 전 특검 딸이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김만배씨와 이 대표 사이 금전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이 대표를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 이씨가 김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 사이의 거래에 대하여 관여한 사실이 없어 전혀 알지 못한다. 화천대유로부터 고문료 외에 다른 금품을 받은 적이 없고, 특검을 맡은 이후 김씨와도 관계가 단절돼 현재까지 전화 통화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만배 쪽도 “사업과 관련해 이씨 요청으로 100억원을 빌려준 것은 맞지만, 박 전 특검과는 무관하다. 이씨와의 돈거래는 법적으로 문제 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조사 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박영수 친척 회사, 대장동 이전 위례에서도 분양 대행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에 건축중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화천대유에서 직접 시행한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권을 독점했던 업체가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5호 정영학 회계사가 관여한 위례신도시에서도 아파트 분양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친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와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 사이에 100억원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며 돈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여러 사업에서 관련자들이 겹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분양대행사 ㄷ사 대표인 이아무개씨는 2014년 위례신도시 호반베르디움 분양업무를 맡았다. ㄷ사는 당시 분양대행 사실을 업체를 홍보하는 주요 실적에도 포함시켰다.

 

위례 호반베르디움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한 특수목적법인 푸른위례프로젝트와 자산관리회사(AMC) 위례자산관리가 공동 시행사로 참여했다. 대장동 개발 과정과 비교하면 푸른위례프로젝트는 성남의뜰, 위례자산관리는 화천대유 역할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짠 남 변호사의 아내 및 정 회계사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은 2013년 11월 설립된 위례자산관리 사내이사를 맡았다.

 

한편 김만배씨는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 중 100억원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는데, 김씨는 “이씨와 돈거래는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박 전 특검 역시 “분양업자 이씨는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지만 이씨가 김만배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 사이의 거래에 대하여 관여한 사실이 없어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특검은 2014년 ㅈ사 사외이사를 한 달가량 맡은 적이 있는데, 그가 그만 둔 직후 이 대표가 이 회사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를 잇달아 맡았다. <한겨레>는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주빈 기자

 

‘1천억 배당 수익’ 남욱은 어떻게 대장동 사업 몸통이 됐나

구속기소됐던 ‘변호사법 위반’ 판결문 보니

변호사법 위반 부인하며 ‘돈세탁’ 해줬다고 진술

법률자문하다 사업권 인수받아 대장동 주역으로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과 관련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8721만원을 투자해 1007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는 어떻게 대장동 개발사업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그가 2015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 판결문에 그 과정이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대장동 특혜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남 변호사는 당시 법정에서 민간개발을 위한 로비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은 돈세탁을 해줬을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공개발 저지’ 로비 명목 8억3천만원 받은 혐의

 

2015년 6월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이용일)는 ‘엘에이치(LH·당시 한국토지공사) 주도 개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 명목으로 부동산개발 시행업체 ‘씨세븐’ 대표 이아무개씨로부터 8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남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던 ‘남 변호사가 국토해양위 소속 정희수 의원실 권아무개 보좌관과 국토해양위원장이던 이병석 의원, 에스디(SD·이상득 의원)를 잘 알고 있다. 이들을 움직이고 국토해양위와 엘에이치에 민원을 넣으면 엘에이치가 (공공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게 할 수 있다’며 이씨로부터 15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남 변호사는 15억원을 법률자문용역비 명목으로 받기로 했고, 실제 2009년 12월~2010년 5월 네차례에 걸쳐 이 대표에게서 8억3천만원을 송금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씨로부터 같은 내용의 청탁과 함께 2억원과 13억8천여만원을 받아챙긴 신영수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의 동생과 2009년 당시 엘에이치 이사였던 윤병천 고양도시관리공사 사장도 함께 구속기소했다.

 

당시 수사를 총괄한 수원지검장은 최근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진 강찬우 변호사였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천대유·천화동인'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법 위반은 부인, 돈세탁 협조는 자백

 

이씨는 법정에서 검찰이 기소한 대로 ‘2009년 10~11월께 남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8억3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 쪽은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 가운데 3억원은 민간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구성된 자문단에 참여해 받은 변호사 비용이며, 나머지 5억3천만원은 이씨 부탁으로 현금화해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씨가 건넨 자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으로 용도에 제한이 있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변호사 비용은 세금계산서만으로도 대출금 집행 승인을 받을 수 있어 자금조성에 협조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변호사법 위반을 부인하면서, 이씨 횡령 범죄의 공범임을 자백한 셈이었다.

 

남 변호사는 계좌로 받은 자금을 동업관계였던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직원,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 등을 동원해 현금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씨한테서 이체받은 돈을 이들 계좌로 다시 이체하고, 인출한 현금을 건네받아 여기서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하고 원금의 절반(2010년 1월 1억5천만원, 4월 1억원)을 이씨에게 되돌려줬다는 설명이었다.

 

변호인단에는 최근까지 딸이 화천대유 직원으로 일하고 본인은 고문으로 재직했던 박영수 국정농단의혹사건 특별검사(전 대검 중수부장)와 2천여만원을 내고 282억원을 배당받았다는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아무개 변호사(이상 법무법인 강남), 대검 공안기획관 출신 이영만 변호사(법무법인 평안),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정헌명(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 변호사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이 대장동 게이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에 뛰어든 과정 담은 ‘남욱의 무죄 판결문’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나상용)는 2015년 11월 증거 불충분으로 남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치권에 로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자체가 큰 의문”이라며 “대장동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주민들에 대한 법률상담, 소송을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통해 국감 자료 등을 입수한 행위만으로 공무원 사무에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와 남 변호사 관계를 설명해줄 두 사람 사이 소개자인 정아무개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대출과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 등의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검찰 기소내용과 달리 현장에 상주할 법조인으로 당시 변호사 2년차였던 남 변호사를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남 변호사가 대장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와 과정도 언급돼 있다.

 

씨세븐 대표 이씨는 2009년 10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성남시에 대장동 민간 도시개발구역 지정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엘에이치의 공영개발 제안을 수용해 절차 진행 중이어서 중복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반려돼 ‘탈출구’가 절실한 상태였다. 이때 이씨는 정영학 회계사, 민아무개 감정평가사, 정아무개 법무사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했고, 이들은 거의 매일 대장동으로 출근해 이씨의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조언했다고 한다. 11월 이씨와 만나 변호사 자문계약을 체결한 남 변호사도 대장동으로 출근하며, 자연스레 이 자문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자문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개발 밑그림을 그렸으며 천화동인 5호에 5581만원을 투자해 644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 최근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통화한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지난달 29일 성남시 분당구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연결해준 ‘은인’인 전임 대표 고소

 

하지만 그해 연말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대출 만기가 도래했지만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고, 이씨는 씨세븐 지분을 내놓고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된다. 김아무개씨가 사업권을 이어 받았지만 대출 만기연장 연대보증을 거부하면서 사업권은 또다시 남 변호사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법률자문이라는 지원업무로 시작해 얼마 안돼 대장동 사업의 몸통이 된 셈이다. 이때에도 정영학 회계사와는 계속 관계를 이어갔고, 천화동인 4호와 5호로 나란히 참여해 훗날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씨세븐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을 안내해준 은인이었지만, 두 사람은 곧 법정 다툼을 벌인다. 2011년 6월 대장동 사업권을 자신이 인수한 뒤에도 씨세븐(훗날 다한울) 명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이씨를 남 변호사가 주거침입 내지 퇴거불응으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돈과 이익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비즈니스 상황이었지만, 이런 ‘독한 처신’은 훗날 남 변호사에게 도움이 된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던 재판부가 “고소한 그 무렵부터 피고인(남 변호사)과 이씨는 적대적인 관계로 지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남 변호사를 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남 변호사에게 로비자금을 줬다고 진술한 이씨는 유죄가 인정돼 2016년 1월 징역 3년 선고받았다. 하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남 변호사는 2016년 3월 항소심에서도 승소하고, 검찰의 상고포기로 최종 무죄가 확정된다. 당시 남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4부 재판장은 현재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한 명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김기성 이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