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 간부 3명이 엊그제 ‘밝힐 수 없는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라 인천공항에서 쫓겨났다. 국익유해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이달 중순 희망에너지 선박 투어를 통해 원전 반대 운동을 할 계획이었다. 결국 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억제하려는 것이었으니, 원전 마피아의 이익과 독선 앞에선 국민의 체면도 국가의 품격도 없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익 판단은 뿌리째 흔들렸다. 현재 우리 국민이 동의하는 수준은 원전의 안전성과 효율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증이다. 원전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쪽에 가깝다. 따라서 국민을 어렵게 생각하고 그 뜻을 존중하는 정부라면 기존의 정책을 밀어붙일 순 없다. 당대와 미래세대의 안전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책을 새로이 수립해야 한다. 불과 60년 안에 초대형 원전사고가 3건이나 터졌는데, 원전의 안전 신화를 맹신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지금까지 숨겨왔거나 누락시켰던 사회적 비용 혹은 폐로 및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합친다면 원전의 저비용 신화 역시 의심받아 마땅하다.
 
그린피스는 이번 희망에너지 투어를 통해 ‘에너지 혁명’ 한국판 보고서인 한국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망을 발표할 계획이다. 원전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한국적 에너지 대안을 제시한다니, 정부로서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린피스의 제안이 오히려 원전 마피아의 독선적인 확대 정책보다 국익에 더 부합할 수 있다. 그럼에도 훼방만 놓고 있으니 이보다 더 국익에 반할 순 없다. 캠페인을 위한 에스페란사호의 입항을 허가해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이번 입국 봉쇄는 탈원전 논란을 떠나 국가의 품격을 현저히 훼손하는 짓이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입국 금지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의 입국을 불허했을 때처럼 사실상 막무가내로 입국을 거부했다.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이런 한국은 열린 사회도, 민주국가도 아니다.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소되어 국제적 망신을 사도 할 말이 없다.
 
한국은 올해 열릴 리우+20회의 등 각종 환경회의의 의장국을 수임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존의 의제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 합법적 캠페인조차 봉쇄한다면 지도력은 커녕 조롱거리만 될 수 있다. 당장 입국 금지부터 풀고 캠페인을 방해하지 말기 바란다.